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욕망에 대한 한 권의 시『글로리홀』. 시집 같기도, 소설집 같기도 하다. SF, 디스토피아, 포르노그래피, 하드코어 야오이물, 팬픽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특정 시기 영미권 대중문화와 하위문화에 대한 충실한 보고서나 오마주, 부패한 세상을 풍자하는 알레고리, 혹은 자아를 찾기...
문득 인간이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 치여 꺼내보진 않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굴러다니는 의문. 인간은 본능 덩어리일까, 욕망 덩어리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을 인간적이게 하는 그 원형의 정체는 뭘까.
김현의 첫 시집 글로리 홀을 읽으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어려웠고 잡힐 듯 말 듯 한 이미지들 때문에 애타기도 했다. 반쯤 읽다가 행간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아 어지럽기도 했다. 우선 내용은 둘째 치고 시 읽어내기 자체가 너무 어려웠는데 그것은 내가 일단 이런 스타일의 시를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아무리 집중해서 읽고 있어도 자꾸만 시 밖으로 밀쳐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들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일단 이 시집의 표면적인 특징을 꼽자면 대중적 아이콘이나 코드들로 범벅이 되어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