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다룬 36편의 글과 인터뷰『디자인과 미술』. 이 책은 미술과 디자인을 똑같이 비평적으로 다룬 문헌을 조사하여 나온 결과물로 혼성적 움직임을 보이는 동시대 미술과 디자인 실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1945년 이후를 출발점으로 삼아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이래로 부상한...
de-sign. 기호를 제거한다. designer. 교활하게 속임수를 놓는 공모자. 어원을 보면 이런 단어가 어떻게 미술과 비교되며 혼동되는 개념이 되었을지 궁금하다. 대체 디자이너들은 무엇을 누구에게 속이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빌렘 플루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기술로 자연을 속이고, 자연스러운 것을 인공적으로 바꿔치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자연이 위탁한 포유동물을 자유로운 예술가로 전환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기만적이어야 디자이너라고. 조금 강제로 부합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말 뒤에 하는 주장을 보면 맞는 말 같다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디자인이 이데아를 대체하였기 때문에 제품, 예를 들면 펜을 만드는 재료는 실질적으로 아무 가치가 없으며 펜에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가치는 그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연필이 그저 나무와 흑연으로 놓여져 있으면 어떨지 생각해보면 그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