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화’를 폭발시킬 때, 당신의 얼굴을 거울로 보라!고대 스토아 철학의 대가 세네카가 들려주는 화에 대한 철학적 사색『화에 대하여』. 키케로와 함께 고대 로마 철학을 대표하는 루키우스 안나이수스 세네카가 2천 년 전에 쓴 ‘화’에 대한 최초의 책이다. 이 책은 후기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
화를 절제가 가능하냐는 측면에서 인간의 전유물로 해석한 것은 아쉬웠다. 나는 화라고 하는 것이 이성과 크게 관계 있다고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동물에게도 크게 공격성이 나타나는 때가 있기 마련이고 인간만이 화를 갖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절제’가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화는 통제를 못할 때 비극을 초래한다고 했고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화라고 하는 감정이 인간이 만든 이성적 가치인 조화로운 사회와 반대되는 개념이라는 점은 이해를 한다. 그래서 인간은 철학적 고찰을 떠나 화라고 하는 것을 사회에서 표출하기 어렵게 관습을 만들어 온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인생에서 한 번 쯤은 극도로 화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 번뿐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화를 내기도 하고,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도 있을 만큼 우리는 화로 인해 고통받고 살아가고 있다. 만약 화를 잘 조절할 수 있다면, 그래서 화와 거의 상관없는 사람처럼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 삶이 이전보다 훨씬 쾌적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우리가 바라마지않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여기 2000년 전 고대 로마시대 스토아 철학의 대가인 세네카의 가르침이 거대한 시간의 통로를 지나 책을 통해 우리에게 배송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1. 화의 정체
그럼 이놈의 화란 무엇인가. 화는 그 어떤 일말의 차분함과 조용함이 제거된 격렬한 공격성만 가득한 것으로, 상대방을 해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 즉슨, 화는 자신이 파멸되는 것마저도 불구하고 철저히 복수를 갈망하는 마음이다. 따라서 어떤 현자들은 화는 <순간의 광기>라고 말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고통을 고통으로 갚아주고자 하는 강한 욕망”이라고 말했다.
화는 바람처럼 공허하다. 숭고한 정신과 오만함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는데, 화는 아름다움이나 훌륭함 같은 것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허약함과 과민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 화를 통해 자신의 무기력함과 지친 마음을 드러내는 것뿐이다.
화가 사치보다 더 나쁜 이유는 사치는 자신만의 쾌락을 좇지만 화는 남의 고통을 즐기기 때문이다. 화는 악의와 시기심을 능가한다. 악의와 시기심은 그저 다른 사람들이 불행해지기를 바라고 그들에게 불운이 닥치면 기뻐한다. 하지만 화는 자신이 증오하는 사람에게 불운이 찾아와 피해를 입혀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화는 자신이 직접 그들을 해하고자 하며 남의 고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파멸까지 불사하는 최고의 악덕이다.
2. 화의 원인
화는 자신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 즉 오만에서 비롯된다. 화는 나는 아무 잘못도 죄도 없는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이 책의 집필자인 세네카는 무려 2천 년 전에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최초의 저술인 ‘화에 대하여’라는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화를 잘 내는 그의 동생 노바투스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의 서간집이다. 세네카의 동생인 노바투스는 “화를 가라앉히는 방법을 좀 책으로 써달라고” 형인 세네카에게 부탁한다. 이 책을 통해 드러나는 화에 대한 세네카의 철학적 통찰은 현대의 <화 다스리기>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이 책에서 세네카가 <너>라고 칭하는 상대는 동생 노바투스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포함되는 보다 폭넓은 대상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