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렇다. 5월은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광주의 5월은 비극적 참사가 아니라 전 민족이 환희의 광장으로 나서는 출발점이며, 우리는 그 5월을 기념비나 신화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신화의 지평 위에 새로운 행동의 실천을 뿌리내려야 하며, 그런 뒤에야 죽은 이들의 피에 값하게 될 것이다....
요즘 청년들에게 1980년 5월 18일의 비극은 역사책에서나 나올 것처럼 머나먼 시간 속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언론이나 책을 통해서 주마간산 식으로 들은 것이 전부여서, 그날의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냥 막연히 광주 시민들이 박정희 대통령 사후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에 맞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일어났던 봉기로 이해할 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날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역사적으로나 사법적으로 가해자는 명백하다. 정권을 찬탈하려고 했던 전두환과 그 추종세력이다.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은 광주시민의 저항은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인정했다. 헌법 수호자로서 불의에 항거한 국민들의 저항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가해자인 전두환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적반하장으로 자신도 피해자라고 강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