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전근대, 근대, 현대의 3권으로 구성된 ‘쟁점 한국사’ 시리즈는 단군조선의 강역 논란부터 한일 역사교과서 논쟁까지 역사학자들이 가려 뽑은 한국사의 24가지 핵심 쟁점을 담았다.
통사 구성의 일반적인 교양서들과 달리 역사적 논쟁과 이슈를 중심으로 한국사를 재구성했다. 한명기, 이기훈, 박태균 등 각...
1. 우리 고대사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고조선과 부여는 만주와 한반도를 무대로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세워진 국가이다. 그러나 두 국가의 역사상 발전 과정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리는 이뤄지지 않았고 고고학적 자료의 이해 역시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조선과 부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1970년대 말 등장한 재야 사학자들이 1980년대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웅대한 한민족사와 고조선사에 열풍을 일으키며 이끌었다고 한다 그들은 대개 단군신화의 실재성을 믿고 고조선의 역사가 아주 오래 되었으며 출발단계부터 광대한 영역을 통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군신화를 포함한 후대 고조선의 사료와 남만주 관련 중국 사료에 대한 종합적이고 비판적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첫 국가 터전을 마련한 고조선이 일어난 시기를 보통 기원전 2333년 이라 한다. 이를 단군기원, 즉 단기라 하는데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서 단군이 나라를 세운 때가 중국의 첫번째 임금인 요임금의 즉위년과 같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요임금이 실존 인물인지도 불분명하고 그가 왕위에 오른 연대도 더더욱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고조선의 건국 시조로 단군의 역사적 존재를 인정하는 것과 한 민족 전체의 공통 조상으로 단군 할아버지를 받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고조선은 청동기 사회 발전을 바탕으로 시작되고 철기를 비롯한 금속문화가 보급되면서 촉발된 농업 생산력의 발전과 그로 인한 사회 분화 과정에서 국가를 형성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 선진 철기 문화를 누리던 세력이 성정하면서 기원전 4~3세기 경 고조선의 중앙 지배 권력이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초기 고조선의 역사는 남만주 지방에서 발전한 비파형동검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실제 단군신화는 지배자가 등장하는 단계의 역사를 신화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그 배경을 청동단검 문화와 연관시켜야 할 것이다. 비파형 동검 문화는 기원전 10세기 초에 나타나 기원전 8~7세기 경 번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