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 모두가 지나온, 한 번은 어설프고 위태로웠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쇼코의 미소》 이후 2년 만에 펴내는 최은영의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 2년 동안 한 계절도 쉬지 않고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며 자신을 향한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에 소설로써 응답해 온 저자가 일곱 편의 중단편소설을 다시...
최은영 작가의 첫 소설 ‘쇼코의 미소’를 읽고 작가의 집필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나뿐만이 아닌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은영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인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어보았다. ‘내게 무해한 사람’의 제목이 비롯된 한 챕터 ‘고백’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한다.
소설 ‘고백’은 천주교 수사가 되기 전 마지막으로 사귄 여자친구 미주의 이야기다. 미주는 서른 살 무렵 등단하여 시인으로써 활동하고 있었는데, 미주의 시집에 깊은 슬픔을 담은 시 한 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 슬픔은 과거 고등학교 시절 미주와 친구 주나, 진희 늘 하나처럼 붙어다녔던 세 명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주의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로 전환한다.
미주와 주나, 진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에서 만난다. 미주는 뚜렷하게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삼켜버리는 아이지만, 주나는 자기주장을 명확하게 하고, 어떤 문제든 나서서 시원스레 해결하는 아이였기에 미주는 부러움과 묘한 불편감을 느낀다.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게 된 계기는 쇼코의 미소로 유명한 최은영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서 였다. 나는 독서할 때 초반부터 후반까지 자연스럽게 잘 읽어지는지, 개연성이 있는지 등 책의 흐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쇼쿄의 미소를 읽었을 때 내용 전개가 깔끔해서 최은영 작가가 기억에 남아 작가의 다른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7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601, 602>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601, 602>는 ‘나’가 다섯 살이 되던 해 광명의 한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옆집의 효진을 만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의 시점은 ‘나’가 효진에 대해 관찰하는 구조이다. 첫 장면은 효진이네의 제사 풍경을 보며 시작한다. 효진이네 제사 풍경은 여자들이 땀을 흘리며 부엌에서 상을 차리느라 분주하고, 남자들은 정장을 갖춰 입고 선풍기 바람을 쐬는 모습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태어남과 동시에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게 되는 운명을 타고난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출발하여 형제자매로 더욱 확대되는 가족 간의 관계, 즉 또래와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그것이 아마 치열한 삶의 시작이 아닐까? 무기한 우호 관계가 나에게도 다른 국면으로 바뀌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에게 무해한 사람들' 우리가 크면 많은 상황에서 내적 갈등과 성장하는 인간생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단편으로 들려준다. 소설 제목인 "내게 무해한 사람들"은 "당신은 아무도 해치고 싶지 않은 그리고 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너는 나에게 무해하다" (고백) 라는 문장에서 유래되었다. 미주와 진희는 고등학생 때 만나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친밀한 감정을 나누며 친해졌다. 미주는 진희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고 믿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신을 포함한 누구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한다.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책은 일곱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최은영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먼저,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인상 깊었던 몇 개의 문장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로, ‘수이와 이곳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고작 일 년 반 정도였지만 그 시간의 밀도는 수이를 만나기 전의 십칠 년을 압도했다.’라는 문장이다. 이 문장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것을 굉장히 잘 살렸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으니까.’라는 문장이다. 나는 아직 미성숙하지만 왜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이 문장을 이해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래서 이 문장이 자꾸 아른거렸다.
책 안에는 여러 단편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 어느 편도 허투루 넘길 수 없고 책을 읽고 있자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해진다. 어떤 삶을 살면, 어떤 노력을 통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섬세하다. 등장인물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흘러가는 마음, 그 순간의 감정이 섬세하게 묘사되는 장면들이 참 좋았다. 나는 그 공간에 없었지만, 내 마음은 그 공간에 머물러 있는 느낌을 주었다. 등장인물의 마음을 엿보기도 하고 내가 소설 속의 공간에서 거닐기도 하고 더 나아가 나의 공간과 지난날에 내가 겪었던 마음까지 건드리고 돌아설 수 있게 해준 글과 그 글을 쓴 작가가 고마웠다.
직장을 다니면서, 학교 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사람은 매일 거기서 거기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평소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 것은 참 제한적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은영 작가의 소설을 만나게 되었고, 우리가 망각하고 있었던 사실, 감정이란 것은 참 다채롭고 섬세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영원히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는, 지금이 순간도 글로 옮기기 힘든 섬세한 감정들,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렇다고 그의 소설이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웅장한 모험담을 담고 있다 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주로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다룬 ‘그 여름’, 남성의 폭력적인 억압 속에서 자라온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인 ‘601,602’ 등의 단편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사회에서 느끼는 감정들, 자매간의 정, 그들의 관계 등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다.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진행방식 속에서,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 시절에서의 진실을 보고, 후회의 씁쓸함을 느끼는 인물들의 감정이 부각된다.
글에서 나오는 너무도 착한 느낌에 내 눈에 빛이 스며들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한 사람에게만 공유하고 싶은 기분을 느낄때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서슴럼없이 나눌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관계란 누군가가 정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이제까지 깨닫지 못했다는걸 반성하고 또 깊이 생각해볼 필요를 느꼈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여태 해본 적이 없었다. 과연 나는 누구와 있을때 행복해 본 적이 있을까. 그 과정속에서 누군가 의도치 않게 던진 말이 상처가 되어 날아오거나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공격을 한 적은 없을까 생각해봤다. 너무도 많아 생략하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모래로 지은 집’은 최은영의 소설집 『내게 무해 한 사람』에 실린 중편소설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공감이라기보다 내 속이 들여다보이는 듯해서였다. 항상 머릿속 한구석에 담겨있던, 타인은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 믿고 싶었던 나약함을 들킨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약함일까?
삼 년 내내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그때는 서로의 실명이나 얼굴조차도
알지 못했다. 모래는 모래고 공무는 공무였다.
모래와 공무는 닉네임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의 닉네임은 ‘나비’다. 세 사람은 고등학교 동호회의 회원들이었다. 천리안이 왕좌에 군림하던 1999년,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고등학생들의 동호회로 그들이 학교를 졸업한 그해 여름 폐쇄되었다. 같은 고등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면서도 그들은 정모를 하지 않았다. 폐쇄 공지에 공무가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