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 아버지는 끝내 시대적 맥락에서 일탈한다. 시간이 흘러 지하철을 타지 않고 사라진 아버지는 기린이 되어 돌아온다. 이는 흡사 카프카의 저 유명한 「변신」을 연상케 하는 장면일 텐데, 그 누구도 아버지의 변신을 두려워한다거나 알아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카프카의 작품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사정을 안고 삶의 안전선, 즉 지하철이라는 비좁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푸시맨과 같이 그 경계선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을 회의하고 있는 것인지, 그 지하철, 즉 자본주의 사화에서 탈출이든지 도망이든지 그곳을 벗어나려 하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현세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는 박민규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총 10개의 단편 중 첫 번째 작품인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아들이 겪는 아픔을 그린 내용이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몰래 바람을 피웠 고, 성인이 된 후에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했다. 그런 아버지에게서 벗어 나기 위해 집을 나온 아들은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하게 되고, 그곳에 서 첫사랑이었던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이미 남편이 있었고, 아이까 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서로 끌렸고,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그런 데 알고 보니 그녀는 임신중독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출산 예정일보다 일찍 아기를 낳아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낳은 딸이 바로 ‘기린’이었다.
리는 왜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을까? 우리는 왜 돈을 벌기 위해 우리의 건강, 시간, 꿈을 버려가면서까지 돈을 벌려고 하는 걸까? 현대사회에서의 돈은 단순한 화폐나 교환 수단이 아닌 삶의 목표가 되었다. 건강을 유지하거나 자신의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하려고 쓰는 돈을 오히려 그것들을 버려가면서까지 벌어야 하고, 꿈을 이루고 자아실현을 달성한 보상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닌 돈으로써 꿈을 이루려는 것이다.
실제로 돈을 많이 오랫동안 버는 직업이 좋은 직업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변 친구들을 보면 초등학교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장래 희망으로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고등학교에 와선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 적성에 맞지도 않는 ‘좋은 직업’을 장래 희망으로 삼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이 작품을 읽고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하고 감사한 마음부터 들었다. 나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그동안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걱정해본 일이 없다. 대학 등록금은 전부 부모님이 충당해주셨고, 교육비며 식비, 생활비까지 모두 지원을 받으며 생활해왔다. 그래서 작중 속 주인공이 ‘나의 산수’의 세계에 빠져 살고, 여러 최저 임금 형식의 알바에 전전하며 살아가는 것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다만, 나는 그저 더 좋은 옷을 사입고, 부모님 몰래 사고 싶은 것을 사려고 아르바이트를 아주 잠깐씩 했었다.
자본주의 사회
요즘에는 중간층이 줄어들고, 상류층과 하류층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빈부격차의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사라질 수가 없고 마주칠 수 밖에 없다. 박민규의「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는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주인공 가족이 있다. 주인공 ‘나’의 어머니가 아프기 전에는 맞벌이하며 살아가는 가족이었지만 어머니가 쓰러지고 나서 돈을 버는 사람이 한 명으로 줄어들고, 어머니의 병원비로 인해 돈이 부족하여 가족의 삶이 힘들어지고 있다. 갑자기 버는 돈이 줄어들고 나가는 돈이 많아져 주인공 가족은 하류층에 다가간다.
결국 아버지의 돈으로는 부족하여 ‘나’ 또한 아르바이트하게 된다.
1930년대 후반의 일제강점기는 암흑기로 일컬어지는 시기로, 이 시기의 작품은 대체로 교과서에 실리지 않았다. 특히나 조선의 문인들이 일본어로 쓴 작품은 잊힌 문학이 되어왔다. 교과서에 실린 일제강점기의 문학은 대부분 조선과 일제를 완전히 대립하는 것으로 묘사하여 일제의 폭력에 대항하거나 친일 인물을 풍자하거나 민중을 계몽하거나 현실의 정치적 상황을 외면하는 식으로 전개되어왔다.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이러한 방식은 관습화된 서사를 이룬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 ‘나’는 모든 것의 가치가 돈에 의해 결정되는 세상을 마주하는 순간 흔들린다. 산수를 하는 삶은 인간의 존재론적 목적이 지워진 삶이다. ‘나’는 아버지의 산수를 목격하고 동시에 자신이 처한 삶의 현실을 깨닫는다. 산수의 삶을 물려줄 수밖에 없는 아버지는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산수는 자신의 삶이라고 말하며 아버지를 외면한다. ‘나’는 지하철에서 무기력한 아버지를 밀고 열차 속에 아버지를 가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무섭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인 가치들을 절하하고 폄하해도 무방할 만큼, 딱 그만큼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자본주의’는 누군가에게 처절한 비극이지만, 누군가에겐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다. 이 소설은 그 비극 속에 사는 인물의 삶을 잘 그려내었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화성인을 동경한다. 지구보다 태양과 멀어 덥지도 않은, 살기 좋은 화성을 동경한다. 시급 천오백원, 천원의 주유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시급 삼천원의 푸시맨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을 때, 주인공은 자신이 화성에 도달한 기분을 느낀다. 태양계의 중심인 태양은 말 그대로 태양계에 속한 행성에서 살아가기 위한 절대적인 존재이다. 태양이 쏘는 광선은 우리의 양분이 되고, 삶의 필수 조건이다. 이 태양계가 우리 사회라면 태양광선은 자본에 대입할 수 있겠다. 승일은 화성인들의 삶을 부러워한다.
작가 소개
박민규
나이 : 50세
출생 : 1968년 울산광역시
학과 :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문예창작학과학사
주요 작품 : 지구영웅전설(2003), 카스테라(2005), 핑퐁(2006) …
특징 : 독특한 작품의 소재나 구성, 문체 그리고 사회 비판적인 의식 수용
작품 소개
갈래 : 현대 소설, 성장 소설, 단편 소설
성격 : 사실적, 해학적, 희극적, 사색적, 환상적, 비판적, 반어적
문체 : 고백체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구조 : 역순행적 구조 (현재-과거-현재)
주제 :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의 고달픈 삶과 소년의 성장
‘나’는 아버지가 <을씨년>스러운 곳에서 가냘픈 표정으로 일을 하시는 것을 본 이후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나는 통장에 저축을 하거나 용돈으로 사용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편의점에서 일을 하던 ‘나’는 나에게 곧잘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주는 코치 형에게 ‘푸시맨’이라는 일을 해볼 것을 제안 받는다. 높은 시급과 다른 아르바이트를 같이 병행할 수 있다는 것 등 좋은 조건 때문에 ‘나’는 지하철에 사람을 꾹꾹 눌러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열차를 타게 만드는 ‘푸쉬맨’을 하게 된다. 이 일을 하면서 ‘나’는 아침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목격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겪는 등 우울함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던 와중에 지하철을 타시는 아버지를 마주하게 되고, 아버지를 열차에 밀어 넣어 드리는 일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