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구효서의 《풍경소리》가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어떤 경지에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는 평을 들으며 만장일치로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구효서의 《풍경소리》는 생각에 억압된 몸, 논리에 억압된 감각을 되살려내는 과정을 잔잔하게 묘사하는 작품이다. 인간의 삶과 그 운명의 의미를 불교적 인연의...
주인공인 미와는 친구인 서경의 ‘달라지고 싶으면 성불사에 가서 풍경소리를 들으라’는 말을 듣고 성불사에 간다. 미와는 노트북을 두고 감촉이 좋고, 글을 쓸 때 슥삭슥삭 작은 톱질할 때 나는 소리가 난다는 이유로 종이 노트를 사용한다. 그리고 미와는 휴대폰의 전원을 꺼두었다. 휴대폰은 상대의 ‘이미지’를 ‘소리’로 대체하는 장치이다. ‘이미지’보다 ‘소리’가 먼저 도달한다. 그러나 휴대폰을 통해 전달되는 소리는 인위적이다.
소설의 초반부는 미와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탐색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소설? 소설이 아니라고 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소설을 알지 못했으니까. 소설이라니. 읽는 건 싫어하지 않았지만 쓸 줄 몰랐고, 쓸 엄두를 내지 않았고, 낼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 소설이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몰랐다, 진짜. (p. 15)
마음이 힘들거나 번잡할 때 산을 잘 찾는다. 산을 오를 때는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과 힘듦을 겪지만 그 후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장엄하고도 시원한 전경과 뺨을 스쳐 지나가는 풋풋한 산바람은 산을 오르는 보람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산을 오르내리다 만나는 이름 모를 절에 들릴 때마다 절에서 풍기는 고요한 기운에 내 마음의 어지러움도 어느새 가라앉는 것 같다. 특히 고풍스러운 처마의 치켜 올라간 곡선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매달려 스치는 바람결에 따라 노래하는 풍탁(風鐸) 또는 금탁(金鐸), 또 다른 이름으로는 첨마(檐馬) 그리고 일반적으로 많이 불리어지는 그 풍경(風磬), 물고기가 바람의 결을 타다 들려주는 잔잔한 풍경소리에 내 마음도 절로 평안해짐을 느낀다. 작품 속 성불사의 주승은 풍경을 일컫는 또 다른 말로 풍탁(風鐸)이라고도 한다며,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아마 사시사철 끊임없이 바람결을 따라 흔들리고 노래하며 정진하는 풍탁(風鐸)처럼 불도에 귀의한 수도승들도 목탁을 치며 끊임없이 정진수행 하라는 깊은 뜻이 그 두 글자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성불사 깊은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 주인공인 미와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성불사’라는 사찰에 머무른다. 그곳에서 풍경소리를 듣고, 촛불 아래 얇은 나폴리 피자 도우와도 같은 스프링 노트에 연필로 무엇인가를 적는다. 개인이 지닌 감정 혹은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이 ‘글을 적는다’는 일반적인 의미겠지만 미와는 ‘스삭스삭, 스와와와, 쓰쓰쓰스’ 와도 같은 의성어만을 써 내려가며 연필소리가 마치 작은 톱으로 톱질하는 것과 같다며 좋아한다. 이것이 사찰에서 미와가 하는 주된 일이다.
미와의 엄마는 미혼모다. 미와의 유년시절, 엄마는 생계를 책임졌고 집에 홀로 남겨진 미와는 ‘레고(장난감)’와 함께 외로움을 달랬다. 미안함의 표시였을까? 엄마는 말없이 미와에게 레고를 사다주셨다. 레고와의 인연으로 미와는 레고대회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고 결국 나노블럭 회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상경한다. 홀로 남겨진 엄마는 건강 악화로 일을 그만두고 ‘상철이’라는 고양이를 키우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