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회경제가 발전할수록 우리는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이 아닌, 잘 먹고 잘 사는 삶의 질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서 음식 문화의 수준을 높이고 품위를 유지하려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고급문화의 발전은 획일성이 아닌 개별적 특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음식 문화는 점차 개개인을 위한 맞춤 식단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에 따라 건강한 삶을 계속 영위하도록 돕는 ‘식치(食治)’가 점차 각광 받게 되고, 그중에서도 개인별 체질과 식품별 품성에 바탕을 둔 사상 체질 식이요법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으므로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식치(食治)는 음식을 먹는 사람의 체질에 대하여 정확히 알아야 하며, 식품의 품성(品性)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체질에 따른 개인별 건강 및 질병 상태 등을 알고, 이에 따라 식품을 배합하고 조리함으로써 음식으로 몸과 마음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과정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를 보자면, 중간고사의 의미도 있겠지만, 강의 외에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여겼다. 아직 한의학 쪽에서 잘 알지 못하는 나이기에 교수님께서 선정해 주시는 책을 읽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중 략>
이 책은 우리의 먹거리를 파트별로 나누어 유래와 어원, 특징, 효능, 쓰임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 중 ‘밤, 살구, 무화과, 고추, 무’를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자들이 너무 많아서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츰 읽어나가면서 나의 머릿속 상식이 풍부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Ⅰ. 앵두(櫻桃)
앵두란? 앵두나무의 열매인 앵두는 상온에 보관하면 쉽게 물러지므로 가급적 빨리 먹어야 하고, 냉장 보관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다른 과일에 비해 일찍 먹을 수 있다는 면에서 예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앵두는 잎이 나오기 전인 음력 3월경에 꽃이 피므로 이때를‘앵두의 달’ 이라는 의미에서 앵월이라 한다. 앵두의 과육은 부드러워 주로 생식하지만, 과일주ㆍ과일즙ㆍ젤리ㆍ잼ㆍ정과ㆍ앵두편ㆍ화채 등으로도 이용된다.
1. 앵두의 품성과 의미
1) 종묘에 제물로 올리던 앵두
고려 이전부터 우리나라에 있어 왔던 앵두는 다른 과일에 비해 일찍 익기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았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앵두를 침묘(종묘)에 제물로 올린다고 하였으며, 『조선왕조실록』에서는 구체적으로 음력 5월에 앵두를 종묘에 올린다고 하였다. 『증보산림경제』에서는‘이 과일은 모든 과일 가운데 가장 먼저 익는 것으로 반드시 가묘(집안의 사당)에 천신(새로운 것을 신위에 올림)한다. 좋은 종자를 골라 울타리 사이에 많이 심는 것이 좋다.’라고 하였다.
2) 앵두의 의미
앵두는 앵도ㆍ함도ㆍ형도ㆍ주수 등 매우 많은 이명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이명에 도(桃)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맹선(621-713)의 『본초』에서 말한 것은 앵두는 앵(櫻)이지 복숭아(桃)가 아니며, 단지 복숭아와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에‘도(桃)’가 이름에 들어간 거라 하였다.
허신은 꾀꼬리가 앵두를 먹기 때문에 앵도라 하였다.『이아(爾雅)』에서 설(楔)은 형도(荊桃)라 하였는데, 손염의 주에 형도(荊桃)는 지금의 앵도라고 하였다. 그리고 형도 가운데 가장 크기가 크고 맛이 좋은 것을 애밀(崖蜜)이라고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에서도 ‘꾀꼬리’가 앵두를 먹고 앵두의 형태가 복숭아와 비슷하기 때문에 앵도라 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앵두의 어원에 대한 인식은 중국과 같았던 것으로 보인다.
‘앵두같은 입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전에는 붉은 앵두를 매우 귀한 과일로 여겨왔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과일에 비해 저장성이 약해 잊히고 있는 과일 가운데 하나이다. 앵두는 상온에 보관하면 쉽게 물러지므로 가급적 빨리 먹어야 하고, 냉장 보관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과일에 비해 일찍 먹을 수 있다는 면에서 예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앵두는 잎이 나오기 전인 올해 3월경에 꽃이 피므로 이때를 ‘앵두의 달’이라는 의미에서 ‘앵월’이라고 한다. 앵두의 과육은 부드러워 주로 생식하지만, 과일주. 과일즙. 젤리. 잼. 정과. 앵두편 등으로도 이용된다.
1. 앵두의 품성과 의미
1) 종묘에 제물로 올리던 앵두
동양에서는 예부터 앵두를 귀히 여겨 왔다. 앵두나무는 그늘이 많고 다른 과일보다 먼저 익으므로 고인(옛날 사람)은 앵두를 매우 귀히 여겼다.
이렇게 귀하게 여긴 앵두를 종묘에 제물로 올리기도 하였다. [예기]에 ‘중하(음력 5월)에 기장이 익으면 천자는 병아리에게 기장을 맛보게 하고, 신하가 앵두를 올리면 종묘에 먼저 바친다.’라고 하였고, 매우 많은 고서에서 이러한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동의보감](1613)에 의하면 앵두를 침묘(종묘)에 제물로 올린다고 하였으며 [조선왕로실록]에서는 구체적으로 음력 5월에 앵두를 종묘에 올린다고 하였다.
2) 앵두 이명
앵. 앵도(꾀꼬리가 앵두를 먹기 때문). 함도. 형도. 애밀(낭떠러지에서 양봉한 꿀과 같다는 뜻) 등등 앵두의 이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에 [임원경제지]에도 같은 내용이 인용되어 있다.
이상과 같은 앵두 이명에 대한 논의를 [패문재광군방보].[흠정수시통고] 등에서 총괄하여 정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에서도 ‘꾀꼬리가 앵두를 먹고 앵두의 형태가 복숭아와 비슷하기 때문에 앵도라고 한다.’라고 했다.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가 점령했던 우리 삶 속에서의 먹거리 문화는 이제 점차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것에 일조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통’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았던 그 전통음식이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한의학과 연계되어 관심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서양에서 부러워하며 동양의 여러 지혜가 축적된 학문인 한의학 중에서도, 체질별로 인체의 생리와 별리 기전을 다르게 인식하는 ‘사상의학’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만의 독창적이고 우수한 의학 체계라고 여겨진다.
이 책은 ‘한의학과 농학에서 바라본 우리의 전통문화, 그 중에서도 전통음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 음식에 담겨 있는 전통문화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이해시켜주고 음식궁합의 이치에 다다르도록 하는 참고서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피자, 햄버거와 같이 서양에서 들어온 음식에 대해서는 해박한 반면에, 우리 전통음식에 관한 상식은 많이 부족하거나 오류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 책에서는 고서의 해독을 통해 식품의 어원과 관련된 오류를 찾아내는 것이다.
책에서 다룬 15가지 중에서도, ‘밤, 고추, 무화과, 미꾸라지’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밤나무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근본, 즉 조상을 잊지 않는 나무로 인식되어왔다. 그 이유는 다른 식물과는 다르게 종자의 겉껍질이 썩지 않고 뿌리에 계속 끈질기게 붙어있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가 항상 제사를 지낼 때 제사상에 밤을 올리고 조상의 신주도 밤나무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밤은 몸의 신체기관 중 ‘신장’에 좋기 때문에 다리, 하체의 힘을 길러주어 노인들의 영양식으로 손꼽히는 것이었다.
1. 고추의 도입 과정과 품종 분화
1) 고추가 전파된 시기
현재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는 모든 고추는 열대아메리카가원산지인 안눔에서 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력 전 2000년경부터 재배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려진 고추는 콜럼버스에 의해 1493년 유럽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1550년경 감미종이 도입된 다음 식용으로 이용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고추는 포르투갈 사람들에 의해 동양에 전파되었다.
고추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알려진 것은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로, 이를 통해 고추가 일본에서 도입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물류칭호(物類稱呼)』 등을 보면 고추가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전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나 문헌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이덕무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고추가 임진왜란 이전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즉, 고추는 임진왜란 이전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개량된 고추가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전해진 것이다.
2) 고추 품종의 분화
고추가 도입된 이래 재배됨에 따라 여러 가지 품종으로 분화되었지만, 당시에는 산초나무와 고추를 서로 혼동하기도 했다.
2. 고추의 명칭에 대한 의미
①남만초: 고추를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매운맛의 초피나무와 비슷한 것으로 인식.
②왜개자: 왜국을 거쳐 도입된 고추가 겨자처럼 매운 맛이 있다는 뜻. 또는 왜국에서 온 것으로 초피나무와 같이 맵다는 뜻.
③왜초 또는 왜고초
④번초 또는 남초: 남쪽 오랑캐 땅에서 왔다는 뜻.
⑤고초(苦草): 향명
⑥번초: 남만에서 온 고추.
⑦랄가: 맛이 맵고 모양이 가지 비슷하다는 뜻.
⑧고초(苦椒): 고추의 어원. 맛이 맵다는 뜻.
책을 쓰는 시기에 따라 고추의 표기를 달리했는데, 이는 저술 시기에 따라 당시 시대 상황에 맞추어 고추에 대한 표기방법이 달랐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3. 고쵸에 대한 논쟁
후추와 고추는 매운맛이 천초, 진초 등과 비슷했기 때문에 초(椒)를 붙여 같은 무리로 인식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래 한글로는 남만쵸, 비고초, 고쵸, 고초 등으로 표기되었기 때문에 고추의 어원이 `고쵸`임은 분명하다. `고쵸`는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서로 다르다.
1. 감에 대한 일반적 인식
1) 동양의 과일, 감
감나무는 동북아시아 특유의 온대 낙엽 과수로, 우리나라에서는
삼실과(三實果)라 하며 `동양의 과일`이라고도 한다.
2) 감의 품종과 맛
감의 맛은 매우 달며 여러 가지 이명(異名)을 가지고 있다.
-적실과, 동밀, 척소, 금의옥액
홍시(烘柿)는 마치 불에 쬔 것과 비슷하다는 뜻으로 붙은 이름인데, 말랑말랑하면서 붉게 익은 감이라는 뜻의 홍시(紅柿)와 사실상 같다.
이시진은 감의 종류에 대해 `땡감을 그릇 속에 넣어 두면 자연스럽게 붉게 되는 것을 홍시(烘柿)라 하고, 햇볕에 말린 것을 백시(白柹)라 하며, 불에 말린 것은 오시(烏柹)라 하며, 물에 담아 둔 것을 임시(醂柹)라 하며, 씨가 납작하고 목별자의 인과 같이 생겼지만 단단하고 그 뿌리가 매우 깊이 들어가 단단한 것을 시반(柹盤)이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3) 감의 주생산지
좋은 품종의 감은 대부분 남쪽 지역에 많은데, 이는 감나무가 대체적으로 추운 것을 싫어하여 바람이 불지 않는 남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2. 감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
●오상(五常)과 칠절(七絶)의 감나무
감나무는 오상과 칠절을 지녔기 때문에 예전부터 효의 상징으로 인식했다.
-법인 오상: 문(文), 무(武), 충(忠), 효(孝), 절(節)
또한 옛사람들은 7가지 좋은 점인 칠절이 있다고 했다.
-칠절: 첫째 나무가 오래 살며, 둘째 많은 그늘이 있어 시원하고, 셋째 새가 둥지를 짓지 않으며, 넷째 벌레가 없고, 다섯째 서리 맞은 단풍잎이 보기 좋으며, 여섯째 맛있는 열매가 열리고, 일곱째 낙엽이 비대하여 글씨를 쓸 수 있으므로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즉, 감나무는 풍류와 운치를 즐기는 데 매우 좋다고 인식했던 것이다.
3. 감의 한의학적 효능
감은 차가우면서 수렴하는 기운이 강하다.
`감은 단맛이 있지만 차가우면서 떫은 기운이 있다.` -『本草綱目』
『本草精華』 등에서도 감은 속을 튼튼하게 해주며 갈증을 없애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