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외부인에 의해 드러난 부산의 속살을 파헤치다『부산은 넓다』는 부산박물관에서 전시기획을 담당하는 학예사이자 역사민속학자인 저자 유승훈이 쓴 책으로 파란만장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부산이란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핍진하게 다룬 책이다. 저자는 사람의 생각과 말, 시간과 공간을 연구하면서...
부산은 넓다. ‘부산’ 하면 언제나 넓고 푸른 바다가 떠오른다.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앞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고, 끼룩끼룩 하늘로 나는 갈매기 아래에도 넓은 바다가 있다. 해운대, 광안리, 송도 해수욕장에 몰린 피서객들 사이에도 넓은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다. 생명을 탄생시킨 어머니와 같은 바다가 도시를 감싸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행운이다. 여기까지가 책의 머리말 서두부분이다.
부산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책의 서두가 이게 정말 부산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되어 있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부산이라고 꼭 저렇지만은 않다는 의미에서 해 본 소리이다. 저 말은 부산의 알려진 명소의 일부분일 뿐이고 부산의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다른 도시와 크게 다른 점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곳은 ‘재송동’이라는 곳인데 어떻게 보면 해운대와 근접해 있지만 또 어떻게 해운대 바다가 앞에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다.
대학진학을 위해 부산으로 처음 와보았다. 그 전까지는 ‘제 2의 수도, 부산’ 이라는 말로만 들어왔던 곳이었다. 처음 부산으로 왔을 땐 부산의 이곳저곳, 유명한 곳들을 놀러 다녀야지 라는 계획이 있었지만 학교생활에 파묻혀 이루기 힘든 꿈이 되었다. 간혹 마음이 답답하다 여겨질 땐 밤 11시에 지하철 막차를 타고 광안리로 간 적도 있었다.
부산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많이들 추천해주는 이기대, 태종대, 감천 문화마을 등 유명 장소도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친구들 혹은 언니랑 가끔 놀러가는 남포동이나 사촌언니와 함께 처음으로 부산의 산도 타보았는데 정말 재밌었다. 특히 삼천포에는 산이라곤 하지만 정식적으로 따졌을 땐 언덕에 불과한 곳만 다녔는데 사촌 언니랑 황령산을 넘어서 금련산까지 쭉 산을 탔는데 거의 5시간 정도 걸렸는데 꽤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과장하자면 부산의 중심 산을 정복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며칠 뒤 남천동에서 오륙도까지 걸어갔는데 정말 많이 힘들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그 동안 나의 고향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부산은 넓다’ 라는 이 책의 저자는 불과 10년 전에 부산에 내려왔으나, 이 곳에 대한 유독 특별한 애정과 관심으로 글을 쓰기에 이르렀다. 저자 유승훈은 부산박물관에서 전시기획을 하는 학예연구사이자, 역사 속 민중의 풍속을 연구하는 역사 민속학자 이기도 하다. 관심 분야의 책이 아니면, 특히 역사서의 경우 책을 펼치기 쉽지 않지만 이 책의 경우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주제들로 비교적 가볍게 서술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가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통해 부산항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펼치는 부분은 재치가 있었다. 가장 흥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제 8장 ’부산 산동네와 영화‘였다. 현재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에 진학하고 있기도 한데다 어릴 적 살았던 부산 산동네의 향수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장은 먼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 의 윤제균 감독의 영화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유승훈 작가님 유승훈 작가님에 대해 소개하자면 10년 전 부산에 내려온 뒤 기장군의 동해안별신 굿을 보고 매료되어 부산 문화 연구에 뛰어드신 분이다. 부산구술사연구회 연구자들과 함께 부산 산동네를 조사한 뒤에는 부산 사람들의 거칠지만 너그러운 멋에 푹 빠져 있으신 분이다. 부산의 문화를 잘 비춰주는 거울을 통해 기왕에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분이다. 이 분을 통해 부산의 문화를 담은 “부산은 넓다”라는 책을 통해 부산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 책은 제 1부에서 시작하여 3부까지 구성되어 있고, 마음에 드는 장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제 1부 ‘돌아와요 부산항에’ - 부산은 항구다 : 1장 조용필은 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렀을까 : 부산항과 부산다움>의 내용이다. 부산하면 부산항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부산항은 애달픈 공간이었다. 부산항은 바닷길로 넘어온 제국주의의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막바지는 더 했다. 강제 징용, 강제 징병, 정신대로 끌려가는 조선인들을 일본으로 송출하는 곳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10년 전 부산에 내려온 이 책을 쓴 작가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 부산은 ‘항구의 심장박동 소리와 산동네의 궁핍함을 끌어안은 도시’였다. 지금의 발전된 부산광역시의 모습이 갖춰지기 전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는데 TV에서 아직도 회자되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노래는 가사 속에 대답 없는 내 형제, 그리운 내 형제가 누구인지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조용필은 재일동포를 가리킨다고 했는데 당시 부산항에 밀려오는 재일동포 고향방문단을 염두에 두고 단어를 수정했다. 떠나간 연인을 부르는 개인적인 애가에서 형제로 바뀌면서 사회 현상을 반영한 ‘시대의 노래’로 되었다는 것이 지금의 나로선 신기하면서 어딘가 우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부산항이 해양성, 개방성, 민중성을 의미하며 부산항을 통해 사람과 물자뿐만 아니라 문화도 유입되었기 때문에 개방적으로 수용하는 역할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노래 속 부산항은 항구로서의 의미를 뛰어넘어 창조하는 적극적인 창의에 가까우니 이 노래가 전국적으로 전파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부산은 넓다. 처음 이 책을 받고 대충 훑어보고는 참 사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혹시나 지루할 만하면 사진이 나와서 책에 대한 이해도 돕고 나의 지루함을 풀어주겠구나 싶었다. 이런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내용은 다른 책들과 특이하게도 조용필과 부산에 관한 음악으로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었으면 바로 역사부터 시작해서 지형적인 특징 이런 것을 먼저 필두로 책 얘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람들의 흥미를 쉽게 끌 수 있는 노래로 책의 얘기를 먼저 시작했다. 물론 이 얘기의 시작은 부산의 특징인 항구로 시작했지만 결국 이끌어간 얘기는 노래였다. 대중가요들 중 부산이 들어가는 노래들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그 시대에 살지 않은 나였지만 사진과 글로 인해 나도 좀 더 쉬운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부산에 살았었지만 너무 어릴 때,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릴 때 살던 나라 부산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고 할 수 있는데 80년대의 부산을 느끼고 할 수 있어서 부모님들의 추억을 내가 같이 느끼는 듯 그러한 느낌도 들었다.
먼저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든 생각은 왜 부산에 관련된 책을 부산사람이 아니라 다른 지방 사람이 쓰게 된 걸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부산을 사랑해서 차후에라도 이런 책을 쓸 것인가 묻는다면 조용히 입을 다물 것 같다. 관심이나 그런 부분들을 떠나 내가 살기 바쁠 것 같고 부산을 다시 돌아볼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내 일이 책을 쓰는 것과 관련이 없어서, 사실 그 이전에 부산에 대해 생각 해 본다는 것에 사고가 도달 할 것 같지도 않았다. 결국 다들 그런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면서 다만 한명쯤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부산사람이 부산에 대해 쓴다면 좋은 점을 찾고 부풀리기 바빴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지방 사람인 작가는 훨씬 더 객관적으로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뭔가 꾸미거나 지나친 주관이 들어가기보다 어디까지나 담백한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독서클럽 모임을 통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얘기가 있다.
23년을 살아오는 동안 1년을 제외하고는 나는 부산에서 평생을 보냈다. 부산의 매력으로 꼽히는 바다가 보이는 곳도 부산을 가득 둘러싼 산이 보이는 곳도 아니었지만 부산 곳곳을 누빌 수 있는 중심에서 22년을 살아오면서 부산이 딱히 넓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놀러오더라도 갈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산은 내게 굉장히 좁은 장소였다.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말해주시는 짧은 이야기들로 부산이 많이 변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게 와 닿지 않아 여전히 부산은 좁고 작은 도시였다. 아무리 부산이 제2의 도시라고 해도 내가 살아가던 시대에서는 부산은 일자리도 없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에서부터 다른 곳으로 떠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부산이 넓게 다가온 순간들은 부산 사직야구장에 처음 갔었을 때다. 그렇게 열정 넘치고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다 같이 소리치고 다른 팀 팬들이 부러워하는 단결력을 보여줬을 때 처음으로 부산이 넓고 멋지다고 생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