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4회 일본 호러 대상을 수상한 기시 유스케의 장편소설『검은 집』.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호러 소설가 중 하나로 꼽히는 기시 유스케는「ISOLA」로 제3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장편부 가작을 수상하고,『검은 집』으로 제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하면서 최고의 역량을 검증받았다. 그밖의 작...
이 책은 보험회사의 직원인 신지가 우연히 검은 집 자살사건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자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기에, 신지는 이 사건이 보험금을 타기위한 타살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사이코패스라는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검은 과부 거미에 관한 이야기도 알게 된다. 검은 과부 거미는 교배를 마치면 수컷을 잡아먹는데, 책 속에서는 인간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한다.
사실 <검은 집>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더 먼저 보았는데, 그 때는 원작의 치밀함을 느끼지 못해 별로 무섭지 않았던 것 같다. 섬세한 구성 때문이었는지, 글로 읽을 때가 오히려 더 섬뜩하고 무서웠다. 문체와 구성만으로도 기묘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제1장 악몽의 서막
어두컴컴한 집 안으로 발을 들이민 순간,
이상한 냄새가 코로 파고 들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마치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의 소굴로 들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일어났다.
제2장 사이코파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남자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경고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그자는 당신을 죽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p145 그 순간, 강렬한 냄새가 그의 콧구멍을 엄습했다. 그는 자신의 미소가 그대로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향수 냄새였다. 그것도 사향처럼 비린내가 나는 동물적인 냄새였다. 조금 전부터 사무실을 휘감던 이상한 화장품 냄새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던가.
그는 향수를 적당히 뿌리면 좋지만 너무 강렬하면 악취에 불과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카운터에 있는 사치코는 향수 한 병을 통째로 뒤집어쓴 것처럼 코를 찌르는 냄새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는 검은 집을 휘감던 이상한 냄새의 정체를, 이제야 가까스로 알게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p146 사치코는 둔중한 음습함이 똘똘 뭉쳐 있다는 느낌을 거리낌없이 풍기고 있었다. 이중으로 늘어진 턱은 길쭉한 얼굴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고, 눈은 조각칼로 그어놓은 것처럼 쭉 찢어져 있어서 마치 아무 표정이 없는 가면을 연상시켰다.
향수의 악취는 그렇다 치더라도 옷매무새는 더욱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빗지도 않았는지 이리저리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머리칼이 가느다란 잔물결을 이루고,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붉은색 원피스의 긴소매는 손목까지 뒤덮고 있었다.
p148 신지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가볍게 코를 막았다. 사치코의 향수 냄새는 이미 그 자리에 서 있기조차 힘들게 만들어서, 어느 사이엔가 카운터에 앉아 있는 고객은 그녀 한 사람밖에 없었다. 다른 고객들은 냄새에 진절머리를 내며 일찌감치 발길을 돌려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