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쓰였던 시기는 1998년으로 민중이 군부독재에 맞서 87헌법 체제라는 성과를 이룩한 지 10여년이 지난 시기이며, 그러한 형식적 민주주의를 구성한 이후 군부 민선 정권, 보수 민선 정권을 거쳐 진보 민선 정권이 들어섬에 따라 실질적(규범적) 민주주의까지 급속히 발전했던 때였다. 과거 정권에 맞선 사회 운동의 주류는 제도권으로 급속히 유입됨에 따라 사상서를 손에 든 민중사회 투사에서 법전을 손에 든 시민사회의 대변인으로 변신했다. 사회 체제의 근본적 모순과 개혁을 논하던 민중적 담론은 일상의 구체적 불편을 토로하는 시민적 담론으로 탈바꿈해갔다. 더 이상 ‘혁명’은 담론의 탁상 위에 올라오는 주제가 아니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사회의 ‘부르주아적’ 기조의 강화라고 보는 그의 진단은 비약적이다. 또한, 사회가 창출하는 여러 억압 중 계급적 억압이 여전히 중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없다. 그 시절 그는 여전히 ‘마르크스주의의 계승과 혁신’을 통한 사회 변혁을 이루어내는 것이 진보가 나아갈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