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영혜의 형부는 자신의 아내로부터 영혜의 몸에 몽고반점이 아직 남아 있다고 듣게 된다. 그는 그녀의 몽고반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예술적 욕망과 결합하기를 원한다. 형부는 영혜를 자신의 예술작품의 모델로 선택한다. 하지만 촬영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느끼고 끝내 처제와 금기를 넘어서게 된다. 하지만 몽고반점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저버리지 못한다. 그는 왜 이렇게 ‘몽고반점’에 의미를 부여하는가.
몽고반점이 의미하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필연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순수한 감정, 인간의 욕망을 뜻한다. 형부가 매혹을 느낀 것은 영혜가 가진 몽고반점, 즉 순수성에 기반한 채식과 육식을 벗어난 욕망이다. 형부는 영혜의 몽고반점에 대해 강한 성적 욕망을 느끼고 그에 담긴 어떠한 순수한 식물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는 몽고반점을 ‘광합성의 흔적’이라 여기며 꽃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녀의 욕망을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작품화하려는 시도를 한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라는 작품은 세 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장마다 다른 형태의 폭력을 보여준다.그 중에서도 두 번째 장인 ‘몽고반점’의 경우 물리적이고자학적인 첫 번째,세 번째 장의 폭력과 비교했을 때 심리적 폭력의 형태가 보인다는 점에서 특이점을 지닌다. 또한 폭력이 두 인물인 ‘그’와 ‘영혜’를 통해 제 3자인 아내에게 간다는 점 또한 다르다. 이러한 폭력의 발생 이유로써 현실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그’와 ‘영혜’의 존재확인과 가족간의 도덕을 무시 할 만큼 강렬했던 ‘그’의 예술에 대한 열망을 들 수 있다.이 두 가지를 파악함으로써 소설의 폭력성을 이해 함과 동시에 현실에서 적용되는 쟁점을 확인 할 수 있다.
우선 ‘그’와 ‘영혜’가 공통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하려 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미디어 아트 작가인 ‘그’는 2년간의 공백기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인물이다.가족 간, 특히 아내와의, 관계 또한 시원치 않다.
은밀히 터질듯 한 가슴을 의식하며 그는 욕실 문을 닫았다. 샤워기의 물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욕조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며 옷을 벗었다. 두 달 가까이 아내와 섹스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성기가 부풀어 오른 것이 아내 때문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었다.
오래전 아내와 함께 들렀던 처제의 자취방을, 거기 웅크려 누워 있을 처제를, 그보다 오래전 피투성이로 그의 등에 업혔던 처제의 몸을, 고스란히 전해져왔던 가슴과 엉덩이의 감촉을, 그리고 바지 한 겹만 벗기면 낙인처럼 푸르게 찍혀 있을 몽고반점을 상상한 순간, 온몸의 피가 거기 모였던 것이다.
물컹물컹한 환멸을 씹으며 그는 선 채로 자위를 했다. 샤워기 아래로 뛰어들어 정액을 씻어내며 그는 웃음도 울음도 아닌 신음을 냈다. 물이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었다.
몽고반점에 대한 ‘나’의 집착을 보며 살아가면서 얻는 욕망이 아니라 태초부터 가지고 있던 욕망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얻는 취향 같은 것이 아닌 인간의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망.
『몽고반점』요약
몽고반점의 저자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였다. 이제는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한국인 문학가로서 유명한 그녀가 2005년 저술한 몽고반점은 도발적인 소재로 유명하다. 형부와 처제의 정사라는 몽고반점의 소재는 사회적으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발적 임에 틀림없다. 한강은 몽고반점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육체의 관능미를 묘사하였다. 몽고반점의 주인공인 형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어느 날 처제의 나체를 보게 되며 처제 엉덩이의 몽고반점을 보고 강한 예술적 영감을 받게 된다.
표정을 잘 감추지 못하는 것은, 이 책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일부러 티를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새에 속상한 일이 있으면 속상하다.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짜증난다. 화나면 화난다. 라고 즉각 쓰여 나타나는 얼굴 때문에, 보여선 안 될 곳에서까지, 나타나 나를 곤혹스럽게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우연찮게 받게 된 상담 프로그램에서, 얼굴표정을 잘 감추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하자, 선생님께서는 지금 내 자신이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사회에 나가게 되면 나의 표정관리가, 너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차차 노력해 나가라고 덧붙이셨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적절히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크게 동요하지도 말고 자신을 조절할 주 아는 것이 ‘어른’이라고 칭한다. 자신의 얼굴 위에, 한 겹의 가면을 덧씌워야지만 이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