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0년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용광로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망한 기사에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추모시가 그 이유였다. 그 시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고 청년의 추모동상을 세우자는 움직임과 함께 이런 억울한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댓글시인...
십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현대인이 사회적 이슈를 접하는 통로는 TV뉴스 혹은 신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재, 대부분의 그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모든 소식을 접한다. 매일 아침 인터넷을 실행하면 각기 다른 내용의 기사들이 수없이 많이 쏟아진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은 것 같이 말이다. 일부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에 대해 다룰 때 일부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이슈를 다룬다. 한편에서는 따뜻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터넷 기사들을 보면 항상 뒤따라오는 것이 있다. TV나 신문과 같은 일방향 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댓글이다. 과거의 대중은 기사를 읽고 혼자 생각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쳤다면, 현재의 그들은 댓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 이 책의 작가 ‘제페토’ 또한 이러한 사람들 중의 하나로, 포털사이트 다음(현 카카오)에서 ‘제페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누리꾼이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기는 하지만, 비 문학을 주로 읽는다. 나에게 있어 문학은 사라지고 감정이 메말라 가는 기분이다. 나이가 들수록 할 일은 많아지고 세상의 팍팍함을 느낀다. 그런 팍팍함 속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사실 댓글 시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하상욱 시인을 떠올랐다. 그래서 이 책도 하상욱 시인의 ‘시밤’이란 시집처럼 가벼운 주제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재치 있는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제페토’의 시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시는 무겁고 진중한 느낌이었고, 그의 표현은 진정으로 공감하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수사였다. 본업이 시를 쓰는 일이 아님에도 어떻게 시를 잘 쓰는 지 놀라웠다. 그는 댓글시인이 아니라 오롯한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시인 ‘제페토’의 묵직한 시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의 무미건조한 감정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도 안타까운 사연이 많은 지 모르고 살았다. 아니 외면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