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국과 유럽, 어디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미국에서 태어난게 잘못이야』. 미국 시카고에서 로펌을 운영하고 있는 노동 변호사 토머스 게이건이 독일에서 체험한 ‘진짜 복지’를 통해 미국과 유럽이라는 두 상반된 세계를 생생하게 비교하였다. 똑같이...
교육 봉사 단체에서 활동하며 ‘노동’에 관한 세미나를 들었다. 근로자의 날 vs. 노동자의 날. 비슷한 용어지만 대다수는 노동자가 되기보다 근로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모두는 부정할 수 없는 노동자다. 해당 강사에 따르면 인간이 태어나서 자는 것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노동’이라고 한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행위이기에 지치고 하기 싫은 부정적인 감정보다 즐겁고 보람찬 감정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동태눈으로 출근하여 퇴근만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노동 헤이터(hater)가 되었는가?
게이건이 책 『미국에서 태어난게 잘못이야』에서 묘사한 독일의 노동자들은 즐거워 보인다. 국가나 노사 관계에 회의적인 사람은 있어도 본인의 노동에 자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 책은 미국의 노동전문 변호사인 케이건이 독일에서 몇 달간 살아보고 체험한 것을 지금까지 미국에서 살아왔던 것과 비교하고 있는 책이다. 즉, 미국식의 민주주의를 유럽, 특히 독일의 사회민주주의와 비교하여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미국은 분명이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다. 가장 강대한 힘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행복감 또한 세계 초고 수준일까? 영국신경제재단(NEA)의 2010년 조사에 ᄄᆞ르면, 미국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30점을 간신히 넘겨 148개국 중 114위를 차지했다. 이는 베트남(66.5점)은 물론, 쿠바(65.7)나 엘살바도르(61.5)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2010년 1인당 국민소득(GNI)은 4만7000불이 넘어, 앞에 언급했던 나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치인데도 말이다. 이번 주 ‘독일정치와 사회‘수업시간에 독일과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에를 설명하는 그림이 생각난다. 미국을 아주 큰 한 사람과 작은 사람들로 이루어 진 팀으로, 독일은 중간크기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농구 팀으로 묘사했다.
GDP는 국가를 평가하는 중요한 통계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수치이다. 저자는 이 GDP의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파해치는데, 단순히 통계 자체의 한계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GDP를 가진 미국인이 왜 그보다 낮은 GDP를 가진 유럽인보다 더 힘들게 사는지에 대해 이사벨과 바버라라는 가상의 두 여성을 제시하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미국에 사는 바버라는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나 병원을 갈 때, 오랫동안 운전을 하고 구조조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연장근무를 한다. 이는 모두 GDP를 증가시키는 행동들이지만 바버라 개인의 삶의 질은 오히려 하락한다. 반면 유럽의 이사벨은 노사협의회 등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바버라와 같은 연장근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바버라는 강도 높은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건강, 미용 등에도 투자하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전자기기, 청소 서비스 등을 이용한다. 이와 같이 바버라가 숨가쁘게 GDP를 상승시키고 있을 때, 이사벨은 노동을 하지 않는 시간을 바버라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소비하지 않는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다.
독일과 미국에서의 삶을 비교하며 단호하게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라고 말하는 저자를 보며 미국적인 사회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독일복지가 한눈에 비교 되었다. 또한 저자가 이야기하는 미국의 문제점들이 우리나라의 문제점들과 아주 흡사해 보였다. 우리가 평소 이야기하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대기업일자리나 전문직에 대하여 평생을 무한한 경쟁을 하며 살아 가야한다. 또한 이것들을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어떻게 하면 끊어 낼 수 있을 것일까 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다.
따뜻한 복지란 사회적 여론을 주도하는 집단의 의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복지가 선진화되기 위하여 추구해야 할 것들에 대한 기준이 모두 다를 것이다. 본인은 우리나라에도 독일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회복지제도들이 무리 없이 연착륙할 수 있기 위하여 사회적인 의식변화가 이루어 져야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미국 출신의 변호사가 유럽을 횡단한 경험은 그의 아비투스에 경종을 울리게 했다. 삶에 있어 자본이 자유와 존엄을 훼손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젊은 지식인들이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현실에 타협하기 급급한 사회가 있을까? 놀랍게도 나는 지금 그 속에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다. 좋은 삶, 그것도 모자라 ‘평범한 삶’ 조차 꿈꾸기에도 숨이 막히는 시대다. 언젠가부터 ‘평범’하다는 것은 닿기 어려운 이상향이 되었다.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보다 오히려 가장 인간답지 못한 삶을 그리는 것이 익숙한 듯하다.
산업화부터 신자유주의까지. 한국의 압축적인 민주화와 경제성장은 다양한 사회적 병폐를 낳았다. 시장 자본주의 한국은 마치 미국의 축소판과도 같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미국의 51번 째 주라는 말이 나오겠나. 책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미국의 겉만 번지르르한 GDP, 계층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위치하는 ‘파워 엘리트’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구조는 쌀쌀한 체감경제와 불평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한국과 너무나도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