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연탄길》의 이야기들은 초중고 교과서에 수록될 만큼 우리 시대에 모두가 읽어야 할 명작으로 단단히 자리매김 하였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 추가된 이야기들은 부모는 자녀를, 자녀는 부모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아울러 이번 책에는 이철환 작가가 직접 그린 72점의 그림이...
얼마 전 기말고사를 일주일 정도 앞두고 내게 계속 국어 문법 문제를 물어오는 친구가 있었다. 문법은 아홉 개 과목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라 성적 또한 잘 나왔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가 물어보는 문제들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친구의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내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고, 또 재밌기도 해서 기분 좋게 설명해주었다.
아침 산책을 하다가 문득 깜짝 놀랐다. 어느새 가을이란 손님이 성큼 내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리없이 다가온 가을은 풀, 나무, 꽃에 깃들고 마침내 소리없이 여름을 저 멀리 쫓아내 버렸다. 여기저기 울긋불긋 물든 단풍으로 아름다운 가을은 소풍의 계절이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간다고 설레던 내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소풍할 때 빠지지 않는 백미(白眉)는 바로 김밥이다. 김밥안에는 단무지, 계란, 햄, 전구지가 기본재료로 들어간다.
‘연탄길’은 이웃들의 실제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담아 여러 개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다. 그리고 삭막한 세상에 희망의 등불을 매다는 우리 이웃들의 조그만 실천과 사랑의 베풂의 삶을 담고 있다. 나는 책에서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을 골라 쓰려고 한다.
유명한 이야기로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있는데, 목욕탕에서 6살의 어린 아이가 발을 담그던 물이 들어있는 대야를 아버지께 드리며 세수하라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이에게 발을 담갔던 물은 더럽기 때문에 얼굴을 닦을 수 없다고 알려주며 아이에게 대야에 있는 물을 버리라고 했다. 잠시 후, 아이는 아버지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생각한다. 왜냐하면 탕 안에서 여러 사람이 발 담구고 있는 물로 얼굴의 땀을 씻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발 담갔던 물은 더럽기 때문에 얼굴을 씻을 수 없는데 얼굴을 씻고 계시니 모순이 되어 버렸다. 똑같이 생각하면 다 같이 발 담군 물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바뀌는 것은 고정관념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정관념은 어렸을 때에 생성되는 것이다. 아버지처럼 말은 틀린 것은 없지만 행동이 달라 의아한 것들은 일상생활에도 많다. 이 글은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었다.
'연탄길'은 가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가난에 대한 이야기는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한 배경일 뿐이며 차가운 땅에 누워서도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연탄길’을 읽으면서 아직은 세상은 살만 하구나 싶었다. 절로 눈물이 나오고, 가슴 져미는 감동으로 하나 하나 실타래를 풀어가는 느낌이다.
각박해질대로 험악한 삶의 문턱에서 잠깐이나마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좀더 겸손해 질 수 있었다. 이웃이 무언지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보다 어려운 이웃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는 사실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도 ‘연탄길’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을 한번쯤 접해보지 않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과 사물, 환경을 인식하는데 있어 인간의 눈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다. 하지만 시각만으로는 이러한 것들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군 생활을 하며 매 순간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의 답을 동화책 연탄길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마음으로 바라보기의 중요성
연탄길은 430만 명의 독자가 읽은 베스트셀러임과 동시에 교과서에도 수록될 만큼 현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저자는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만, 볼 수 있기에 볼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어머니와 마주하고 있을 때보다 오랫동안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 못할 때 오히려 어머니의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그리움을 마음으로 느낄 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다. 군 생활을 하다 보면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후임들을 보곤 한다. 나는 그동안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오늘 학교에서 야자시간에 읽었는데 너무 감동적이어서 엄마도 한번 읽어보시라고 사왔어요"
하굣길에 아들이 불쑥 내민 한 권의 책은 이철환님의 <연탄길>이란 책이었다. 한 장 한 장 읽어가자 가슴에 잔잔한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때론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또 빛이 될 순 없지만 어둠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준 사람들의 이야기. 부족한 가운데 풍요를 느끼게 하는 넉넉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적시게 했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연탄 그림이 있고 그 옆에 나를 전부라도 태워, 님의 시린 손 녹여 줄 따스한 사랑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움으로 충혈 된 눈 파랗게 비비며, 님의 추운 겨울을 지켜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함박눈 펑펑 내리는 날, 님께서 걸어가실 가파른 길 위에 누워 눈보다 더 하얀 사랑이 되고 싶었습니다라는 시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