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위기의 시대에 맞서는 문학, 그 비판적 인식의 힘 경희대 김종회 교수의 여덟 번째 문학 평론집 <한국현대문학총서>를 통해 시, 소설, 수필 등 한국문학의 시대성과 흐름, 작품 면면의 의의와 현대문학이 나아갈 방향 등을 총괄적으로 살펴온 (주)문학수첩이 12번째 이야기로 김종회 교수의 《문학에서 세상을...
예술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동시대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현대문학은 근대 문학이 세워진 토대와 그 성장을 이어받아 문화적 억압을 지나 ‘한국스러운’ 문학의 개화와 시대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의 소설은 어떤 경로를 걸쳐 발전했는가. 현대문학의 시발점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이광수의 『무정』(1917)을 그 시초로 한다. 『무정』이후로 100년간 끊임없이 이어진 현대문학은 분단과 계급, 민주화에 대한 논의와 담화를 이끌었고, 오락의 영역이 된 현재까지도 현대사회의 문제를 아름답게 담아내며 한국 문학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2016년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은 한국 문학계의 성장을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이 책 『소설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 100년』은 한국 문학이 걸어온 길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책의 차례에는 한국의 의무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름이 많다. 이광수, 염상섭, 심훈, 채만식, 최인훈, 박경리, 김동인, 이청준, 현진건, 김유정, 이상, 황순원 등 우리의 중고등학생 시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리고 수능을 위해 공부하던 작가의 이름이 즐비하다.
즉, 이 책에 수록된 24편의 소설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인 셈이다. 앞서 예술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 언급했다. 문학은 예술의 일종으로서 동시대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책에 수록된 24편의 소설은 출간 당시의 시대 상황을 보여주며, 나아가 그 시대 속에서 가장 팽배했던 사상이나 태도, 한국 소설의 흐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사료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아름다운 우리말과의 조화로운 만남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슨 국경일 행사를 거창하게 하는 데 있지 않고 날 때부터 허락받은 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데 있는 듯하다.’ 저자의 이 말에 십분 동의한다. 한글은 정말 귀한 우리의 보물이다. 그저 하는 말이 아니고 만약,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오늘은 가능했을까, 내 자신이 글을 읽는 것을 즐기고, 쓰기를 재밌어했을까 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조선의 기득권층에 의해 왜곡된 유교, 성리학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조선 백성들의 삶이 대체로 쉽지 않았지만 한글이 있어 글자를 깨치기만 하면 한글로 된 문서를 이해할 수 있었고, 한글로 된 시가나 소설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개화기 후 서양 선교사들이 우리의 촌락을 돌아보며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조선인들의 집집에는 책이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훨씬 문명한줄 알고 왔는데, 자신의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을 보고 기이하게 생각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글의 소중함은 거짓 없는 말로, 감탄해 마지않지만 우리의 토박이말에는 참 무지하다는 것이 늘 아쉽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굳이 찾아보려거나 지키겠다는 의지는 미약하다는 것에 이 글을 읽으며 반성을 했다. 책에 나와 있는 ‘해살’, ‘각성바지’, ‘지에밥’, ‘틈서리’, ‘함초롬하다’, ‘시망스럽다’, ‘깔축없다’, ‘배돌다’, 이 중 적어도 문맥에서 알아먹었던 것은 ‘틈서리’, ‘배돌다’ 정도다. ‘함초롬하다’는 그나마 알고 있던 단 하나의 어휘다. 나머지는 설명이 없이는 문맥 속에서도 유추가 힘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말은 실제로 쓰이지 않는다면 온전히 보존되고 계승되기 어렵다. 함초롬하고 깔축없는 우리말과 글을 조금은 더 자주 지키려는 의지를 매일의 작은 틈서리 속에서라도 실천해야겠다.
한글문학 세계화의 길
우리 문학 작품이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될 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 특유의 섬세한 감각 표현이 과연 다른 나라 말로 제대로 전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
숱한 사건들로 얼룩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중 가장 암울한 시기는 단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다. 나라를 빼앗긴 채 일제의 수탈 속에 살아갔던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을 것이다. 또한 민족상잔의 비극에서도 생존을 위해 처절히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했다. 김녕희의 <시간의 비밀>은 우리로 하여금 그 시기를 살아간 한 여성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문학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일반 여성의 삶을 주제로 다룬 문학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시간의 비밀>은 참혹한 환경 속에서 살아간 일반 여성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6.25전쟁 기간 엄마를 잃고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아가는 등장인물 신애를 보며 문학에서 다루고자 하는 그녀의 이미지가 ‘강인한 의지를 가진 여성’은 아닐까 추측해봤다. 하지만 작가는 신애를 통해 강인한 의지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일반 여성의 고뇌와 방황을 기록하고 있다.
Ⅰ. 황순원 작가와 나
잔망스럽다. 잔망스럽다는 말이 어디에선가 들려올 때면, 나는 자연스레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 속 어린 소녀를 떠올린다. 누구나 접해 보았을 소설「소나기」의 마지막 장면은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자들이 기억하는 명장면일 것이다.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애는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요즘 ‘잔망’이라는 표현이 여기저기에서 꽤 많이 쓰인다. 특히 TV나 인터넷 등의 대중매체에서 귀엽거나 깜찍한 사람을 수식하기 위해 사용되곤 하는데, 황순원 작가가 작품을 통해 나의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 놓은 느낌과는 사뭇 다른 경우가 많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소나기」 속의 잔망스러운 소녀는 갑작스럽게 쏟아진 가을 소낙비를 맞고 병에 걸려 죽어갔다. 자신의 죽음을 예상했을 때는 진흙물이 잔뜩 밴, 소년과의 추억이 흠뻑 배어 있는 저고리와 함께 묻어 달라고 요구를 했더랬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수숫단으로 지붕을 만들어 자신을 지켜 준 시골 소년을 그리며 죽어갔을 것이다.
1. 근대성의 언덕을 넘어, 새 시대 향방의 불빛
이광수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장편『무정』은 근대소설의 발원 기점을 구분 짓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정평 나 있다. 그의 단편 작품들 역시 저명한 장편 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되었을 뿐, 민족사의 격변 기류 속 탄생한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낼 자격이 약여하다고 평가하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책에 언급된 「어린 희생」,「무정」,「소년의 비애」 등의 작품들이 계몽주의의 기저 하에 근대적 악습을 더욱 효과적으로 비판하고자 사회의 비주류 집단에 속하는 인물을 주인공을 설정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는 해설 또한 매우 온당하다. 그러나 이광수의 입장을 투영하여 해석한「어린 벗에게」와 「윤광호」에 대한 저자의 관점 중 일부에는 약간의 아쉬움과 의문이 남는다.「어린 벗에게」의 화자 ‘임보형’은 유부남이다. 그가 구시대적인 전통에 따라 사랑 없는 결혼을 했다고 한들, 열일곱의 어린 처녀 ‘김일연’과의 사랑이 사회 통념상 부도덕한 일이라는 한계에서 탈피될 수는 없다. 결이 같을 수는 있겠으나 사랑과 결혼은 명확히 구분 지어진다. 사랑은 감정이고 결혼은 약속이다.
2. 고구려-김진명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매번 반복적으로 회자되는 민족주의 담론과 대중적 수용성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김진명의‘고구려’는 이 시기의 문학이 어떤 투쟁의 도구로 사용 되었는지 잘 대변해주는 이야기 라고 생각 합니다.‘고구려’는 고구려의 15대 미천왕 을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최근의 남북화해 무드에서 주변국의 정세를 비교해보면 이런 미천왕의 한말에서“모든 나라를 적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라, 적들중에는 화친을 해야 할 상대가 있고, 맞서 싸워야할 상대가 있는 법이니 어느 적과 화친하고 어느 적과 싸울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하는 내용이 감명적이지만, 역사의 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소설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사료 됩니다. 근본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문학의 소명감을 가지고 제 기력을 모두 나타내야 한다고 하지만 한 사람의 사상이나 신념을 책에 너무 깊이 나타내는 것을 과연 소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조금은 의문이 들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봐야한다고 보여 집니다.
3. 굿바이 겨울-김진희
김진희 시집에서 시인의 여리고 유장한 시의 세계는 먼저 어린날의 꿈과 기억에서 출발하는 시로 시인은 관조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 혈육에 대한 애증의 끈을 포기하지 않은 만큼 주관적인 깊은 견해는 내세우지 않았지만, 시 속에서 주관적인 견해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결혼해서 따로 나가 사는 큰오빠는 예전의 국수 한 다발을 잊었고 수화기에 묻어나는 어머니의 진부한 알코올 냄새가 역겨웠다”라는 이 대목에서 혈육과 가족에 대한 시인의 주관적인 견해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족관계인 큰 오빠에 대한 감정과 어머니에 대한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객관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과연 이‘값싼 크레파스처럼 우리 가족은 쉽게 부스러졌다’에서 시인의 주관적 견해가 드러난 이야기라고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것은 왜 일까요?
현대문학적으로 부자를 표현하는 것은 항상 빈자와 함께 등장한다고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부자가 있기 위해서는 500명의 가난한 자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문장을 인용한 것을 보아 부자라는 의미는 그저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꼬집어 표현한다. 글을 읽으면, 가진 만큼 힘들다. 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요새 2030 세대들을 표현을 빌려 금수저란 단어를 말하고자 한다. 금수저란, 정확히는 일종의 X세대의 오렌지족 느낌이지만 본인의 노력 없이 이미 태어날 때부터 좋은 출발점에 선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이미 가지고 태어난 ‘금수저’ 밑에서 일하는 것이 ‘흙수저’들의 꿈이라고 다들 말한다. 문학적으론 부자가 굉장히 비관적이고 탐욕스러운 존재로 표현되지만, 현재의 ‘부자’란 의미는 문학적 의미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1. 김선주의 《그대 뒤에서 꽃 지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 봄에 김선주의 《그대 뒤에서 꽃 지다》를 읽었다. 벚꽃 언어들의 비감한 축제라는 제목이 관심을 끌었다. 《그대 뒤에서 꽃 지다》에 실린 9편의 소설은 벚꽃 하나만을 배경으로 여러 가지 형태를 가진 이야기의 화원을 구성했는데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의 필자는 한 권의 단행본을 벚꽃 이야기를 쓴 것에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제목에서 먼저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쓴 것은 좋은 발상 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1년을 꼬박 기다려 단 일주일 혹은 열흘의 만개를 끝내고 낙화하는 벚꽃은 단행본의 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2. 김진명의 《고구려》
5월 9일 제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족주의 담론과 대중적 수용성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김진명의 《고구려》는 이 시기의 문학이 어떤 투쟁의 도구로 사용 되었는지 잘 이야기 한다. 《고구려》는 고구려의 15대 미천왕 을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흥미로우나 역사의 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소설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