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건축구조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바라본 서양건축사. 지은이는 쿤의 패러다임 이론을 적용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양식을 '기술'이라는 잣대로 설명하고 있다. 어려운 수식이나 용어를 피하고 실제 건축물을 예로 들면서 상세하게 소개한다.
1부에서는 건축물이 무너지지 않고 서있는 원리를 체계적으로 서술하면서, 감상대상으로서 건물구조의 양상을 말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2부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건축물,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 건축물, 19세기의 철구조물, 그리고 20세기 전반기와 후반기의 건축물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풍부한 사진과 그림을 곁들였다.
건축 얘기로도 이렇게 재미가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긴 문구를 초반부터 발견했는데 그건 바로 터키에 강진이 났던 때 왜 고대 건물만 멀쩡하고 현대 건물만 작살이 났을까 하는 점이었다. 오히려 콘크리트가 돌보다 더 강하다고 한다. 돌로 지은 게 좋은 평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책 제목을 접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건축이라는 거대한 지식의 체계였다. 저자는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해 왔는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중서처럼 가볍지 않으면서도, 일반 독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시작 부분에서 다루는 기초적인 구조 지식에 대한 서술이 은근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건축물을 지탱하는 힘의 흐름, 하중이 이동하는 원리,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예술적 표현에 대한 예시가 곳곳에 언급된다. 그 흐름을 조금씩 따라가다 보면, 서양 건축사가 단일한 선에서 움직여 온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새로운 기술과 재료, 사회적 요구에 의해 변화해 왔음을 알게 된다. 눈에 잘 띄지 않던 부분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 같았다. 무언가 가볍게 넘어갔던 부분도 다시 떠올리면 새롭게 느껴진다. 저자의 말투가 부담스럽지 않아서 집중에 방해되지 않는다.
처음 몇 장을 넘기자, 고대 그리스의 신전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돌기둥이 우뚝 솟아 있고, 기둥 위에 얹힌 보와 지붕이 전체를 구성한다. 그 시대의 장인들은 당시에 가능한 재료와 공법을 최대한 활용했다. 실제로 지금 남아 있는 고대 건축물 중 다수가 몇 세기를 버텨냈다는 것은 놀랍다고 본다. 세부를 뜯어보면, 지붕을 어떻게 올리고 하중을 어디로 분산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당대의 철학과 미학도 함께 투영되었을 것이다. 거기엔 단단한 돌과 수학적인 균형감이 조화를 이룬 듯하다. 책 속에서 제시된 사진을 보면, 저자가 강조한 각 부분의 구조적 특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마치 한눈에 들어오는 대형 도면처럼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그냥 보기 좋은 예술품이라고만 여겼지만, 이 작업을 통해 근본이 되는 원리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주변의 건축 환경을 다시 보게 되는 순간이다.
‘구조의 구조’는 사회학자 함인선이 쓴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서도 특히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작가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중심의 고용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논의들은 정치권이나 정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나 노조 활동가 개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진보진영 내부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보수 진영 역시 기득권 유지만을 위해 투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건축학개론 수업 첫 시간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건축물은 하나의 구조체이자 예술 작품입니다. 따라서 건물을 설계할 때는 반드시 심미성과 기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다. 집이든 빌딩이든 모든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구조라는 뼈대 위에 지어진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건축물의 본질이자 핵심이다. 만약 뼈대가 부실하다면 당연히 무너지거나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도 개인이라는 골격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개개인 모두가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국가를 형성하니까 말이다.
건축물만큼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예술 작품도 드물다. 다양한 형태와 크기 그리고 용도를 가진 건물 하나만으로도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확 달라질 정도니 말이다. 물론 모든 건축물이 아름답거나 실용적인 건 아니다. 때로는 흉물스럽거나 쓸모없는 공간 낭비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오늘날 현대 건축물 가운데 상당수가 획일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