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린이들의 현실적인 삶이 다루어진 동화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문제아로 만들까요? 『문제아』는 창비에서 주관하는 제 3회 좋은 어린이 책 창작부문 대상을 수여한 책입니다. 어린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책이 아닌, 우리 어린이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그대로 나타낸 동화입니다. 자유로운...
작년 겨울, 학원에서 일하면서 원장님께 경고를 들었던 적이 있다. 새로 온 학생이 말썽꾸러기이니 ‘조심’하라는 말씀이었다. 중학교 1학년이 말썽을 부리면 얼마나 부린다고 조심까지 해야 할까. 의문이었는데 정말 그랬다. 학생은 숙제를 안 해오거나 수업을 방해했고, 친구의 물건 던지기를 장난처럼 즐겼다. 아이들의 안전과 결부된 사안이니 학생을 조심시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선생인 내가 학생을 경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학생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었다. 숙제를 안 해오면 혼내지 않고, 전에 했던 숙제를 칭찬하며 이번 숙제도 해낼 수 있을 거라 격려했다. 던진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나의 물건을 갖고 놀라며 빌려주었다. 그러자 학생은 내 말을 따르기 시작했다. 수업에 집중하고 숙제도 잘 해왔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점차 나아졌다.
박기범 작가는 1973년 서울 출생이다. 작가의 책들을 살펴보던 중 ‘어린이와 평화(박기범 이라크통신)’ 이라는 제목은 작가에 대해 궁금증을 더욱 자아내게 했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작가의 약력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네 차례나 전쟁 중인 이라크에 들어갔던 것이다. 한 아동문학 평론가는 박기범에 대해 이렇게 썼다. “소처럼 맑고 큰 눈을 가진 그, 소처럼 부지런하고 소처럼 착하고 소처럼 겁이 많은 그가 떠난다. 죄 없는 목숨에 폭탄을 날릴 거냐며 자기 한 몸으로 인류의 잔혹함, 그리고 인류의 양심을 증언하기 위해 인간방패 평화지킴이 반전평화단의 일원으로 그가 떠난다. 그는 동화작가다. 한국의 동화작가다.” 박기범은 ‘인간방패’가 되어서라도 전쟁을 막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맞서 2003년 2월 한국을 떠나 그해 8월 돌아오기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이라크에 들어가 그곳의 죄 없고 착한 이들과 함께 전쟁을 몸으로 겪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만난다. 그런데 그 문제들에 대한 진정한 본질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한 잡지에서 박기범 씨의 인터뷰를 읽다가 그분의 동화에는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 것을 묘사한 책이 많다는 것을 알고 그중 하나인 ‘문제아’라는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소년은 단지 지기 싫어서 깡패랑 싸운 것인데 그것이 문제아로 찍히게 되었다. 소년의 집안 사정 때문에 집에 있는 오토바이로 신문 배달과 학교통학을 했는데 그것이 문제아로 낙인 받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죄 없는 소년의 결백은 아는 사람은 단지 같이 신문을 돌리는 봉수 형뿐이다.
문제아라는 책은 처음 우리 학교에서 열린 ‘OOO시 범시민 책 한 권 읽기 운동’ 설명회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우리 고장에서 왜 이 책을 선정했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고, 동화 같은 내용이라는 소개를 들었을 때 꼭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점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이 글의 제목처럼 문제아로 낙인찍힌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문제아가 아니었다. 평범한 초등학교 5학년 소년이었다. 단지 다른 아이들에게 지기 싫어하고, 속된말로 깡이 센 소년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아로 낙인찍히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평소에 깡패가 자주 다닌다는 소문이 도는 주차장을 어쩔 수없이 지나게 되었을 때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깡패들을 만나게 되었고, 소년은 돈을 안 빼앗기겠다는 생각만으로 도망쳤다.
이 글의 주인공인 창수는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였다. 아이들이 철봉을 하자 자신도 기를 쓰며 연습을 하였고, 태권도 도장에선 아이들이 낙법 시범을 보여주자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낙법 연습을 해서 아이들 앞에서 시범을 보일 수 있었다. 단지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었던 창수였지만, 깡패들을 만나게 되면서 창수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은 백팔십도로 바뀌게 되었다.
어느 날, 창수는 깡패들을 만나게 되고 창수는 깡패들에게 지기 싫어서 깡패 두 명에게 상처를 입힌 뒤 도망친다. 학교에서도 깡패들의 한패거리인 친구와 또 싸우게 되었다. 창수는 계속 맞다가 지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 때문에 의자를 들어서 친구를 때리게 되었다. 그날 이후, 창수는 문제아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했다. 어른들과 세상은 창수의 말을 믿어주지도, 들어주지도 않았고 창수를 피하는 친구들도 점점 더 늘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먼저 시작한 건 규식이라는 그 친구였지만 사람들에게는 수단과 결과가 중요했던 모양이다. 하긴 수단이 좋지는 않았다. 그날 이후로 창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기피 대상이 되었다. 창수가 하는 모든 행동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불량스러운 행동으로 보였다. 창수도 그런 사람들에게 변명을 하고 싶었겠지만 그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창수는 점점 문제아가 되어갔다. 그런 창수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보여준 인물은 같은 신문 보급소에서 일하는 봉수뿐이었다. 봉수와의 약속 때문에 계속 학교에 다니기는 했지만 학교에서 그에 대한 태도는 여전했다. 6학년이 된 후에도 창수에 대한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았고 창수는 어떠한 변명의 말도 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지 않는 한 ‘문제아’라는 낙인을 영원히 가지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문제아라는 제목은 누가 들어도 제법 흥미로운 내용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문제아란 특별한 제목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기까지는 선생님의 소개와 추천이 있었다. “마치 초등학생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의 아픔과 슬픔을 표현한 책이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의 이런 소개가 있기 전에도 이미 이 책을 알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OO시민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열 편 정도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문제아’는 겨우 10장 정도의 분량밖에는 되지 않았다. 고집이 세고 키는 중간 정도에 몸이 깡마른 평범한 아이가 한 번의 싸움을 계기로 문제아로 낙인이 찍혀 버린다. 문제아라는 딱지가 붙은 뒤로는 아이들이 문제아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선생님들께는 불신을 받는다. 그럴수록 정말 문제아처럼 변해 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도배장이인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치셨다. 수술비를 벌기 위해 신문배달을 하는데 그곳에서는 자기를 이해해 주는 유일한 사람인 봉수형이 있다. 그와의 약속 때문에 학교에 나가기는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배달을 쉽게 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배우고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게 되었다가 교장실에 불려가기까지 한다. 6학년이 되면 평범한 아이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문제아라는 딱지를 뗄 수가 없었다.
나는 사실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 OOO시 선정도서가 되고 나서 이런 책이 있구나 하는 걸 알았는데, 학교에서 어느 날 토요일 2시부터 시민문화회관에서 행사가 있으니까 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에 맞춰서 그곳에 갔다.
처음 입장할 때 책을 한 권씩 줬는데 ‘문제아’라는 책이었다. 정말 좋았다 학교에서도 읽어보라는 책이었는데 공짜로 책을 얻었으니 말이다. 그날 강연회는 박기범 작가의 강연회였다. 이 책에 대한 설명도 해 주어서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 중 략 >
나도 사실 50cc짜리 스쿠터를 타고 학교에 등교한 적이 몇 번 있다. 안전모를 쓰고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다. 등교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몇 번 갔었다. 물론 학교 근처에 주차를 해두었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내가 스쿠터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아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국어 선생님께서 수업하시던 중 작년 OO시 선정 도서를 읽어 본적이 있냐고 아이들에게 물으셨다. 나는 작년에 선정 도서를 읽고 토론회에 나가 토론을 해 본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손을 들 수 있었다. 아이들이 손을 내린 후 선생님께서는 올해 OO시 선정 도서는 ‘문제아’라는 책이 라고 하셨다. ‘왜 하필이면 제목이 문제아일까?’하는 의문이 들었고 바로 다음날에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