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교과서 한국문학』시리즈 박경리편 제3권《불신시대》. 본 시리즈는 박경리의 작품을 통해, 논술을 학습할 수 있게 했습니다. 어린이는 작품을 감상하기에 앞서 만화를 통해 작품의 줄거리와 주제를 살피고, 작품을 읽은 후에는 논술 문제를 통해 실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3권에는 불의와 맞서는 이야기인...
줄거리
6.25전쟁으로 인해 남편을 잃은 진연은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외아들 문수마저 잃는다. 문수의 죽음은 의사의 실수에 의한 것이었다. 진연은 도수장의 망아지처럼 죽어 간 아이의 울음소리를 잊기 위해 종교에 매달려 본다. 그러나 그녀가 본 것은 시주 받은 쌀을 착복하는 중과 도적맞을까 봐 신발을 싸 들고 예배 보는 신도들뿐이었다. 진영은 그들로 인해 아이의 영혼까지 더럽혀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린다.
박경리의 소설 ‘불신시대’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불신시대’ 소설에서 진영의 남편은 죽기 전, 경인 도로에서 본 인민군 소년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터져 나온 내장에 파리가 꼬이고 죽기 전 갈증조차 풀지 못하고 죽어가는 소년의 모습으로 전쟁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그 소년이 인민군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어머니’를 외치며 죽어가는 한 소년 그대로가 고스란히 전쟁의 피해자인 것이다. 또한 1.4후퇴 당시 피난길에서 진영이 보았던 피가 철철 흐르는 시체 옆에 울고 있던 아이를 통해 우리가 전쟁의 주체이자 피해자가 된 6.25전쟁의 잔인함을 볼 수 있다.
‘불신시대’라는 제목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인 진영을 둘러싼 사회는 모두 그녀를 무시하거나 배신한다. 어이없는 아들 문수의 죽음과 가짜 주사약을 파는 병원 등 진영의 눈에 비친 사회는 전쟁을 핑계 삼아 비정상적으로 돌아갔다. 6·25 전쟁이 끝난 이후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은 여성의 눈을 빌려 혼탁하고 어지러운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겪는 경험은 특별하지 않다. 당대 사회에서 누구나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사건들을 제시함으로 적나라하게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주인공 진영은 전쟁 중 남편의 여의고 아들 문수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나는 <불신시대>가 전후소설이기에 휴머니즘이나 따뜻한 인간적인 느낌들을 바랐다. 제목이 설령 불신시대라 하여도 그것이 반어법으로 쓰인 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읽는 내내 그런 개인적인 바람 때문에 초반부의 성당이나 절에 대한 불신을 놓칠 뻔했지만, 작품을 끝까지 읽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9.28 수복으로 진영은 남편을 잃었다.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의사의 오진으로 외아들인 문수가 생죽음을 당했다. 진영은 의지할 곳 없이 홀어머니와 함께 삶을 유지했다. 어느 날, 진영의 곗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갈월동 아주머니가 찾아와 대뜸 그들에게 성당에 가라고 권했다. 진영은 문수가 천당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별로 내키지는 않았으나 성당에 가기로 했다. 그러나 미사가 끝날 때쯤 돈 주머니가 돌려지는 것을 본 진영은 밖으로 나와 버린다.
이 작품의 제목인 <불신 시대>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신자, 즉 종교를 믿지 않고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시대와 사람 자체를 믿지 못하는 시대라는 의미 두 가지가 모두 제목에 포함되어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척 비관적인 세태와 현실을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배금주의, 무엇보다 돈에 가치를 두는 천박한 사상 등 오늘날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 이 작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이다. 제대로 나라가 체계가 잡히지도 않고 또 오늘날처럼 발전이 된 시대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돈에 지나치게 집착을 하고 인간에 대한 도리를 저버리고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가 물질적으로, 정치적으로 너무나도 빠르게 발전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타난 가장 큰 부작용이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천박한 배금주의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종교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