나는 최근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관심이 많다.
요즘은 제주어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제주 민간신앙에 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최근 제주의 모습을 본다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제주어를 사용한다고는 해도 실제로 제주어를 모르는 사람도 많고 아예 제주도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자랑하는 3多도 사실상 사라진지 오래이다.
여자, 바람, 돌 중에서 제주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이제 바람 뿐 이다. 도시화로 인해 여자, 돌은 더 이상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바뀐 것들 중에서 하나가 바로 제주지역의 민간신앙이다.
제주도의 민간신앙은 과거에서부터 마을마다 하나씩 있고 마을마다 모시는 신들도 있었을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발달해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마을 굿도 보기 힘들 정도로 민간신앙이 쇠퇴하였다.
사실 이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사이비 종교로 몰아가는 사람도 많다.
종교는 과연 우리들에게 어떤 것일까? 정의하기는 힘들어도 우리는 종교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종교들이 있다. 개신교, 가톨릭, 불교, 이슬람교, 원불교 등등을 주로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무속신앙의 경우 무교(巫敎)라는 칭호를 얻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종교로 생각하기 보다는 미신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흔히 사이비종교라고 불리는 것들도 종교라는 칭호를 얻지만, 무교의 경우 미신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우리의 일상에 종교란 어떤 것인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장치? 아니면 자신의 가치관을 올바르게 성립해 주는 장치? 종교의 기능을 뒤로하고서라도, 종교의 탄생 배경이 인간이 자연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종교는 점차 발전하여, 인간의 전 생애와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된 것이다.
내가 앞서 언급한 종교들 중 개신교, 가톨릭, 불교, 이슬람교는 현 세계에서 - 마르크스의 논리를 빌리면 - 자본가의 위치에 있는 종교들이다.
나에게 민간신앙이란, 제주도라는 조건과는 아주 멀게 단순히 한 가지로만 남아있다.
그 모습은 색동저고리 입은 아기동자가 어른 버전으로 성장한 것만 같고, 아기가 맘마 달라고 떼를 부리듯이 춤을 추며, 젖병대신 칼을 들고 빨간 색의 강력한 이미지로 귀신과 대결을 하는, 그야말로 판타지적인 상상이다.
이는 아마도 책에서 언급한 대중매체부분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여태까지 제주도가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아주 작다고 생각했다. ‘보통 사회가 발전해 있는 곳에 미디어도 같이 발전해 있다’는 것이 사회와 나와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내가 살아온 주위 환경과는 다르게 발전해 있는 곳은 자체발광으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곳이고, 나는 그와 조금은 다른 외딴 섬 제주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성장하는 데 갈등을 겪고 있다는 자기 위안, 세뇌를 했던 것 같다.
이는 책을 읽으면서 바뀌었다. 지리적이라는 특수조건을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변용이 뭐지 ? 이 책을 받고 제일 먼저 한 생각이다. 항상 나한테 이제까지의 전공 리포트들은 다 어려웠다. 내가 실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어김없이 이번에도 나는 변용이라는 그 단어 하나를 모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책 역시 만만치 않을 것 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러나 제목만 보고 판단 한 내 잘못이었다. 책 내용은 의외로 읽기가 쉬웠고, 민간신앙이라는 약간은 우리의 생활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잘되며 어려운 단어 없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라는 반전 따위 없이 내 첫 느낌의 예감은 절대 빗나가지 않았다.
처음 시작 부분은 흥미로웠다. 범위가 광범위하게 넓은 것도 아니었고 내가 내 발로 밟고 있는 땅인 제주도에 대해서 그리고 그 중 제주도의 역사나 지역적인 특성과 결부시킨 민속신앙에 대해 쓴 글이라서 뭔가 색달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는 넋두리였다. 이제껏 제주도에 살면서 처음 들어 본 말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내가 살고 있는 구좌읍 평대리에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시는 일이 여러 번 일어났다. 처음 해녀 한 분이 돌아가시자마자 마을과 평대 어촌계는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굿을 벌여야 한다며 이곳저곳에서 얘기가 나왔다. 한 번의 굿을 치루고 난 뒤 얼마 동안은 해녀 작업이 수월 하게 이루어 졌는데, 평소 건강하시던 해녀 한 분께서 물 속에 들어갔다 결국 나오지 못하셨다.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하며 궁금해 하기도 했지만 그 이상 큰 관심을 갖진 않았다. 어느 날은 어머니께서 직접 굿 판에 가신단다. 따라 가면 안되냐 했더니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셨다. 정성을 드리는 사람들이 가야만 굿의 효엄이 있다며 가지 못하게 하셨다. 현재 평대에서는 마을 차원에선 바다와 관련된 굿 만이 행해지고 있다.
더 생각을 해보니 내 생활 속에는 민간신앙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사를 하더라도 신구간에 이사를 하고, 바다에 떠다니는 목재는 건저내선 안되며, 뱀이 집안에 들어왔을 때 함부로 죽이지 않는 등 많은 것들이 나의 삶과 연관이 많았다.
이 책을 먼저 본 순간 민간신앙에 대해 생각이 들게 된다. 내가 아는 민간신앙을 생각해보면 그저 굿, 굿 당 이정도만 생각이 들 정도로 민간신앙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생각할 시간도 없기 때문에 그저 미신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살았다.
먼저 제주도는 육지와 떨어져 있고 조선시대에는 마음대로 갈 수 없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제주도는 민간신앙이 특히 발달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제주도에는 책에서 맨 처음 볼 수 있는 것처럼 넋들이 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근데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나도 넋들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책을 보지 않았다면 넋들이라는 것을 모르면서 살았을 것이다. 넋들이 또한 제주의 특별한 전통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알아야 하고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민간신앙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무당과 역술인 일 것이라고 본다.
이제껏 다양한 책들을 읽어 왔지만 이 책과 같이 3인이 공통의 학술적 주제를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여 저술한 책은 처음 본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책의 전체적 중점을 간략하게 파악해본 바로는 1장에서 제주의 지리, 역사, 문화, 정치 등에 관한 전반적인 기술을 통하여 제주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였고, 2장에서 타 지역과는 다른 제주만의 고유한 민간신앙으로서의 특색을 그 개념에 따라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무당과 역술인에 대하여 차이점과 공통점 그리고 그들의 기능을 보다 대립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이제껏 제주도에서 살면서 우리의 삶에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무심코 지나쳐온, 나뿐만이 아니라 내 나이또래들도 마찬가지로 많이 보아왔지만 무심코 지나쳤을, 제주만의 고유한 민간신앙에 대해 쉽지만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간결하게 전국적 민간신앙의 추이와는 대비되는 제주만의 독자적 신앙을 갖게 된 배경과, 그 특색이 나타나는 심방이라는 것, 일반신, 당신 등의 개념에 대하여 알 수 있었다.
제주도의 민간신앙. 내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제주도 내에서 사람들 생활의 일부분이었던 제주도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민간신앙은 어떻게 전승되고, 변화되어 왔을까? '제주지역 민간신앙의 구조와 변용'은 현지조사와 논문조사 등으로 위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학문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쓴 글이라서 그런지 책에 사용된 용어 혹은 문체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처음 책을 사들었을 때 느꼈던 부담감과 비슷한 감정과는 다르게 꽤 재밌게 읽어나갔다.
솔직히 첫 파트에서는 많은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제주도 사회의 변동과정에 대한 설명이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제주도 내에서 벌어진 정치적, 경제적, 지리적, 문화적인 변동은 제주 민간신앙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파트였다. 그러나 글의 형식자체가 다가가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제시된 내용을 내 것으로 정리하는 일이 어려웠다. 1장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제주도에서 일어난 특수한 사건과 변동이 제주 민간신앙이 특수성과 특이성을 가져다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아무 종교를 믿지 않는 나에게 굿이나 당이란 것은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그저 텔레비전 속에서 미신적인 이야기를 신비스럽게 풀어낸 프로그램이나 봐왔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이름을 보았을 때 무척 생소했고, 표지도 어렸을 때 읽었던 전래동화를 연상케 하는 문양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설문대할망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 같고 삼성혈의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은 말 그대로 제주의 민간신앙의 구조를 파헤쳐본 하나의 논문이었다. 내가 사는 지역이지만 우리집안은 굿이나 당을 많이 믿는 편이 아니어서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나의 지역에 한층 더 다가선 것 같다.
민간신앙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말 그대로 민간에서 예로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신앙이다. 다른 종교와 달리 우리 민족만의 특수성과 얼과 한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종교라 할 수 있다. 다른 나라를 통해 건너온 불교나 유교, 기독교와는 달리 우리 땅에서 만들어지고 우리 땅에서 변화되며 우리 땅에서 발전하는 순수 우리 종교이다.
처음 레포트 과제를 받았을 때, 담당과목 교수님께서 직접 쓰신 책이라고 해서 정말 놀랐다. 한편으론 자신이 직접 쓰신 책을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읽어보게 하고 레포트를 작성하게 하시는 교수님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책 제목만 봤을 땐 내가 제주도에 살아서 그런지 다른 과제들 보다는 레포트를 작성하기에 조금은 수월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책을 보니 이제까지 썼던 책들 보다 훨씬 두꺼워 읽기 전부터 막막했다. 하지만 두꺼운 책일수록 더욱 읽기 쉽다는 교수님의 말을 믿고 한 장 한 장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흔히 ‘민간신앙’이라고 하면 합리적·과학적 설명으로 쉽게 풀리지 않는 부분으로 생각한다. ‘민간신앙’의 정확한 정의는 ‘종교적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민간에서 전승되는 여러 가지 신앙’이라는 뜻이다. 민간신앙이라는 개념은 매우 애매하여 사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