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가 몰랐던 일본 사회의 충격적인 민낯!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와 그녀의 남편이자 사진작가 스테판 르멜, 푸른 눈의 이방인이 일본 각지의 그늘진 뒷골목을 5년이나 돌아다니며 관찰해 써내려간 일본에 관한 탐사보고서 『인간 증발』. 2011년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1년치 방사능 허용치의 여덟...
1. 『인간 증발』을 쓰게 된 배경
저자인 레나 모제는 프랑스 저널리스트로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고 몇 시간만 가면 국경을 넘어 완전히 다른 세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성장해서 일에 몰두하다가 어느 순간 도시에서 주는 삶이 의미 없음을 깨닫고, 삶을 끝내고 싶은 마음과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합니다.
죽는 것보다는 모든 것을 버리고 돌아올 수 없는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마음으로 어느 순간 증발해 버린 일본인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고, 신분을 바꾸고 과거와 단절된 인생을 살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 간절히 도망치고 싶었던 지난날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2. 인간 증발은 실종처럼 보이지만,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문화적 특수 현상
인간 증발은 말 그대로 정상적인 사람이 어느 날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에서는 한 해에 약 10만 명씩 이렇게 사라지는데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실직, 사기, 가난, 시험 낙방 등의 이유로 현실을 도피하는 것입니다.
여기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넥타이를 휘날리면서 바람부는 저녁 항구에 홀로 앉아있다. 그의 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하고 슬퍼보인다. 그는 ‘사라진 청년, 그리고 북한’에 나오는 이야기의 사라진 주인공의 형이다. 그는 2002년 동생이 배를 탔다가 갑자기 사라진 걸 경험하고 지금까지도 동생을 찾고 있다. 그는 동생이 혹시 북한에 납북된 게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다.
도쿄만의 이곳 부두에서 미야모토 츠요시의 동생 나오미는 유람선을 타고 사라져 여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가 사라진 때는 2002년 5월 3일. 당시 스물네 살이었다.
흔히들 말하듯이 일본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이 책은 ‘인간증발’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일본사회의 어두운 뒷면을 다루고 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인구 약 1억 2천 6백만명(2018년 7월 기준). 2020년 2월 지금은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는 극도로 좋지 않고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발이 묶여버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의 상황은 또 어떠한가. 일본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어두운 뒷면은 분명히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물의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숨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
‘인간증발’이란 일본인들이 사회적, 경제적, 개인적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갑자기 스스로 주변 사람(가족 친지 포함)들과 연락을 끊고 사라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책은 일본의 마치 압력밥솥처럼 답답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이런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인인 작가와 사진사인데, 사회에서 증발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통역사를 고용해 일하는데, 통역사들은 일본에서 증발한 사람들과 만나고 인터뷰하는 것을 곤혹스러워 한다. 증발자들은 일본 사회에서 어떤 의미인가. 그들은 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해 곧 사회의 부랑자로 전락해버린다.
이 책을 읽고서 솔직한 심정은 혼란스럽다.
저마다의 이유로 모든 걸 두고 떠난 사람들.
그들이 남기고 간 건 이름이기도 가족이기도 직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다.
누구나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삶을 생각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태어나고 이름을 얻고 성장 하는 것까지 선택할 수 없었다.
물론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어 갈수록 삶은 어느 정도 선택의 기회를 부여받기도 하였지만완벽한 선택권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한다.
어떤 형태로든 살아가던 사람들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증발을 결정한 사람들은 모두 고통을 겪고 있었다.
나는 사는 게 너무 지치고 힘들고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문득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사라진다는 의미는 죽고싶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날 모르는 곳, 아무 걱정 없이 먹는 것, 자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곳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어느 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는 사람이 ‘증발’했다고 표현하는데 이 책 <인간증발>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리는 사람들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일본에는 증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1990년 이후 주식 가격이 폭락을 하고 부동산 가격의 하락, 경기 침체, 디플레이션등이 겹치면서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이를 기점으로 매년 1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증발하고 있는데 그 중 8만 5천명 정도는 스스로 사라졌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다.
지은이인 레나 모제와 스테판 르멜은 프랑스부부이다. 저널리스트인 레나 모제와 사진작가인 스테판 르멜은 어느 날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증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여기서 ‘증발’이란 갑작스레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프랑스인 부부는 증발에 대해 알아볼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증발에 대해 알게 되는데, 흥미로운 사건이 아닌 어두운 일본의 밑바닥 사회를 알게 된다. 이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진으로 사실적으로 보충하며 책을 써내려간다. 다음은 여러 에피소드 중 필자 기억에 남는 것을 차례로 나열하고자 한다.
…그는 대출을 받았고 곧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더 이상 어머니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모든 것을 주었지만 전 어머니를 돌볼 수 없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의 어느 봄날 새벽, 유이치는 저렴한 모델을 알아본 후 병든 어머니를 그곳에 버리고 그대로 달아났다.…
아버지를 여위고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청년 유이치는 ‘증발’을 택한다. 비인륜적인 선택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벼랑 끝에 서있었던 유이치의 착찹한 심정을 모른 채하기도 힘들다.
[인간증발] 자극적인 제목과 그럴 듯한 표지사진.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는 겉모습에 저절로 손길이 갔다. 하지만 소설이 아닌 실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쓴 책이었다. 그런데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사라진 사람들의 그 사연들이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자세히 보니 이 책은 프랑스사람이 쓴 일본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굳이 알아야 할 내용인가?’하는 의문이 순간 들었다. ‘프랑스사람이 사라진 일본인들을 조사한 책이 왜 우리나라에 번역돼 들어 온 걸까? 읽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호기심을 되돌릴 수 없어 결국 책을 집어 들었다. 일본의 특수한 문화 이겠거니 하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한번쯤 읽어볼 수도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는 어떨까 비교해보며 읽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이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하며 읽을 수도 있겠고, 왜 이런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지, 해결책은 없는지 나름 고민하며 읽어볼 수도 있겠다.
부제는 ‘사라진 일본인을 찾아서’이다. 프랑스인 부부가 도쿄, 오사카, 후쿠시마의 골목을 후벼 파는 과정을 사실그대로 보여준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소설인 줄로 착각했다. 도서 카테고리를 본 뒤 흥미를 가졌다.
일본은 경제 대국인 만큼 그 후광 뒤에 무엇이 있는지 상상하지 못했다. 도쿄의산야나 오사카의 가마가사키는 일본 정부에서조차 지도에서 지워버린 유령 지역이다. 이곳은 자발적으로 ‘증발’한 사람들의 일터이자 쉼터이다. 매년 10만 명 중 8만 5천 명이 자발적으로 증발한다고 한다. 자살을 택하는사람도 3만 3천 명이라니 이 또한 적지않다. 충격이다.
증발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물이 끓으면 수증기가 되어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즉, 증발한다. 하지만 물의 형태로 있을 때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지 수증기가 되었다고 해서 그 존재가 사라진 것은아니다. 물 분자는 다른 형태로 공기 중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