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러나 다섯째 아이인 벤의 탄생은 모성애와 책임감, 전통적인 가치를 믿어온 그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그들이 계획했던 이상적인 삶의 행로를 모두 파괴하는 벤을 보면서 헤리엇은 다섯째 아이의 존재가 행복하게 살려는 자신들에 대한 신의 형벌일까 아니면 태고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주적 진화의 소산일까...
『다섯째 아이』는 도리스 레싱이 1988년 발표한 디스토피아 소설로, 당시 영국 사회의 분위기와 세계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는 냉전 체제가 막바지에 접어들며 국제 정세가 급변하던 시기였으며,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던 때였습니다. 한편 사회문화적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다문화주의가 대두되며 가치관의 다원화가 이루어지던 시대였습니다.
정치적으로 1980년대 영국은 마거릿 대처 총리의 집권기로, 대처리즘이라 불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 시행되던 시기였습니다. 대처 정부는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시장 중심의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경제적 효율성은 증대되었지만, 실업률 증가와 빈부격차 심화 등의 문제점도 야기되었습니다.
한편 냉전 체제가 약화되고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 직전에 이르면서,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동유럽 국가들의 민주화와 독일 통일 등 국제 정세의 대변혁이 일어났고, 세계화와 정보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불안과 혼란을 동반하기도 했습니다.
사회문화적으로 1980년대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문학, 예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 시기였습니다. 절대적 진리나 가치에 대한 회의, 다원주의와 상대주의의 확산은 기존의 전통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다문화주의의 등장으로 소수 인종과 이민자들의 권리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문제도 대두되었습니다. 식민지 시대의 종식과 탈식민지화 과정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유색 인종들은 백인 중심 사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차별과 편견에 시달렸습니다. 또한 1980년대는 에이즈(AIDS)의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공포와 혼란이 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다섯째 아이』는 이러한 1980년대의 시대상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설정한 디스토피아 소설입니다.
"다섯째 아이"는 도리스 레싱의 대표작 중 하나로, 가족의 행복한 일상에 찾아온 예상치 못한 변화와 그로 인한 갈등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규범에 대해 깊이 있게 묻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다섯째로 태어난 아이 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과 사회가 그에게 보이는 반응을 통해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제공합니다.
벤이라는 캐릭터는 그의 이질적인 모습과 행동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규범, 그리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보여줍니다. 그는 가족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서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을 위협하며, 그로 인해 가족 내에서,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회에서 많은 갈등이 일어나게 됩니다.
소설 『다섯째 아이』를 선택해 읽으려고 했던 것은 이 책이 고전이기 때문이었다. 고전만이 줄 수 있는 생각의 깊이, 분석하기에 용이한 풍부한 작품성,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인정받아온 도서의 가치가 나로 하여금 그러한 선택을 하도록 이끈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책을 빌려 책 뒷표지의 작품 설명을 읽었을 때에는 읽고 싶다는 마음이 오히려 사그라들었다. 이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러하였을 것인데, 이 책이 전통주의적 가족에 대한 가치관을 호러기법을 통해 부정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이든지 자신의 가족이 화목하기를 바라고, 성품이 좋고 능력 있는 가족들을 바라고 우수하고 우애좋은 형제들을 바라니까 마치 가족 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골라 읽기로 결정한 건 글쓴이가 그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는 글쓴이의 인격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1. 우리는 모두 아이였다
언젠가부터 요즘 유행하는 모 육아 프로그램에 빠져들어 보게 되었다. 아이와 갈등의 겪는 가정을 소아정신과 의사가 상담해주는 방송이다. 나는 현재 미혼에다 아이도 없지만, 부모가 아이와 실랑이하는 모습들을 때론 가슴 아파하고, 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말 그대로 울고 있으며 본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시청 후기를 보다가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했다. 우선 내 경우처럼 2,30대의 젊은 층들이 생각보다 이 프로그램에 많이 보고 있었는데, 그들은 부모의 시선에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어린시절에 겪은 갈등과 상처를 회상하며, 박사의 솔루션에 ‘뒤늦게’ 상처받음을 위로받는다는 것이었다.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가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 이토록 끊임없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에게나 최초의 돌봄, 최초의 상호작용의 시간이 있었고, 대부분에게 그 시간은 순탄치만은 않았기 때문이리라. 아이 됨을 통해 뒤늦게나마 그 시간들을 이해하고 그 지난한 시간을 건너온 스스로와 주변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아닐까.
1960년대 영국, 회계사인 데이비드와 판매부서에서 일하는 해리엇은 직장 파티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데이비드의 나이 서른이었고 해리엇은 스물넷이었다.
해리엇은 세 딸 중에 맏이였고 가정생활이 행복한 인생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났다. 데이비드는 일곱 살에 부모님이 이혼했고 부모님은 각자 재혼해서 새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었다.
신혼집을 구하던 중에 빅토리아풍의 삼층집을 발견했다. 마음에 쏙 드는 집이었지만, 데이비드와 해리엇의 능력 밖이었기에 데이비드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부유한 데이비드의 아버지는 흔쾌히 신혼집을 사는 비용을 지원했다.
유전공학으로 인간까지도 복제되는 세기말, 이 시대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인간'의 근원과 가치에 대해 도전적이고 예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 ‘다섯째 아이’는 1988년에 출간된 영국 최고의 작가 도리스 레싱의 소설이다. 도리스 레싱은 작중 주인공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로 인해 그 가정의 기초가 되었던 모든 이상들을 완전히 파괴되도록 만듦으로써 그것이 행복하게 살려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신의 형벌일지 아니면 태고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주적 진화의 소산일까 질문하고 있다.
도리스 레싱은 1919년 이란에서 영국인 부모의 딸로 태어난다. 그녀의 가족들은 이란과 남아프리카 등을 전전했는데,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곳에서 생활하면서 그곳 주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목격한다. 그녀는 1949년에 런던에 이주해서 정착하고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는데, 인종차별이나 여성 인권문제 등 주로 20세기에 대두되었던 다양한 사회문제들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2007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자신의 작품성을 전세계에 알리기도 한다.
도리스 레싱이 다섯째 아이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전통적인 가족 이데올로기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가족 이데올리기란 무엇일까. 순결을 지킨 두 남녀가 혼인하고 피임하지 않고 아이를 있는 힘껏 출산하며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성애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책임감, 그리고 자식들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부모로서의 의무라고 할 수 있겠다.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직장 파티에서 만나고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가 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은 주의 사람들이 놀리듯이 당시 1960년대로서는 보기 드문 사람들이다. 문란한 혼전 성관계, 이혼, 또는 혼외정사라든가 산아 제한, 마약 같은 것들을 거부하며 그들은 전통적 의미에서 행복한 가정을 건설하는 것을 삶의 최대 목표로 삼는다. 그들은 “퇴보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보수적이고 답답한 사람. 수줍고 비위 맞추기가 어려운 사람.”(7)이었다. 하지만 그 둘은 그런 점에서 꼭 맞는 한 쌍이었다. “조심스럽게 동떨어져 있는 그의 모습에서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9)
해리엇은 세 딸 중 맏이였다. 열여덟에 집을 떠나서야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왜냐하면 여러 친구들은 이혼한 부모 아래 자라서 기복이 심했고 되는 대로 인생을 막 살기도 해서 정서적으로 불안한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해리엇은 전혀 불안하지 않았으며 항상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학교 공부도 괜찮게 했고,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미술대학에도 진학했다. 그 직업은 결혼할 때까지 유쾌하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문여성이 될 것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토론할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 문제에 대해 결코 핏대를 올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괴팍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적당하게 원하는 만큼은 모두가 가질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었고 딸들에게도 그렇게 보였다. 해리엇의 부모는 가정생활이 행복한 인생의 기본이라는 점을 당연하게 생각했다.(12)
해리엇은 전형적인 단란한 가족에서 자랐다. 그녀의 부모도 가정생활이 행복한 인생의 기본이라는 생각으로 딸들을 그렇게 키웠다. 해리엇은 이러한 가족의 이상을 내면화하면서 자란 평범한 가정의 출신으로서 자신도 자신의 가정과 같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데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려면 집이 있어야 하고 적당한 직장에도 다녀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생기면 아이들을 낳고 양육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남자와 여자의 능력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하면 억지일까?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는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양육하는데 있어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하고 있었다.
해리엇의 어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해리엇과 데이비드의 성격이 나왔다.
서로가 사람들에게 보수적이고 답답하다는 둥, 수줍어해서 비위 맞추기 어렵다는 둥, 비호감이라는 둥 이었다.
그들은 파티에서 만났는데 조금 나랑 비슷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호감이 갔다.
그것은 옛날 식이라고 했는데 빌리자면 60년대 식이다.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아이를 많이 낳아서 넓고 큰 집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아마 그 시대의 추세이거나 로망을 말하는 것 같았다.
I. 들어가며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를 처음 접한 경로는 어느 팟캐스트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라디오 호스트와 게스트는 2011년에 개봉한 영화 '케빈에 대하여'의 원저인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줄거리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어느덧 이 미스터리한 소설이 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었다.
II. 줄거리
주인공인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평범하기 때문에 독특한 사람들이다. 작가는 이들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고는 있지만 그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주류 사회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여 타인에게 주목 받으려는 욕망, 개방적인 성문화 등에 관대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성은 소비 지향적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허울뿐인 개성. 주인공들은 이러한 주류 사회의 모순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도피처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이다.
주인공들은 지켜야 할 가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시대적인 분위기에 따라 그것은 성에 대한 보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