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불멸을 향한 인간의 허망한 욕망!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밀란 쿤데라의 작품『불멸』. 예순두 살의 괴테는 지적이며 야심찬 스물여섯 살의 베티나를... 하지만 베티나의 사랑은 괴테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불멸을 향한 갈구였다. 이러한 몸짓은 아녜스에게서 로라로, 로라에게서 다시 폴로 이어진다. 자신을 아는...
I. 서 론
‘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는 자신의 정체성 즉, 자아정체성에 종종 생각해 보곤 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나’로 규정짓는 것은 무엇인가? ‘나’와 타인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와 똑같은 존재, 예컨대 도플갱어와 같은 존재가 나타났다고 했을 때, 그 존재는 ‘나’와 같은 존재일까? 혹은 같은 존재가 아닌 걸까? 같은 존재가 아니라면 도플갱어와 ‘나’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고찰을 이어나갔을 때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것은 살아가며 얻은 경험과 그로부터 파생된 사고방식, 호불호, 습관이나 버릇, 가치관 등등 삶을 대하는 태도가 하나둘씩 쌓여 ‘나’를 ‘나’로 있게 하는 요소들이고 이것이 ‘나’의 자아정체성을 구성한다는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됐다.
이어지는 본론과 결론을 통해 밀란 쿤데라의 ‘불멸’에서 이야기하는 자아정체성과 공각기동대를 감상한 후 두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자아정체성을 탐구해 보고, 탐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결론지은 자아정체성에 변화가 생겼는지 혹은 변화가 생기지 않고 현재 결론 내린 자아정체성의 정의를 유지할지 다시 한번 고찰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II. 본 론
1. 밀란 쿤데라의 불멸과 자아정체성
밀란 쿤데라의 「불멸」에는 아녜스나 로라 같은 작가가 창작해낸 인물들과 괴테, 헤밍웨이 등 실존했던, 그리고 그 이름을 널리 알려 불멸의 이름을 가지게 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불멸"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기억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폴, 베티나, 괴테, 야녜스, 로라 등 다섯 명의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폴은 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역사학자로, 자신의 저서를 위해 연구를 하던 중 베티나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베티나는 19세기 말 독일의 귀족 여성으로, 자신의 삶과 사랑을 기록한 일기장을 남겼습니다. 이 일기장은 폴에게 베티나와 그녀의 사랑, 그리고 그의 연구 주제인 괴테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괴테는 베티나의 일기장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로, 베티나의 구애를 거절한 인물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베티나와의 관계와 그의 내면 갈등을 다룹니다.
밀란 쿤데라의 <불멸>에서 자아 정체성이란 고유한 내면의 본질적 탐구를 통해 찾을 수 있는 나만의 개성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불멸>이라는 소설 속 주인공인 아녜스와 그 주변인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자아 정체성을 찾는 방식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아녜스는 자신의 자아를 축소 지향적으로, 내면 지향적인 방식으로 찾고자 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 자아의 가장 핵심적인 본질을 찾기 위해 자신의 실존에서 모든 부가물을 벗겨내고 자신의 육체, 얼굴과의 동일성까지도 부정한다. 반면 육체를 자신의 감정의 은유로 간주하는 그녀의 동생 로라는 자신의 자아를 확장 지향적이고, 외부지향적인 방식으로 찾고자 하는 인물이다. 로라는 육체와 자신을 완전히 동일시하며, 그녀가 키우는 샴고양이, 자신이 아녜스의 딸에게 선물한 피아노 또한 자신의 자아로 인식하며 그것을 자아의 연장으로 간주한다.
서론
나는 누구인가?
김광규 시인의 <나>라는 시는 “살펴보면 나는/나의 아버지의 아들이고/나의 형의 동생이고/나의 동생의 형이고/나의 남편의 아내고/...(생략) 오직 하나뿐인/나는 아니다/과연/아무도 모르고 있는/나는/무엇인가/그리고/지금 여기 있는/나는/누구인가” 라며 정체성에 대해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나의 정체성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는 ‘나’와 수많은 관계 속에서 타인이 생각하는 ‘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나’는 오늘의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내일의 내가 생각하는 ‘나’가 다를 수도 있다. 또한 타인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진정한 ‘나’가 아닌 꾸며낸 ‘나’, 상상된 ‘나’를 연기하고 있을 수도 있다. 수많은 ‘나’ 속에서 진짜 ‘나’는 존재하는 것인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 것이며, 타인과의 관계 밖에서 독립된 ‘나’는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누구인 것인지’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의문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필자는 본론과 결론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해보려 한다.
본론
1. 밀란 쿤데라의 불멸
1-1. 불멸과 이미지
밀란 쿤데라가 말하는 불멸에는 누군가에게 기억되길 바라는 범위의 차이라는 측면에서 두 가지 불멸이 있다. 자신이 불특정 다수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큰 불멸과 자신이 사랑했던 소수에 한정되어 기억되길 바라는 작은 불멸이다. 작품의 큰 줄기를 이루는 내용은 괴테와 베티나의 불멸이다. 베티나는 젊은 시절 괴테가 짝사랑했던 여자의 딸로 괴테와 여러 차례 편지를 주고받으며 괴테에게 사랑을 표현했다. 그리고 괴테의 사후 베티나에 의해 괴테가 기억될 만한 가치가 있는 그의 자료가 남았고 베티나의 기록에 의해 괴테는 불특정 다수에게 기억되는 큰 불멸을 이루게 되었다. 베티나 역시 후대의 사람들에게 괴테와 베티나가 연인관계가 아니었는지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면서 이름을 남기고 큰 불멸을 얻게 되었다.
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럽게 구성된 소설을 꼭 읽을 필요가 있을까? 다 읽고 나니 후회가 된다.
자신감 충만한 밀란쿤데라의 이 실험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지만 모든 사람의 다양한 불멸에 대한 욕망, 즉 명성에 대한 욕망을 비웃기 위해 이렇게 긴 이야기를 남길 건 뭔가 싶다.
밀란 쿤데라가 참으로 대충 붓가는 대로 쓴, 도무지 영화화하거나 각색할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뒤죽박죽 써버린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다.
> 아베나리우스는 잠시 어색한 침묵을 지키다가 상냥하게 물었다.
“그 소설의 제목은 뭔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아니, 그 제목은 이미 써먹지 않았는가.”
“그래. 써먹었지! 하지만 그때 난 제목을 잘못 달았어. 그 제목은 지금 쓰는 소설에 붙여야 했어.”
오르한 파묵은 ’소설 쓰기는 독자의 기대와 체스를 두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쿤데라의 이 소설 쓰기는 독자와 등장인물, 쿤데라의 친구, 테, 헤밍웨이와 같은 죽은 자 위인들까지 체스말로 등장시키며 혼자 두는 체스다. 체스를 두는 사람은 오직 쿤데라 자신 뿐이며 독자는 그가 조정하는 체스 말에 불과하다. 호기심 때문에 소설을 꾸역꾸역 읽어나가는 독자는 뭔가 저자에게 우롱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불멸』은 중심 스토리가 없다. 3차원의 뫼비우스띠가 서로 교차되기도 하고 또 반대 지점을 향해 나아가기도 한다.
쿤데라 자신과 친구 아베나리우스 교수가 소설 안팎을 넘나들며 존재한다. 쿤데라는 『불멸』을 쓰면서 끊임없이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 대화를 내누고 그의 의견을 반영하기도 하고, 반박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들을 소설 속에 하나의 이야기처럼 넣어버린다.
> “자네가 이 풀 속으로 들어오는 바로 그 순간, 내 소설의 여주인공은 마침내 자동차 시동을 걸고 파리행 길에 올랐다네.”
또 다른 한편에는 아녜스를 중심으로 로라와 폴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쿤데라가 만들어낸 아녜스라는 소설속 여인은 폴과 부부였으나 훗날 아녜스가 죽고나서 폴은 처제 로라와 결혼을 한다.
여러모로 나의 이해를 벗어나는 소설이었다. 작품의 서사 전개 방식, 스토리 전개 방식도 무척이나 특이하거니와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존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이 섞여 있고 또 문장 하나하나가 단박에 이해하기 힘든 진리나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나의 수준으로는 이 작품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고 여겨졌다. 이 작품에서 적지 않는 내용을 차지하는 괴테와 베토벤, 베티나 같은 인물들은 명백히 존재했던 인물들이며 특히 베티나는 자신의 존재를 영원한 존재, 즉 불멸로 남게 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여기서 베티나의 행동이나 가치는 이해할만한 측면도 있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공명심 같은 감정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쨌든 괴테와 베티나의 이야기가 나오고, 또 현실의 이야기. 그러니까 상상한 이야기를 구상하는 주체는 작중에서 등장하는 ‘나’. 즉 밀란 쿤데라라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