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김소진 전집은 그가 5년전 세상을 뜨기 바로 직전까지 그가 해왔던 작품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김소진의 소설은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서민들의 애환을 절실하고도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러므로 우리 문학사의 귀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전집은 김소진 문학의 전체적 면모를 조망하는 지도가 될 것이다. 작가가 다양한 축도와 시선...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은 소설이다. 작가는 당시 시대상을 비판하기 위해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특히 노동자 계급 출 신의 지식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민주화 운동이라는 명분 아래 폭력 시위를 주도하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여 파업을 벌이는 등 반정부 활동을 벌 인다. 이러한 행동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정치권력 및 자본가와 결탁하여 기득권 세력으로서의 지위 를 유지하려는 의도였다. 또한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 대립이 나타 나는데, 일부 급진주의자들은 혁명을 통한 사회주의 실현을 추구하였고, 또 다 른 일부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점진적 개혁을 추진하였다.
우선, 본 소설을 읽고 느낀 것을 얘기하자면,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소설이라는 것이다. 사투리와 비속어들, 그리고 이야기전개에 있어서 텍스트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우리 사회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열린사회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계급이나 종족 그리고 이데올로기라는 신화가 더 이상 개인에게 굴레가 되지 않고 개개인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질적으로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 물질적 풍요와 평등을 이룰 수 있는 마당이며 소수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눈 뜬 다수에 의한 착실하고도 양심적인 사회운영이 기본원리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그리고 소설 속에서 소위 ‘밥풀때기’들은 힘없고 무지하여 민중운동에서도 차별받고 성과에서 배제되고 명분을 위협하고 본질을 왜곡하는 위험인물들로 소외되고 적으로 내몰린다.
1. 들어가는 말
민주화와 정보화로 세계는 하나가 되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하루 이틀 안에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하지만 예외인 곳이 있다. 북한은 승용차로 갈 수 있을 만큼 가깝지만 우린 그곳에 갈 수 없다. 우리뿐만 아니라, 북한 동포들 역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다고 한다. 이사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검열과 통제를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북한을 폐쇄적인 사회라 말한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열린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대적 비교만을 가지고, 단순히 한국은 열려있고 북한은 닫혀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북한이 닫힌사회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또한 열려 있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표방한다고 해도 여전히 닫힌 부분이 있다. 어쩌면 최근 들어 더 닫히고 있는 지도 모른다.
포퍼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세상은 열린사회라고 말한다. 열린사회는 무엇이고, 그것을 방해하는 적들은 누구일까?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다. 이제 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2. 열린사회와 그 적들
2.1. 역사주의의 문제
핵심부터 말하면, 열린사회란 사회구성원들이 각각의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이다. 즉, 고유한 인간으로 살 수 있어야만 열린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국가는 열린사회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닫힌사회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닫힌 사회들도 존재한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역사주의라고 할 수 있는 전체론, 법칙론, 유토피아주의가 그것인데, 이 사상들은 역사를 하나의 큰 흐름으로 보면서 그 안의 개인을 외면한다. 역사주의에서 개인은 전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 모두가 잘 되는 일이니 말이다. 다수의 선진국 및 민주국가에서도 발견되는 이 역사주의는 사실 오랜 세월에 걸쳐 내려온 낡은 관념이다.
대학에 들어와서 난생 처음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어려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칼 포퍼는 ‘열린 사회’만이 인간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사회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주장하는 ‘열린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와 대립되는 ‘개인주의 사회’이자 부분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점진주의적 사회’라고 말한다. 칼 포퍼는 혁명을 통한 급진적 방법으로는 완전한 사회를 만들 수 없으며 열린 사회로 가기 위해선 ‘점진적 사회공학’이라는 방법을 통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폭력을 동반하는 혁명은 결국 자유를 파괴할 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한 점진적 개선만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칼 포퍼는 열린 사회를 방해하는 ‘적들’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데, 칼 포퍼는 ‘역사주의’란 말로 통합할 수 있는 ‘전체주의’나 ‘역사적 법칙론’, ‘유토피아주의’를 열린 사회의 ‘적들’로 말하면서 이들의 사상적 배경을 이루는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의 사상을 비판하였다.
먼저 이 책을 보기 전에 소설의 배경을 잠시 보고 넘어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먼저 김소진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소설 배경을 보자면 이 소설은 성균관대 김귀정 양이 시위 도중에 사망하고 , “故 김귀정 민주열사 살인 만행 규탄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꾸려져서 활동했던 지난 1991년 5월의 투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열사의 시신을 지키기 위한 “백병원 투쟁”은 김귀정 열사가 사망한 5월 25일부터 시작 되었다. 작가는 백병원과 명동 성당에서의 실제 투쟁 일지를 매우 사실적으로 따르고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이 사실적인 이유는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겨레 신문사의 기자로 있었다는 사실로 미뤄 볼 때 이 작품은 김소진 자신이 취재를 통한 소설화로의 의지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중 략>
마지막 부분에서 ㄷ일보 경찰기자가 쓴 내용을 보더라도 열린사회란 모두에게 열린게 아니라 돈 가진 사람 즉, 지배자 에게만 열려있는 그런 사회인 것 같다. 열린사회란 말이 너무나 모순된 말인 것 같다. 이 창으로 저 방패를 못 뚤 듯이 또한 저 방패로 그 창을 막아 내듯 한가지 밖에 이룰 수 없다.
이렇듯 당연해 보이는 열린사회는 정말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배척해야하는 닫힌 세계에는 너무 쉽게 젖어버리는 것 같다.
1. 들어가는 말
이 책은 단편소설 11개를 모아놓은 책으로, 나는 여기서 4작품(쥐잡기,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그리운 동방, 용두각을 찾아서)을 골라서 읽고, 작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당초에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만 읽고 과제물을 작성하려 했으나, 분량이 지나치게 적은 관계로 3작품을 더 읽고 참고하게 되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김소진은 3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떴다. 등단 후 6년이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소설집 6권, 장편 소설 2편 등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참고로 우리 학교 영문과지인 「생성」에서도 그의 글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소설을 발표하던 90년대는 이데올로기적 대립구도가 무너지고 사회전반에 걸쳐 탈정치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였고, 또 한편으로는 작가들이 화려했던 이데올로기에 대한 환멸과 현실 정치에 대한 비관주의로 빠지는 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이념의 시각에 간과되어온 사소한 개인을 당대 현실 속에, 역사 속에 복원해 놓으면서 민중의 삶과 목소리를 통해 드러난 사회와 역사를 재현한다. 그의 이런 비판적 시각은 역사에 대한 상투적 인식에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소설쓰기를 통해 근대적 주체가 가지게 되는 새로운 역사서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2. 소설 속의 아버지
「쥐잡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모님이다. 소설에서 아버지와 거의 같은 비중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가 철원네 등의 고유명사로 언급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립적인 시점인물로 등장하고 있는 것에 비해, 아버지는 예외없이 아버지라는 일반명사로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아버지는 시종일관 아들과의 상대적인 관계에 의해 규정되는 일반명사 아버지로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김소진은 3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떴다. 등단 후 6년이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소설집 6권, 장편 소설 2편 등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참고로 우리 학교 영문과지인 「생성」에서도 그의 글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소설을 발표하던 90년대는 이데올로기적 대립구도가 무너지고 사회전반에 걸쳐 탈정치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였고, 또 한편으로는 작가들이 화려했던 이데올로기에 대한 환멸과 현실 정치에 대한 비관주의로 빠지는 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이념의 시각에 간과되어온 사소한 개인을 당대 현실 속에, 역사 속에 복원해 놓으면서 민중의 삶과 목소리를 통해 드러난 사회와 역사를 재현한다. 그의 이런 비판적 시각은 역사에 대한 상투적 인식에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소설쓰기를 통해 근대적 주체가 가지게 되는 새로운 역사서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으로 구체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