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박완서의 산문집.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정력적인 창작활동을 하면서 그 특유의 신랄한 시선으로 인간의 내밀한 갈등의 기미를 포착하여 삶의 진상을 드러내는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던 박완서 산문집이다. 표제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비롯한 주옥같은 산문들이 수록되었다.☞ 한 손에...
박완서는 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한국 소설가 중 한 명이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국어 교과서나 국어 모의고사 지문 등에서 여러 번 들어 보았던지라 그 이름은 귀에 익었지만 정작 떠올리려니까 그녀의 대표작 한두 개 정도도 생각나는 게 없었다. 도서관 문학 코너를 기웃거리다가 박완서의 산문집을 발견하고 새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박완서가 소설가인지 시인인지 수필가인지조차 바로 생각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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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어서 그녀의 생애 일부분은 간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 외에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사진조차 본 적이 없고, 다른 작품을 읽은 기억도 없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쓴 산문들을 읽으면서 참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명절마다 젊은 사람들 앉혀 놓고 세상 사는 얘기를 하기 바쁜 먼 친척 아주머니들, 텔레비전 토크쇼에 나와 열심히 의견을 피력하는 중년 여성 패널들, 하지만 보통은 학창시절의 국어 선생님들이 많이 떠올랐다. 나이는 쉰을 넘어 거의 예순을 바라보던 은퇴 직전의 국어 선생님들이 수업 진도를 나가는 틈틈이 해주는 충고와 현재 세태에 대한 날카롭지만 차갑지 않은 비판이 꼭 이런 식이었다.
박완서 작가는 교과서에 수록된 '그 여자네 집'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작가이다. 어머니가 박완서 작가의 팬이셔서 그 남자네 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등 박완서 작가의 책이 많다. 교과서에 수록된 '그 여자네 집' 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시선으로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바라본 시선에 매료되어 나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집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산문집으로서 박완서 작가가 느끼는 감정, 겪었던 사건들을 작은 이야기 꾸러미 형태로 엮었다. 전체의 내용이 통일되지 않아있기 때문에 독후감을 쓰기에 적절치 않을 수도 있지만 짧은 글마저 느끼게 해주는 것이 많아서 크게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녀의 시선을 통한 우리네의 삶을 바라봐보자.
- 까만 손톱
시내에서 떨어진 집으로 이사 온 후 박완서 작가는 시내와의 거리가 멀어져서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 답답함을 화분갈이를 하면서 해소하려고 한다. 손톱에 낀 부엽토를 만지면서 그나마 숨이 쉬어지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