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고전' 시리즈의 <전우치전>은 육당 최남선이 운영하던 출판사 신문관(新文館)에서 1914년 찍어낸 신문관본 '전우치전'을 주요 대본으로 삼았다. 전우치의 기상을 힘이 넘치는 선과 색으로 독특하게 표현해낸 윤보원의 그림도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 준다.
신문관본은 판각본인 경판 37장본을 대본으로...
천상 선동이었던 전우치는 고려 말 처사 전운회와 최 씨 부인 사이에서 태어나 지상에 내려온다 전우치는 여자로 변신한 여우에게서 호정을 받아먹고 천문과 지리에 통달하고 세금사에서 만난 구미호를 징치하여 천서를 얻어 온갖 술법과 조화를 부릴 수 있게 된다 전우치는 도술을 부려 임금을 희롱하고 악한 벼슬아치와 염준 같은 도적의 무리를 혼내 주기도 하는 한편 사방을 돌아다니며 곤경에 처한 백성들을 도와준다,
고전소설인 전우치전을 읽어보았다.
사실 내가 전우치전에 대해서 처음 알았던 것이 전우치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이다.
강동원이 전우치 역을 맡아서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전우치전이라는 것이 있었는지도 몰랐으니 참으로 부끄럽지만 그 영화를 통해 전우치전을 알게 되고 또 이렇게 전우치전을 소설로 읽게 되니 참 뜻깊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전우치전은 사회 소설적 측면과 도술 소설이라는 점에서 세컨드 홍길동전의 평가받으며 실존 인물인 전우치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우치전을 초기에 연구했을 때에는 홍길동전과 이야기가 유사해서 작가를 허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근래의 연구에 들어서는 전우치전은 15세기 중반에서 16세기 중반에 실제로 존재했던 ‘전우치’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밝혀지게 된다.
또 눈에 띄는 점은 홍길동전과는 다른 설화와 구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이본이 존재한다는 점과, 조선 후기의 무능한 임금에 대한 비판과 부패한 관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통해 민중들에게 쾌감을 준 점으로 오늘날 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전이 주목받고 깊게 묵은 빛을 발하다보니 요새는 고전과 현대적 장르를 적당히 배합한 영화, 드라마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여러 가지 면에서 눈을 즐겁게 하는 영화로 ‘전우치’가 있다. 원작 속 이야기들의 조화로운 배치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더불어 강동원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한 영화였다. 이러한 강점으로 영화 ‘전우치’는 약 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한다. 한국 최초의 국문소설이자 영웅소설인 홍길동전의 기세에 밀려 묵혀두었던 전우치전이 드디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완벽한 허구적 인물이었던 홍길동과 달리 놀랍게도 전우치는 조선 시대 중종 때 전라도 담양 출신의 실존인물이었다. 도술이 뛰어났다고 전해지는 이 인물의 내력이 전해져 내려오면서 소설화된 것이다. 소설 속에서 전우치는 선관으로 몸을 가장하여 국왕에게 옥황상제의 명이니 황금 들보를 바치라 하고, 흉년에 가진 것 없는 백성들에게 횡포를 일삼는 관리를 혼내고, 가달산 도둑의 반란을 평정하기 위해 나뭇잎으로 신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렇게 전우치의 능력은 절로 탄복이 나올 만큼 신통방통하다.
1. 전우치전의 줄거리
송도에 사는 전우치(田愚治)라는 사람은 신기한 도술을 얻었으나 재주를 숨기고 살았는데, 빈민의 처참한 처지를 보고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천상의 선관으로 가장해, 임금에게 나타나 옥황상제의 명령이니 황금 들보를 만들어 바치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팔아서 곡식을 장만해 빈민에게 나누어 주고 그 뜻을 널리 알렸다. 나라에서 잡아갔으나 쉽게 탈출하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횡포한 무리를 징벌하고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그러다가 자수를 하고 관직을 얻게 되고, 조정에서 벼슬아치들의 비행을 징벌한다. 그리고 도둑의 반란을 평정하는 공을 세웠으나, 역적의 혐의를 받자 다시 도망쳤다. 도술로 세상을 희롱하며 다니던 끝에 친한 벗을 위해 절부(節婦 ‧ 절개가 굳은 부인)를 훼절(毁節 ‧ 절개나 지조를 깨뜨림)시키려다가 강림 도령(저승사자)에게 제지를 당하고, 서화담과의 도술대결에서 패한 뒤, 서화담과 함께 산중에 들어가 도를 닦게 되었다. 이것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신문관본의 내용으로 전우치전은 이것 외에도 여러 이본들이 전해지며, 각 이본에 따라서 다양한 이야기가 덧붙기도 한다.먼저 일사문고본은 전우치가 천상 선동으로 속계에 내려왔는데, 어려서 여우 입 속에 들어 있는 구슬을 먹고, 다시 구미호에게서 천서를 빼앗아 도술을 익히게 되었다고 하는 내용이 서두에 더 있다. 그 밖의 내용은 대체로 같은데, 도술을 익히게 된 경위를 보태서 도술이 기이하다는 데 관심을 갖게 한다. 그리고 김동욱본에서는 전생에 손오공이었던 전우치가 강릉 지방 관노의 아들로 태어나 자기 가문의 지위를 높이는 한편, 중국에 가서 활인동 도적의 두목이 되어 중국 천자가 조선을 업신여길 수 없도록 하고, 마침내 연나라 임금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흡사 전우치전과 홍길동전을 합쳐 놓은 것 같다.
난 전우치가 홍길동과 자연스럽게 비교되었다.
홍길동은 항상 백성을 위하며 결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도술을 쓰지 않고,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척이나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난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솔직히 난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도사가 자신을 힘을 가지고 남을 위한 일만 하고 있다니 실제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서 전우치는 정말 통쾌했다.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전우치는 왕을 속여서 금을 빼앗는다.
언제나 왕에게 충성하면서 탐관오리만 혼내주는 홍길동은 흉내도 내지 못할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