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케임브리지 대학교 석좌교수이자 ‘과학철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러커토시상’을 받은 장하석 교수의 책. 저자는 영국 런던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20여 년간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철학을 교양과목으로 강의하였는데, 그 내용을 더욱 쉽고 한국 사회의 감각에 맞도록 재정비하여 이 책을...
기초 화학 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께서 강의를 시작하시며 기존 화학의 단순 암기식 공부의 문제점을 역설하시며 암기할 필요 없다, 다 주어진다, 이해만 하면 된다, 다 풀린다 라는 말씀은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그렇게 가르쳐주지 않았고 암기식 공부방법에 의문을 품어본 적 없는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그 느낌이 다시금 나를 깨웠고 저자의 과학에 대한 남다른 생각과 과학을 대하는 방식에의 참신한 안내가 무엇을 새롭게 말하고 있을까라는 기대감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에게 과학은 어려운 과목이다. 아니 그런 선입견으로 지금까지 과학과 친해져보려 하지 않았고 초등학생들이 읽는 WHY만화책조차 외면했던 나였는데 한 장씩 읽어나가면서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어렵고 심오한 내용이지만 저자는 쉬운 사례를 많이 들어주며 나같은 과린이로 하여금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말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허수(虛數). 복소수 가운데 실수가 아닌 수를 말한다. a, b를 실수, i를 허수 단위(i2 = -1)라고 할 때, b≠0인 a+bi 꼴의 복소수를 이른다. 현실에선 그 자체로서 존재할 수 없고 상상 속에서 그 의미만 존재하는 수이다. 그러나 이 허수가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을 판단하고 좌지우지한다.
현대 물리학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된 양자 역학엔 중요한 모순적 공식이 빛난다. 상상의 수로 수학자들의 호기심으로 만들어진 허수 i가 하이젠베르크의 파동 방정식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과학 분야와 철학 분야의 교점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채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과학이라고 하면 처음 떠오르는 것이 자연과학, 즉 자연의 법칙성에 관한 일정한 이론체계를 밝혀내는 학문이고, 철학은 과학에 비해 조금 더 인문학적이고 인간과 세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으로 전혀 다른 학문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처음으로 ‘과학철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었다. “과학철학은 과학지식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철학은 과학이라는 학문에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지면서 과학이 사회적, 기술적, 종교적으로 어떤 의미와 중요성을 갖는지 떠올리게 한다.
가장 흥미를 가지고 읽었던 부분은 5장(과학의 진리)과 6장(과학의 진보)였다. 5장에서는 실재론과 반실재론의 대립을 다룬다. 반실재론의 입장에선 관측 불가능한 세계는 검증할 수 없으므로 진리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닌다.
과학이 철학이라는 분야 만나게 되면 어떨까하는 호기심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물론 나는 이전부터 과학자들이야말로 자신만의 과학철학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좀 더 이론적 틀을 다잡을 수 있었다. 과학사를 따라가며 여러 사례와 함께 지식을 풀어내는 저자는 매우 탁월하게 독자로 하여금 비판적 탐구를 돕도록 유도한다. 매우 당연한 것들을 질문하며, 함께 답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가 EBS에서 한 12강의 강의인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바탕으로 쓰였다. 저자는 이 책이 ‘생각하고 싶어 하는 일반 대중과 학생들을 위한 과학 철학 입문서’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일반 대중으로 독자를 설정했다는 말이 잘 와 닿지가 않았다. 물론 쉽고 단순한 과학적 사실들을 사용해 논지를 전개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한 노력이 보였지만, 이과 출신이었던 나조차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계속해서 앞으로 돌아와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곱씹어 보아야할 만큼 꽤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주제들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과학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과학화를 추구해야한다’라는 말이 있다. 어디서 읽은 내용인 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해보고 과학을 이해하고 친숙해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의 저자의 입장과 내용을 1장의 내용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한다.
1장의 ‘과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지금까지 내가 과학에 가졌던 생각이 많이 흔들렸다. 지난번 ‘세계를 보는 관점으로의 과학’에 대해 내 생각을 적는 과제를 했을 때만 해도 과학기술에 대한 중요성과 경제와 국가발전을 위한 과학의 역할을 열렬히 강조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저자는 과학‘기술’과 과학을 구분 짓고 순수과학의 문화적 의미를 찾고자했다. 기술적 응용은 소수의 전문가만이 알아도 충분한데 왜 굳이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과학을 배우도록 하는 것인가? 이것에 대한 해답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찾아보게 되었는데 뒤에서 다시 적어보겠다. 저자는 포퍼와 쿤의 대립된 관점들을 소개했다. 포퍼는 ‘비판은 이성적 사고의 피와 살’이며, 비판적 태도가 과학적 태도라는 반증주의의 관점이었고 쿤은 특정한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그 틀 안에서 연구를 한다는 정상과학의 관점이었다. 이 둘의 관점이 이렇게 나뉘게 된 데에는 그 둘의 성장 배경의 차이에 있었다.
과학과 철학은 다른 두 단어로 들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과학은 서양철학의 바탕아래에서 자라난 학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양 철학자들은 정신적인, 정치적인 철학 이론들을 펼치는 한편,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철학은 무엇인가. 철학은 Philosophy이다. Philo-는 좋아하다. 애호하다. -sophy는 지혜를 뜻하는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영단어이다. 철학이라 부르는 단어에 한자 哲은 밝을 철이라는 글자로 밝다, 총명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 철학은 지혜, 지식을 사랑하는 학문이다.
물질은 철학자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였다. 항상 보이는 것은 물질이고, 이 물질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무엇으로 구성되어있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철학자들의 생각은 아르케, 4원소설, 로고스, 원자설 등 다양하게 나왔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다양한 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고 있다. 멀리 있는 사람과도 다양한 기기를 이용해서 소통할 수 있고, 과거의 일을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기록할 수 있으며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알아봄으로써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인식도 넓혀갈 수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현대사회가 과학이 가장 발달한 사회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이 과학기술의 혜택을 충분히 받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과학적인 것을 추구하며 과학적인 것이 이성적이며 옳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여기서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과학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정말 과학적인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는가?’ 등의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즉, 과학을 철학적 사고를 이용해서 생각해보아야할 필요를 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시 발생하는 문제는 바로 ‘이 문제를 왜 전문가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생각해야 하는가?’이다. 다양한 기술의 혜택을 받고 있는 우리들은 이제 과학과 기술을 혼용하여 사용함으로써, 과학 공부는 기술을 발달시킬 사람들만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즉, 모든 과학 문제를 그냥 전문가에게 떠맡기려고 하며 전문가가 주장한 이론과 그로인해 탄생한 기술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며 사용한다. 즉, 현대인들은 과학을 스스로 의심하고 탐구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필요성을 잃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현대인에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왜 과학사, 과학철학 등 과학에 대해 공부하고 탐구해야하는지를 일러준다.
사실 나도 과학적인 것이 가장 이성적이라고 생각했으며 신, 사주팔자와 같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과학적인 것들을 믿지 않는 편이었다. 증명할 수 없는 영적인 존재를 믿는 것처럼 비이성적인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과학이론을 믿는 것과 영적인 존재를 믿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흔히 과학이라고 생각해오고 믿어왔던 모든 이론이나 법칙들도 증명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처음 『과학, 철학을 만나다』 이름을 들었을 때 숨이 턱 막혀왔다. 철학이라는 분야만 다루어도 쉽지 않을 텐데 거기에 과학까지 결합이 되어있다니 말이다. 특히 나에게 과학은 잘 하고 싶었지만 이미 오래 전에 놓쳐버려 포기한 버스와 같은 존재였다. 학창 시절 많은 학생들이 그러하듯이, 과학을 한 번 어렵다고 규정짓고 난 이 후로 나에게 과학은 점차 가까이 하기 싫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어쩌면 보고도 이해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벽을 세우고 하기 싫다는 핑계로 나를 감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지금도 과학 지식에 대해 알고 싶기도 하고 동경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다시 가까이하기에는 늦다고 스스로 단정 짓고 멀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과학 분야의 소재가 나오면 어렵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거부감부터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재되어 있던 거부감은 사라지고 어느 새 책에 몰입하여 저자의 의견에 동조하기도 하고 비판을 하기도 하는 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