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석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것은 아주 넉넉하고 너그러운 시선이 담겼다는 점이었다. 교육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저작이라고 해서 학문적인 틀만을 강조할 것이라 여겼는데, 막상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사람에 대한 이해가 훨씬 더 짙게 배어 있었다. 교사는 교실에서 지식을 전달하기 전에 학생을 존중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가장 기초적인 바탕이 된다는 이야기를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낸다. 직업 윤리의 외양적 측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한 명 한 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돌봐야 하는지 세세하게 짚는 장면이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아마도 그러한 태도야말로 교사가 가져야 할 본질적 자세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책에서는 교실이 하나의 작은 세계라는 얘기가 나온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개성과 배경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의 가정환경도 모두 다르고, 속마음도 전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크고 작은 차이 속에서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모든 아이의 역량을 골고루 키우기 위해서는 분별 있는 시선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 인내심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는 곧바로 학습에 몰입하지만, 또 누군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뒤늦게야 흥미를 찾는다. 그 과정을 모두 끌어안는 역할이 교사에게 있다고 했다. 똑같은 메시지를 반복해도 그 시간이 헛되지 않는 까닭은, 결국 학생이 언젠가 그 말의 뜻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나가리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가끔은 어떤 학생을 향해 꾸준히 신뢰를 보여주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현직 교사들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여러 학생을 동시에 가르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스스로 교사가 된 이유를 떠올려보라고 권한다. 지식 전달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배움의 즐거움과 함께 책임감 있는 어른의 태도를 가르치는 일이 그 직업의 근본이라는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교사는 언제나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혹시 어떤 아이를 편애하고 있는가, 내가 무의식적으로 차별적 언행을 하는 건 아닌가, 이런 질문들을 계속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승’은 오천석이라는 작가의 수필집으로, 스승으로서의 마음가짐과 제자로서의 도리를 담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작가는 학생 시절부터 교사가 되기까지 겪었던 경험담을 토대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왔다. 예를 들어,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훌륭한 교육자가 될 수 있는지 등등 말이다.
'진정한 스승으로 가는 길'을 고민하며 오천석 저자의 '스승'을 읽고 나는 그 동안 궁금증을 가졌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다. 먼저,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인가?" 교사는 단순히 가르치는 것(지식)을 넘어 삶의 태도를 전수할 수 있는 존재이다. 학생들은 교사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만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모든 태도를 흡수하는 존재이다. 선생님이 사랑하는 얼굴, 진실을 보는 눈, 진리의 소리를 듣는 귀, 학생들과 대화하는 입, 따뜻함을 고취하고 사기를 북돋우는 손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고2 때 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봉사를 했었다. 처음에는 내가 이 친구들이 수학에 재미를 느끼도록 만들어주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봉사에 임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어하며 계속 딴 짓을 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걸 받아주는 시간이 오랜 기간 반복되자 의욕을 잃었고 초심은 사라졌다. 목표는 진도를 다 나가는 것뿐으로 바뀌었으며 매 시간을 봉사시간을 채울 마음으로 임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현직 초등교사 분께 아이들을 잘 이끌어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열심히 교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을 때 뒤따라오는 보상도 없으며 동료 교사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 아이들조차 모른다고 했다.
『제 1장 스승의 모습』을 읽으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깊은 감명이었다. 저자는 한 사람의 교사로서 이 글을 썼다. 스승이란 어떤 사람일까? 스승이라는 숭고한 이름을 향한 저자의 확고한 의지와 사랑이 느껴졌다. 교사를 위한 주옥같은 문장들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 둘 줄을 그어 읽다가 나중에는 줄긋는 것을 포기했다. 아름답고 숲 속에서 무엇이 아름답다고 감히 선택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승』에 담긴 글은 정말 아름답고 유익했다. 내가 앞으로 걸어가게 될 교사의 길에 대한 긍지와 기쁨을 주었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어려움을 위해서 앞 선 위로와 희망을 주었다. 잘 보관해서 순간마다 몇 번이고 꺼내서 읽어야겠다.
이 책은 스승의 모습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개인적 영애를 버리고 생명존중의 정신으로 인류를 위해 봉사 한 슈바이처, 기독교인을 핍박 한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반성과 회오에 젖어 있다가 복음 전파에 헌신하는 삶을 살은 성바울의 삶, 왕자로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사랑하는 가족도 있었지만 일생을 봉헌을 위해 살다간 석가모니... 이러한 우리의 스승들이 크리스찬이건 불교이건, 과학적으로 입증이 될 만한 일이건 아니건,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 모두는 소명을 들었고, 그로 인해 스승으로서의 길을 걸었고 일생을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스승들이 그의 희생정신 없이 단지 나만을 위했다면, 내 주변 사람들만을 위했다면 우리는 아마 현재에도 보다 큰 회의에 쌓여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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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교육의 의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하며, 그에 얼마만한 중요성을 주느냐 하는 생각은 교사를 하나의 철학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모든 가능성 - 지적 ∙ 도덕적 ∙ 정서적 ∙ 신체적 – 을 계발하는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그가 철학자가 되지 않는 한, 이 직무를 원만히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교육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교육을 통하여 성취하려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가 지향하여야 할 교육의 목표가 어디 있는가? 이러한 교육 목적에 대한 논의는 옛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모든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진지하게 계속되어 왔다. 이 문제가 그처럼 오랜 동안 많은 사람의 화제가 되어 온 만큼, 그 결론도 다채다양 하다.
<중 략>
인간은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 속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보다 풍요로운 삶과 정보 속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발달된 현대 문명은 우리의 생활 전반에 많은 창조와 안락을 주었다. 이것은 모두 과학과 기술의 경이적 발달과 민주주의 사상 신장의 축복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무슨 일에나 격변이 있으면 거기에 진통과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Lean on me, when you`re not strong and I`ll be your friend.(나에게 기대요. 당신이 강하지 못할 때, 내가 당신의 친구가 되어드릴게요.)”, `Lean on me` 영화의 OST가사이다. 영화 속에는 학력평가를 치루기 전, 죠 클락 교장과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강당에 모여서 이 노래를 다 같이 부르는 장면이 있다. 학생들은 협동하여 노래를 부름으로써 다 같이 학력평가를 통과하자는 동기를 얻는다. 두 번째로 죠 클락 교장이 옥상에서 학생을 밀치며, “마약을 하는 것은 죽겠다는 것인데, 차라리 여기서 죽지 그러니?” 라며 아이를 자극하는 장면이 있다. 이러한 자극을 통해 아이는 자기가 살고 싶고, 존중받고 싶다고 표현한다. 이처럼 죠 클락 교장은 협동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어떠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교육행정학의 동기론에 연관된다.
영화의 주 내용은 죠 클락 교장이 아이들을 위한 학교 행정 개혁을 하는 과정이다.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는 죠 클락 교장이 강당에 선생님들을 모아놓고 단체로 벌주는 장면이다. 죠 클락 교장은 학교의 전반적인 행정 개혁을 위해서는 학교조직의 구성원들(선생님들)이 협조를 해야 하며, 직접 움직이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변화를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학교 외부적 환경(페인트칠, 청소)의 변화뿐만 아니라, 내부적 환경의 변화(선생님들의 협조, 조치가 불가능한 아이들 격리) 가 이루어진 것이다.
위의 말은 역사에 남을 교육자인 페스탈로치를 있게 하고, 자연주의 교육에 앞장선 루소가 한 말이다. 처음 대학교에 입학해서부터 지금까지 아직 교사라는 이름이 어색한 나는 이 말이 가슴에 참 와 닿았다. 교사는 선택받은 직업이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희생과 봉사의 직업이다 하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누구든 무엇이든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위의 말은 내가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해준 말이다. 위의 명언이 교육에 발을 들여놓게 했다면 이 책은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 교육자는 스승의 날에 이 책을 선물 받고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교사라는 직업이 이토록 숭고한 것인데 그 참 뜻을 모르며 살아온 자신을 부끄러워한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선물 받은 뒤 그는 스승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Lean on me 를 보고나서...
교육에 대한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쓰라는 주제를 보고 처음 딱 떠올랐던 영화가 작년에 봤던 lean on me 였다. 평소 좋아하던 모건 프리먼이 학교를 변화시켜나가는 교장역을 맡아서 나에게는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영화의 시작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죠 클락의 수업중인 교실로부터 시작된다. 1967년, 이스트사이드 고교가 잘 운영되던 때이다. 주인공 죠 클락은 이스트사이드 고교에서 미친 죠라고 불릴 만큼 냉철하면서 유능한 교사였다. 그러던 중 돈에 눈이 먼 노조가 교육방법을 개선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이사회의 하수인이 되어, 봉급인상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죠를 6학년으로 보낸다. 죠는 돈에 눈이 먼 학교의 이사회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죠는 학교에서 물러난다. 죠가 사라진 이스트사이드 고교는 변화해 간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후에는 거의 학교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 갔다. 쓰레기와 낙서가 여기저기 있고 폭력과 악행이 난무하는 무질서 그 자체였다.
실화여서 더 감동적이었던 이야기. 사실 고독한 스승이라는 타이틀보다 원 타이틀인 Lean on me(나에게 기대.)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Lean on me 타이틀 곡은 집에 와서 다시 찾아볼 정도로 내게 감동을 주었다. ‘미친 조’라고 불리었던 조 클라크 선생님을 다시 찾게 된 것은 선생님을 버렸던 권력에 눈 먼 학교 경영진이었다. 조 클라크 선생님이 떠난 후 학교는 엉망진창이 되었고 학생들은 기본 학력 시험에서도 낙방 그런 학교를 되돌려 놓을 사람은 조 클라크 선생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