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당신의 마음 속에 건널목을 놓아드립니다!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마해송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거머쥔 우리 시대 최고의 어린이청소년책 작가 김려령의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청소년소설 <완득이>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저자가 새롭게 선보인 아이들과 어른들을...
눈을 살며시 감으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나를 지켜주고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거의 모두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 등장하는 태희와 태석은 건널목 아저씨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에게 건널목 아저씨는 가족보다도 더 버팀목이 되어 주는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건널목 아저씨는 누구에게나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던 몇 안 되는 분이셨다.
건널목 아저씨의 부인은 쌍둥이를 낳다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쌍둥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무단횡단을 하다 아홉 살의 나이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 후 건널목 아저씨는 자기가 직접 만든 건널목 그림을 지고 다니면서 위험한 길에 깔아 놓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했다. 해당 기관에는 위험한 곳에 건널목을 설치하도록 민원을 제기하면서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우선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아들 친구의 어머니께서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독후감을 써보라고 해서 읽게 되었다.
김려령 작가의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라는 책에는 건널목 씨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건널목 씨는 아리랑 아파트의 후문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녹색 어머니회같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건널목 씨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공사장에서 쓰는 노란 안전모 앞뒤에는 빨간색, 양옆에는 초록색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모자를 쓰고 건널목 그림이 그려져 있는 카펫을 메고 아이들이 길을 건널 때마다 카펫을 펴서 도로에 깔고 그 카펫 위로 건너게 한다. 그렇게 하루도 아니고 매일같이 아리랑 아파트 아이들의 등교를 도와주니 아리랑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께서 건널목 씨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복숭아를 주면서 어디에 사냐고 궁금해 했다.
제목부터가 남달랐다. 내게 뜬금없는 질문을 날린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예전에 한번 이 책을 읽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동안 쭉 잊고 지내다가 다시 읽으니 감회가 무척 새롭다. 분명 한번 읽었던 책인데 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읽었던 것인지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뭔가 또 다른 새로운 글을 읽는 기분이랄까? 그래서였는지 어김없이 재미가 있었다. 그래도 그때 내가 이 책을 꽤 흥미롭게 여겼던 것은 어느 날 어머니께서 이 책의 줄거리를 말씀하셨을 때 나는 놀랍게도 책의 한 부분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평소 책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던 내게는 참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다. ‘일하는 주부’라는 호칭에 걸맞게 집안 살림과 직장에서의 업무로 정신없는 일상을 살다보니 퇴근 후 집에 오면 밀린 집안일에 심신은 녹초가 되기 일쑤다. 그러니 책은커녕 문자로 된 어떤 것도 쉽게 손에 잡히거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가끔씩 들어가는 인터넷에 댓글을 쓰는 것조차 때론 숙제를 하는 것처럼 힘겨울 때가 있다. 그러니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좀처럼 굳은 각오를 하지 않으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엊그제는 잘 알고 있는 사서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난해에 책도 내셨고 블로그에 글도 올리시니 이번 독후감대회에 한번 참여해보면 어떻겠습니까?” 갑자기 이런 전화를 받으니 순간 당혹스러웠다.
권장한 여러 책들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소설을 읽고 싶었다. ‘그 사람을 본 적 있나요?’라는 책이 참 궁금했다. ‘그 사람을 본 적 있나요’라는 문장과 인권과의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 그 사람을 지칭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이 책이 말하는 그런 사람을 나는 보았을까하는 마음도 있었다. 또한 어렸을 때 봤던 완득이의 작가라 어떠한 이야기를 썼을지 궁금했다.
이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동화책 작가가 있는데 이야기교실을 하면서 세 명의 아이들에게 자신에 어릴 적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책안에서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한 아저씨가 있는데 가족을 모두 잃고 어느 아파트 앞에서 카페트로 건널목을 만들어서 교통정리를 하고 힘들게 사는 주인공을 도왔던 것을 이야기한다.
엄마는 돈벌러 간다며 집을 떠났고 아빠는 돌아간 상황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생활은 참 힘들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건널목 아저씨를 만난건 정말 큰 행운인 것 같다.
제목을 보자마자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써내려간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처음에 느꼈던 생각이 맞았고, 거기에 여러 교훈이 녹아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이 글의 주인공은 작가이다. 처음에 작가로서 당선작을 받고는 이렇다 할 책을 쓰지 못하는 그런 작가였다. 그런 그녀가 가족들의 일을 하라는 성화에 못 이겨 듣는 교실 이라는 공고를 내고 학생들을 모집하며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잔소리 때문에 시작한 것이지만,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풀고 싶었던 일을 이번 일로 통해서 풀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자신만이 아니라 주인공의 새언니와도 관련된 일이라서 쉽게 풀어낼 수 없었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작가로서 그리고 지금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그 느낌 때문에 견딜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느껴졌다. 나도 정말 말하고 싶었지만 말 못하고 혼자 속앓이하고 있을 때만 해도 그 생각이 날 때마다 하루하루가 힘들었기에 어떤 느낌인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처음은 동화작가 오! 명랑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동화작가 오! 명량은 작가를 시작하고 처음부터 상을 받으면서 작가로서의 자신감과 자만을 하게 되지만 점점 무명작가의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가족들과 새언니의 눈치와 잔소리를 듣게 되면서 이야기 듣기 교실을 만들게 된다. 그동안 독자들에게 가슴에 깊이 박힌 이야기보단 머리로 쥐어짜낸 이야기를 내놓았던 것을 생각하며 이야기 듣기 교실의 아이들에겐 가슴에 깊이 박힌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종원이, 소원이, 나경이 세 명의 아이들이 이야기 듣기 교실을 찾아오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이야기인지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알아맞히고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갖기로 정하고 첫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첫 이야기는 그리운 건널목씨 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건널목씨는 쌍둥이인 자신의 아이들을 학교에 바래다주지 못한 날 쌍둥이가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로 죽게 된 후 직접 만든 건널목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건널목을 설치하라고 건의를 하고 다니게 되었다.
당신은 당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는 사람을 만났던 적이 있나요? 아니면 아낌없이 남을 위해 배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가 제가 아는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 참 궁금하군요. 그럼 그 사람 이야기 한번 들어보지 않겠어요?
건널목 씨라는 사람이 있어요. 참 착한 분이랍니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좋은 사람이란 그런 거야. 가만히 있어도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말야. 건널목 씨란 이런 분이랍니다. 건널목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아리랑 아파트로 들어온 아저씨입니다. 말 그대로 그냥 아저씨지요. 그분이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저 그냥 아리랑 아파트 앞에서 건널목을 만들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게 도와주는 아저씨입니다.
그 아저씨는 참 이상도 하지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일을 하니까요. 여러분의 시선으로는 이 아저씨가 이상한 아저씨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일곱 살 아들의 장기를 모두 기증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장기 이식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산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들 부부는 그런 아들의 장기를 기증했을까?
건널목 아저씨는 쌍둥이 아들의 교통사고, 도희는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으로 인한 외로움, 태희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존재라는 상처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달라고 누군가에게 읍소하거나 호소하지 않았다. 이들은 각각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 희망을 안고 꿋꿋이 살아간다.
건널목 아저씨는 쌍둥이 형제의 무단횡단 교통사고 이후에 아리랑아파트 후문 앞에서 매일 교통지도를 한다. 그리고 깡패들의 위험으로부터 쌍둥이 형제를 안전하게 피신시켰고, 대신 맞아주었다. 도희는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으로 인한 외로움을 태희라는 아이를 자신의 딸처럼 사랑해줌으로서 보답하였다.
눈을 살며시 감으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필자는 생각할 것도 없이 나를 지켜주고 사랑해 주는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 나오는 태희와 태석이는 건널목 아저씨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에게 건널목 아저씨는 가족들보다도 더 버팀목이 되어 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건널목 아저씨는 누구에게나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던 분이셨다.
건널목 아저씨의 부인은 쌍둥이를 낳다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쌍둥이는 무단횡단을 하다 초등학교 2학년의 나이에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 그 이후, 건널목 아저씨는 직접 만든 건널목을 지고 다니면서 위험한 길에 깔아놓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했다. 해당 기관에는 위험한 곳에 건널목이 설치 되도록 건의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녔다.
건널목 아저씨의 굴곡진 운명이 너무 슬펐다. 마치 필자가 건널목 아저씨가 된 것처럼 슬픔에 사로잡혔다. 당장이라도 책에 들어가 “아저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아주머니와 쌍둥이 아이들은 아저씨가 용기 있게 즐겁게 사는 것을 바라고 있을 거예요.”라고 건널목 아저씨께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