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국의 후예』식민지시기를 제외시키고, 조선 후기로부터 자본주의의 기원을 찾으려는 시도는 타당한 것인가? 전적으로 한국사의 내부에서 발전 요인을 찾으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역사적 실제는 이러한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는가? 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일제하 전라북도 고창 출신 김성수·김연수 일가와 경성방직의 성장에서 한국자본주의의 기원을 찾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내재적 발전론처럼 일본이 침략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까를 상상하지 말고, 일본의 침략으로 실제로 일어난 일을 살펴보자고 제안하며 그 표본을 경성방직으로 삼았다. 중소 직포업체로 출발한 경성방직이 일본 제국주의의 지원과 협력으로 만주와 중국 본토에서까지 사업을 펼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눈부신 발전과정에서, 현대 한국 자본주의의 원형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에커트는 한국에서 근대화의 기동력이 외부에서, 곧 일본제국주의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의 역사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은 일본에 의한 근대화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저자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긍정하거나 미화했다는 논평을 비롯해 그간 많은 면에서 오해와 오독을 낳았으나 한국 근현대사에 관해 완전히 새로운 연구시각을 제시한 책으로 평가받았으며, 우리의 역사학계에는 전통적 수탈론에 도전한 다양한 식민지근대화론 계열의 논의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남기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