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페미니스트가 남성과 싸우려고만 하는 과격한 여자라는 식의 페미니즘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과념을 깨주는 책이다. 군위안부, 스와핑, 위안부 누드, 박근혜 패러디 등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여러 사건들을 여성의 시각에서 재해석 하며 한국의 여성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가 객관과 보편이라고 믿었던 세계가 남성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주입된 편견과 왜곡에 의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며, 여성의 목소리로 이 세계를 재구성해보자고 요청한다. 또한 여성 뿐 아니라 장애인, 유색인종, 성판매 여성 등 소외된 사?..
‘페미니즘의 도전’은 여성주의 이론가인 정희진 씨가 쓴 책으로, 페미니즘 운동 사 및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성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기존의 남성 중심 문화에서는 남녀 간의 차이만 강조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이나 불 평등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 차원에서 성별 권력 관계를 인식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 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이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한국에는 페미니즘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며 싸우고 비난하고 대립한다. 갑작스럽게 닥친 페미니즘 열풍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페미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아는 것이 두려웠다. 무언가를 아는 것에 있어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게다가 평소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페미니즘에 관해서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왜 나는 페미니즘을 아는 것을 두려워할까?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얻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우선 나는 미움 받기 싫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페미니즘은 온갖 욕설과 비방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 있거나 알고 있다고 하면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그것밖에 없다고 해도 그 사람을 공격하고 비난했다. 특히 ‘혐오’라는 무섭고 무거운 말을 너무나 가볍게 뱉으며 인격을 모독하는 모습을 나는 너무 많이 보았다. 예를 들어 나는 얼마 전 고대 인권좌담회에 강연자로서 초청된 은하선 작가에게 향한 욕설과 비방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어느 정도 호의적이며 호기심이 있었다. 페미니즘이 도대체 뭐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적대시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또 스스로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을 하고 싶지 않아 자기검열의 수단으로도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폭력적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이내 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아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다. 내가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나를 혐오하는 것을 떠오르면 오싹한 기분마저 든다. 나의 어느 부분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단지 페미니즘 관심의 정도로 누군가에게 욕을 먹는 다는 것은 기분이 나쁜 것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결국 페미니즘에 대한 모든 것들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이어 아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 때문이다.
페미니즘이란?
페미니즘은 그렇게 거창하거나 무서운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잘 들리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는 것이다. 다른 목소리는 혼란이 아니라 다양성과 창조력이 원천이다.
페미니즘의 목적
① 남녀에 관한 이슈에 국한하지 않고 삼라만상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 접근방식 농의 방식이라는 인식의 방법으로 이해한다면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변화 시킬 수 있는 것
② 여성을 억압하는 객관적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것
③ 남성 특유의 사회적 경험과 지각 방식을 보편적으로 표준화하려는 태도를 근절시키는 것
④ 여성적인 것의 특수성이나 정당한 차이를 정립하고자 하는 것
Chaper#1 작가소개 (정희진)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 박사
- 여성학, 평화학 연구자.
- 우리 사회의 통념, 기존의 논쟁 구도 자체를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데 관심이 있다.
- 선한 사람 혹은 강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기
- 다 약한 사람임에 감사한다.
- 불안정한 사람의 마음을 사랑하며 이것이 평화정치학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색안경을 끼고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수많은 색안경, 즉 ‘편견’을 지닌 채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러한 편견은 인간인 이상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것이며,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편견이 우리의 사 고 속에 내재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지닌 수많은 편견들 중에서 ‘남성 중심적 세 계관’을 비판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남성 중심적 세계관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일상생활 속 깊숙이 스며들어 있으며, 우리는 남성 중심적 세계관에 반대하는 페미니즘(여성주의)에 찬 성하든 반대하든 이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앞부분에서 페미니즘의 순기능, 즉 여성주의 본연의 의도가 무엇인지 설명 하면서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지니는 가치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여성주 의는 기존의 지배규범, 상식에서 어긋나는 ‘다른 입장에서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 식이다.
페미니즘의 도전
지구 인구는 73억이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절반이다. 그러나 세상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간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가 더 강하다. 특유의 가부장적 문화에 기인한 까닭이다. 물론 요즘 젊은 사람들의 사고는 부모 세대들보다 진보적인 것이 사실이다. 남편이 육아나 가사에 참여하는 시간도 길어지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몸으로는 집안일을 하지만, 그 일이 내일 혹은 우리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근거해 ‘도와준다’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몸과 생각의 불일치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아직도 남성중심으로 견고학0P 돌아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여자라고 해서 대우받아서도 안 되지만, 여자라고 차별받아서는 더욱 안 된다는 점에서,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학자인 저자 정희진이 이 책을 통해 기대하는 바도, 페미니즘을 통한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 내지 새로운 사유방식일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인상을 이야기해보자면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여자의 권리를 주장한다고 하면서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심하게 남자들이 역차별이라고 이야기하는 권리를 주장하는 측면을 자주 보았기 때문에 스스로 페미니즘에 잘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학교 화장실에 총여학생회에서 자신들에게 바라는 점을 써달라는 설문지를 붙여 놓았을 때 한 학생이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좋은데 페미니스트가 되진 마세요’ 라는 글을 써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동의한다는 의견이 몇 개 더 달려있었다. 사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의견은 이렇듯 부정적이다. 이는 몇몇 과도한 페미니스트들의 쇼맨십적 행동이 원인이기도 했을 테지만 페미니스트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붙여 보도하는 미디어들에게도 큰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주범은 남성적 사고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개인적이 취향이 한 몫 했을 것이다.
<페미니즘의 도전>의 저자 정희진은 대학과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에서 여성학을 강의하며, 다양한 여성조직에서 자문위원,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가 남성과 싸우려고만 하는 과격한 여자라는 식의 페미니즘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과념을 깨주는 책이다. 군위안부, 스와핑, 위안부 누드, 박근혜 패러디 등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여러 사건들을 여성의 시각에서 재해석 하며 한국의 여성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여성 뿐 아니라 장애인, 유색인종, 성매매 여성 등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목소리들이 경쟁하고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편협한 세상에 살았는지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남성적인 단어 정확히 말해 일류대 출신, 중산층, 비장애인, 이성애자, 남자로 중심 지워진 단어들로 채워져 있음을 알아감과 동시에 내가 차별과 타자성을 경험할 때는 분노하면서 나 또한 그러한 폭력을 가담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하였다.
내가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등의 단어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대학교에 입학한 후 락밴드 동아리에 가입하고 한 달 정도가 지난 후였다. 우리학교 총여학생회에서 우리 동아리에게 행사 축하 공연을 부탁했고 마침 여자들로만 구성된 팀이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참여를 결정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총여학생회나 페미니즘 등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것들이 무엇인지 조차 몰랐다. 하지만 우리 동아리의 축하 공연 응원 차 참가한 그 행사에서 처음으로 페미니즘이니, 페미니스트니 하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때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는 나에게 매우 불쾌하게 다가왔다. 그 행사는 총여학생회 학생들의 연극, 무용 등과 유명한 페미니스트라는 한 여성의 연설 등으로 진행되었는데 내 눈에는 그 모든 것들이 마치 극단적인 시각으로 사회 전체를 부정하는 일종의 삐뚤어진 그리고 지극히 감정적인 저항같이 비춰졌다.
책을 접하고 처음 드는 느낌은 난감함이었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나는 가부장제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언어 속에서 생각 지금 내가 숨 쉬면서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 이 싹트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살아왔다. 나아가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현재 나의 언행이 가부장적인 모습의 대표격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설이나 추석 같은 큰 명절에 온 가족이 밥을 먹을 때면 남자들과 여자들이 따로 상을 차렸고, 남자들은 여자들이 설거지나 다른 음식마련 때문에 분주할 때, 후식으로 과일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 들였다. 그것은 장남, 장손이라는 이유로 우대행위를 받았던 어린 시절부터의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가부장적인 환경 속에서 숨 쉬면서 살아온 나에게 ‘우승열패의 신화’ 대신 이 책 ‘페미니즘의 도전’을 과제로 선정한 것은 실상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용어를 들으면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저항, 역차별이었다.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많은 피해를 받아왔기 때문에 남성에 대항하고 피해의식으로 인해 남성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생각했다. 공무원 임용 시 합격자 선발에서 여성 할당제를 둔다든지, 여성들에게 생리 휴가를 주는 것, 남성부는 설치되지 않았지만 여성부는 존재하는 것 등등 여성들에게 남성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여성운동을 통해 기존 사회 질서에 저항하고 역차별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나서 여성주의, 여성운동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확연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여성운동의 주장은 여성들이 인간으로서 누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 사회 ․ 남성에 대한 저항이 아닌 함께 공존하는 시각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