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적의 화장법'이라는 이 의미심장한 제목은 어쩌면 지겨운 또 한번의 비유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 뒷면의 저자 사진은 작가보다는 배우에 가까왔기에 이 빨간 표지의 강렬한 책은 읽히기도 전에 일종의 '적'처럼 다가올 수 있다. (표지확대를 클릭하면 작가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백 오십여 페이지의 길지...
노통의 세 권의 소설과 시원한 욕지거리
프랑스 문단에 ‘노통브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그녀의 첫 장편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은 젊은 작가의 과감하고 독창적인,문학에 대한 문학에 의한 문학의 도발이다.
첫 소설을 내는 젊은 작가가 노벨상에 빛나는 대가들의 작품들에 대해 부족한 창조성과 과감성을 거침없이 지적한다. 하지만 기존 문단의 비평가들은 그를 경계하기도 전에 그의 작품은 사람들의 관심의 중심에 서 버린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그만큼 흡인력있고 흥미로우며 거침없지만, 이 모든 것을 모호한 뒤틈과 이중적 가려집 뒤에서 이루어지기에 비판적 생각이 세워지기도 전에 순식간에 읽혀버린다. 그리고 그는 즉시 프랑스의 유명작가가 되었고.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이 첫 소설에서 이루어 냈다.
르 몽드지는 그의 이 첫 소설을 이렇게 칭찬했다.
“ ...우리가 소설에서 기대하는 바는 늘 똑같지 않을까? 우리를 놀라게 할 것, 동요시킬 것, 변화시킬 것. 자신만의 문체, 자신만의 세계를 품고 있을 것. 한마디로 문학다울 것. 아멜리 노통의 첫번째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은 이 모든 조건들을 두루 충족시키는 야심만만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후 매 년 한 권씩 새로운 소설을 발표해서 그 모든 책들을 베스트 셀러에 올린다. 일관된 특징은 그 모든 이야기들이 우리가 한번도 접해본 적 없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이며 또한 새로운 형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아멜리는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두 살 때부터 3년간 일본에서 살았고(고베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이후 중국, 미국, 방글라데시, 버마,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브뤼셀 리브레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92년 25세에 쓴 첫 소설 『Hygiene de l'Assassin(살인자의 건강법)』의 원고를 처음에는 갈리마르 출판사에 투고했으나, 간단히 출판을 거절하였다고 한다. 거절 이유는
”남이 써준 소설“
출간된 살인자의건강법은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를 받으며 10만 부가 넘게 팔리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매년 발표하는 작품들마다 대성공을 거두었다.
공쿠르 상 후보에 올랐던 『시간의 옷』(1996년)은 거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소설로, 세계사의 질서에 대해 경쾌하고 장난스러운 야유를 퍼붓고 있다.
목록의 여러 책들 중에서 나는 어느 정도 짧으면서도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었다. 책 제목으로 검색하여 사람들의 평을 보던 도중, 적의 화장법이라는 책의 내용이 흥미로울 것 같아 읽게 되었다. 나는 항상 복선이나 반전이 있는 줄거리를 좋아한다. 또 퍼즐처럼 얽혀 사전에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를 쥐어짜며 설계해야만 쓸 수 있는 줄거리야말로 작품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나름 재미있었다. 흡입력이 상당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뭐라고 감상문을 써야할지 참 난감했다. 절대로 쉬운 소설은 아니었다. 어렵다고 꼭 좋은 소설이라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중편 길이의 이 소설은 꽤나 난해해서 나는 머릿속에서 올라오는 생각은 많아도 그중 어떤 생각을 어떻게 글로 풀어 쓸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책의 말미에는 간단하게 소설의 풀이 비스 무리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것을 읽고 나니 보나마나 인터넷에 이 책에 대한 여러 전문적인 해석이 올라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으로도 만들어진 것을 보아 꽤나 인지도 있는 작가와 책인 것 같았다.
우리는 내면 의식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제롬은 신원을 알 수 없는 텍스토르와 원치 않는 대화를 시작한다. 텍스토르는 누구이며, 제롬에게 다가간 이유는 무엇일까? 제롬이 느꼈을 텍스토르에 대한 귀찮음과 함께 텍스토르는. 제롬에게텍스토르는 . 제롬에게 다가올 어두운 그림자를 뒤로 한 채 주인공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 말을 툭툭 던지며 대화를 이끌어 간다. 결국 텍스토르는 제롬 스스로 망각했던 죄의식이었으며 자신이 잊었던 지난날의 범죄 행위에 대한 피사체였다. 결국, 제롬은. 끝까지 부인하며 텍스토르를 죽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자해하는 행위로 보인다.
글을 읽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음 텍스토르의 등장으로 그의 이야기는 황당했다. 그의 이야기는 점점 고도 되어 강간, 살인이라는 범죄 행위에 대해 말함으로써 역겨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는 곧 주인공 자신의 내면에 투영된 자의식이었으며 주인공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미쳐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