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경력 4년 차에 대학원에 입학하였다. 수학 수업에 가장 자신이 없어서 수학교육과를 선택했다. 수학 수업만큼은 교사 위주의 강의식 수업이 가장 편했고, 또 가장 효율적인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학생들도 나도 지루했다. 학생들은 지루해하면서도 성취기준은 도달했다. 무난하게 따분한 수업들이었다. 수업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봤는데, 수업을 구성하면서 고려해야 할 내용들이 많았다. 체계적으로 공부해보자고 마음먹고 대학원에 들어와서 수학 교육에 관해 공부하며 나의 수학 수업이 나아지는 것을 느꼈고 작은 성취감에 뿌듯했다. 그러던 차에 과제로 ‘교사는 어떻게 단련되는가’를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많이 반성했다.
도서관에서 이 얇은 책 한권을 들고 나와 감동스럽기까지 한 봄 볕을 받으며, 문득 지난 해 봄에는, 21살의 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일 년 전 오늘에는 분명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오늘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졌다. 작년 여름 잘 다니고 있던 대학에서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꿈에 그리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벌써 2학년 1학기까지 마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창 시절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시는 부모님의 바람도 어느 정도는 정리 된 상황이었고, 어쩌면 나는 부모님의 뜻에 따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나름대로 만족하며 지냈다. 지금 다시 생각을 해 보아도, 한 달 정도 되는 그 여행 동안 어떠한 심경 혹은 생각의 변화로 인해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설명을 해 낼 자신이 없다. 그저 어렴풋이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그 시간동안 나는 나를 다시 돌아보고, 그리고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이 책은 머리말에서도 작가가 말했듯이 작가 자신의 교직생활, 수업의 경험을 보여주고, 힘들어하는 우리 교사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쓰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교사가 좋은 직업이긴 하지만 결코 쉬운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나는 막연히 교사는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놀아 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신중히 생각하지 않은 채 대학에서 배운 것,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면 되겠지 하고 교육에 대해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과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또 아이들이 내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의 어려움과 그 때의 교사의 열정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제 이 책의 총 8부로 이루어진 내용을 각각 살펴보고 그에 대한 나의 느낌, 생각을 적어보겠다.
1부 내 인생을 좌우한 운명적인 만남들
작가 아리타는 자신의 운명적인 만남을 교장 요시다 선생님과 사회과 하마무라 선생님과 만난 것이라고 말한다. 교장 요시다 선생님은 판서, 내용의 흥미, 가르치는 방법, 지도안 등 여러 충고를 아리타에게 해주었다. 그리고 아리타에게 ‘다가와 학습’이라는 쟁쟁한 실력자들의 공부모임에 주선해주었다. 여기서 나는 작게는 작은 틀린 글씨 하나라도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는 것과 크게는 나만의 생각이 아닌 아이들을 고려한 효과적인 수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내가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그에 필요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사범대에 들어오게 되었고 교육학을 전공하고는 있었지만, 사실 나는 외국계 회사나 여행사에 취직해서 ‘남들과는 다른’ 멋진 삶을 사는 것이 꿈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딱히 다른 이름 있는 회사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당시 나는 ‘교사’처럼 고리타분하고 정형화 된 지루한 인생을 사는 직업은 절대 갖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확고했던 내 생각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학년을 마친 후 갖게 되었던 2년의 휴학 기간이었다. 휴학 기간 동안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대로 공항에서 일을 하며 여러 사람들도 만나봤고, 캐나다에서 살면서 친구들이 부러워했던 ‘멋진 삶’도 살다 왔지만, 그 생활에서 조차 지루함을 느꼈고, 그 지루함을 없앨 무언가를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