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쇠는 할아버지와 부채를 팔러 장터에 가게 된다. 그 곳에서 나일론 부채를 파는 부채 장수를 보게 된다.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대나무 부채에는 관심이 없고 물에 젖지 않는 그리고 오래 쓸 수 있는 나일론 부채에 관심을 가진다. 부채가 팔리지 않자 할아버지는 기운을 잃고 만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대나무 부채의 대단함을 인정하고 알아주는 사람들이 부채를 구매를 한다. 이로 인하여 돌쇠는 할아버지의 부채에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신이 나서 처음에는 입만 오물 거렸던 말을 아주 크게 내뱉는다. 그런 손주를 뒤에서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길로 이 동화는 끝이 난다. 이 동화의 내용에서 보면 예전에는 아주 잘 팔리던 부채였지만 요즘에는 나일론 부채의 등장으로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화는 현대문화에 밀려난 우리의 전통문화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 중에는 대단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현대의 문화에 밀려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전통문화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작가의 의도가 나타나는 작품인 것 같다.
1. 바람을 파는 소년
돌쇠는 대나무밭 가운데 외딴 오두막집에서 할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다. 계절마다 대나무로 할아버지는 그때그때 알맞은 물건을 만들어 ‘알미장’에 내다가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대나무밭은 돌쇠와 할아버지에게 큰 재산이었다. 날씨가 무더워지기 시작하면서 할아버지와 돌쇠는 대나무 부채를 만들어 팔려고 장에 간다. 대대로 이름난 대나무 부채가 얼마나 잘 팔릴까 돌쇠는 기대하면서 장에 따라나선다. 그러나 색색깔의 나일론부채가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대나무부채는 인기가 없는 것을 보고서 돌쇠는 속상해진다. 그래서 돌쇠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큰 소리로 대나무부채를 홍보하였는데 할아버지 또래의 손님이 와서 대나무 부채를 칭찬하자 고맙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에 힘입어서 돌쇠는 더 열심히 홍보를 했다. 뒤에 할아버지가 와 있는 것도 모르는 체로.
봇짐을 등에 이고 있는 할아버지의 옆에 손자로 보이는 조그마한 아이가 자신의 키만 한 짐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따라가고 있다. 그런 모습을 양손에 부채를 들고 있는 빡빡머리 아이가 지나치며 바라보고 있다. 참으로 서정적인 장면이다. 책의 표지를 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 방학이면 놀러가곤 했던 시골 외갓집이 생각이 난다. 이 책은 ‘이준연 작가의 가을나비’이다.
이 책은 이준연 작가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썼던 수많은 동화들 중에서 7편의 동화를 엄선한 동화집이다. 이준연 작가의 서정적 정서를 표현한 글의 줄거리와 그것을 그림으로 묘사한 김재홍 작가의 그림솜씨가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를 옛 추억으로 인도한다. 이 책에 나오는 7가지 동화는 신기하게도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옛 이야기 같다. 이글을 읽고 있으면 무더운 여름 대청마루에서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들려주시던 할아버지의 옛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급격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