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꽃게 무덤』은 『폭소』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세 번째 소설집으로, 작가 특유의 매끈하고도 날렵한 중성적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간장게장을 탐식하는 한 여자와 사라져버린 그녀를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표제작 「꽃게 무덤」, 여성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권지예의 [꽃게무덤]은 사랑의 속성에 대해 깊이 있고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꽃게무덤]에서 말하고 있는 사랑은 프로이트가 말한 사랑으로 프로이트는 일찍이, 사랑하던 고양이를 잃고 고양이를 흉내 내는 아이를 관찰, 치료하면서 ‘인간이 지극한 애정의 대상을 잃었을 때 그 상실감을 견디기 위해 그 대상의 어떤 속성을 무의식적으로 습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고 설명한 적이 있었다.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상실감을 메우기 위해서는, 대상의 속성이라도 자신의 것으로 간직해야 그 대상을 잃어버린 상태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속성 중 ‘집착’에 관한 부분을 중심으로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명백한 불가역 화학 반응인 사랑
“내게 너무 집착하지 말아요. 난 언젠가 떠나버릴지도 몰라요”라고 충고했던 그녀의 말을 지키지 못하고, 기어이 그녀를 많이 사랑하게 된 그는, 어느 날 질투심에 불터 그녀의 뺨을 때리고 목을 조름으로써 그녀를 영영 떠나게 만들어 버린다.
“사랑이 일종의 재앙이라면 그것은 집착 때문일 것”이고, 그 집착으로 인해 그녀는 그를 떠났으나, 그는 다른 방식으로 여전히 그녀에게 집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