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구>는 삶과 죽음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석출이 직접 관객을 향해 말하면서... 깨뜨리면서 죽음과 삶 역시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인간의 생각이 날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하는 저승사자의 대사는 인간에게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오구, 죽음의 형식〉은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죽음을 다루는 형식인 굿과 그것을 둘러싼 장례절차들-죽은 이를 염하는 것과 초상집을 지내는 것-을 연극무대를 통해 보여준다. 〈오구, 죽음의 형식〉의 독특성은 연극의 내외부에 위치한 여러 다층적 경계들을 허물며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있다. 이 연극 자체가 상식적 경계와 일상적 구분을 허무는 시도들의 총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작품에서 단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은 죽음의 형식을 이끌어감으로써 연극을 진행하는 석출이다. 석출은 경계에 위치한 인물로서 이승과 저승을 매개하고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존재다. 게다가 그는 죽음의 형식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객관화된 일련의 절차들을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표현함으로써 관객과 무대의 경계마저 허무는 효과를 낳는다.
<오구 - 죽음의 형식> 이란 작품의 제목이 나타내듯, 오구는 죽음에 대해 작품 전반에서 죽음이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죽음’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기에, 두려움으로 다가오며, 대다수 작품에서 비극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작품 <오구>에 나타나는 죽음은 더 이상 슬프거나, 장엄한 대상이 아니다. 오구의 죽음은 삶의 한 부분, 연장선에 해당되며, 마치 여럿이 어울리며 즐기는 하나의 장(場)으로써 나타나고 있다.
이 작품은 굿을 접목하여 만든 연극 중에서 흥행에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를 가진 작품이다. 연극 ‘오구’는 부제의 제목대로 ‘죽음’의 형식을 보여준다. 다만 일반적으로 죽음은 비극적이고 장엄한 이미지를 가지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다. 무겁게만 느껴졌던 죽음의 의식이 축제로 변하는 모습은 사뭇 신선하고 한 편의 흥겨운 마당극을 보는 것 같다.
특히나 오구굿을 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시골동네에서 굿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구경꾼' 이 된 기분도 든다. 또한 무당 역을 맡은 배우가 관객들에게 노모의 극락길 가는 노잣돈을 내라고 하고 공연장은 실제 굿판을 방불케 한다. 관객은 연극을 보러온 입장을 넘어서서 굿판의 동원된 구경꾼으로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극은 여느 때처럼 다름없는 일상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낮잠을 자던 강복례는 죽은 남편과 저승사자를 꿈속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에 죽음을 예감한 복례는 아들에게 오구굿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