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두 번째 창작집 <남쪽 계단을 보라> 맨 마지막에 실렸던 윤대녕의 중편소설과 프리랜서 포토그래퍼로 활동중인 조선희의 사진작품을 담았다. 사막을 보기 위해 11박12일간의 실크로드 여행을 다녀오는 주인공이 사막과 관련한 기억을 풀어내며 일상의 욕망과 잃어버린 꿈을 얘기한다.
사막은 동서남북의 구분이 없으며 명확하지 않으며 철저히 근대적이지 못한 공간이며 따라서 사회적이지 않은 공간이다. 사막은 그 자체가 유목(遊牧)인 셈이다.
사막은 정착을 거부하며 구획을 거부하며 제도를 거부하며 관습을 거부한다. 사막은 순간의 연속이며 순간의 다발이다.
2. 사막적 사랑과 욕망
윤대녕의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은 원점회귀형 소설이다. 대부분의 원점회귀형 소설이 그렇듯이 여행 전의 화자와 여행 후의 화자는 동일하지 않다.
여행 전의 화자는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누구나 알 만한 재벌그룹 산하의 증권회사”(p.248)에 다니는 가장이다.
“애를 둘 낳고 나서도 허리가 이십오 인치인 아내”, “총명하고 결벽증이 심한 아이들”, “서른 두평의 아파트”, “은행신용카드”, “피에르 가르뎅과 기 라로슈, 랄프 로렌과 크리스찬 디오르”, “마크 레빈슨과 와피데일 그리로 CD가 오백여 장”(p.248) 등의 사회경제문화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열한시쯤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침대에 들어가 자정까지 천천히 섹스”(p.251)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정착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