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중세인의 성과 사랑, 죽음과 저승세계로의 여행『사제와 광대』는 중세문화를 교회의 규범으로 대변하는 공식 기독교가 아니라 평신도들의 입장에서 파악하는 민중기독교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중기독교는 비록 기도교적인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이교적 민속 문화로 채워져...
문맹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중세사회에서 설교는 평신도들을 교육하고 그들에게 기독교 이념을 전파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중세 초(5~10세기)는 성직자를 대상으로 한 설교가 주를 이루었다면, 중세 중기(11~12세기)는 설교가 점차 다양해지는 가운데 중세 말(13~15세기)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대중설교가 등장했다. 중세 초에도 물론 대중과 접근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성직자들이 겸손한 자세로 ‘무식한 대중’에게 접근할 것을 권유한 것이라든지, 민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속어(俗語, 여기서 속어란 성직자가 쓰는 거룩한 언어인 라틴어에 견주어 민중이 쓰는 ‘상스러운 언어’인 각 국어 또는 각 지방어를 말함)대중설교를 권장한 것과 같은 ‘민중’ 지향적 시도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설교는 남성만, 그것도 고위 성직자(주교와 그에 의 서품된 사제)만이 할 수 있었고, 설교의 내용도 ‘권위’에 대한 인용에 한정되었으며, 설교의 언어도 그들이 말하는 성직자가 쓰는 거룩한 언어인 라틴어였다.
‘사제와 광대’ 라는 책은 중세 유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특히나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개념인 중세를 대표하는 기독교와 교회라는 시각(책에서는 엘리트 과 동시에 그 당시 기독교 신자였던 농민에 대해서 전통문화의 파수꾼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즉 거시적 관점에서 중세 유럽을 바라보기 이전에 미시사적으로 개개인의 생명력과 창조적 주체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민중기독교는 겉으로는 기독교적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이교도적 민속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 형태를 말한다. 또한 이 책의 서문에 나오는 독특한 점으로는 ‘민중’ 의 의미에 대해서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하는데 ‘교회문화’ 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서술 할 뿐더러 그로 인하여 농민은 물론, 귀족, 심지어는 성직자까지도 민중에 포함시켰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에로스적인 것을 중심으로 교회문화와 세속문화의 갈등을 부각시켜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