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정의로운가’는 경제학자 이정전이 쓴 책으로,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이 과연 공정한지 아닌지를 다룬다. 저자는 먼저 자본주 의 사회에서는 돈이 곧 권력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한 자유경쟁체제야말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즉, 개인 간의 무한경쟁이 합리 적이며 생산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에는 심각한 오류가 숨어 있다. 바로 능력주의다.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능력 덕분에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따라서 누구나 열심히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물론 이것은 맞는 말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 체제하에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자본주의에서 ‘시장’은 빼놓고 얘기할 순 없는 핵심적인 개념이다. 시장은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생산과 분배를 조절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한 생산과 무분별한 소비로 얼룩진 현대 사회, 그로 인해 끝없는 치열한 경쟁이 필연적이 되어버린 이 사회는 시장이 과연 정의롭게 유지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들게 만든다. 그런 의문에서 출발한 이 텍스트는 정의롭게 잘 작동되고 있는 시장은 어떤 모습이며 그런 사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세계는 시장경제 체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어느 나라도 순수한 시장경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없다. 왜냐하면 시장경제는 효율적이지만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불완벽성에 대해서는 전부터 거론되어왔던 문제이며 이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 가지 혼합경제체제의 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이클 샌델교수와의 인터뷰는 시장의 불완벽성 중 시장의 원리와 도덕적 공동선의 대치를 두고 시장의 정의에 대해 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음 읽은 weekly biz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인터뷰는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 조차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장의 원리에 입각해서 보았을 때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일수 있으나 한걸음 물러서서 그것을 재조명한다면 분명한 부정의, 비정의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었다.
시장이란 어던 상품이 거래되는 특정한 장소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보다 폭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우리는 시장은 공정한 시스템이며 우리가 얻는 소득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 글은 과연 시장이 정말 우리가 믿는 것처럼 정의로운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시장을 이익의 관점에서가 아닌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요구한다. 저자는 부유층이나 권력층에 비해 목소리가 작은 서민들의 불만이나 분노를 알아내고 달래는 것이 정의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서민들은 변덕이 심한 시장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며 이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사회를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은 시장의 효율성보다는 공정성에 훨씬 민감하다.
저자 이정전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정의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책은 한국 경제에 있어서의 정의를 말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은 돌아가며, 개개인의 이익 추구가 경제를 발전 시킨다고 믿었다. 하지만 승자독식의 시대, 검은 돈, 불공정, 부익부 빈익빈, 부당거래,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처 방안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자유로운 시장을 넘어서 정의로운 시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세상이 아닌 상생과 소통, 협동, 공평이야 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