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봄에 출간된 이 책은 가장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2016년 11월,
실제로도 가장 유럽여행 떠나기가 좋은 계절이라는 11월에 내 손에 집어 들게 되었으니, 가히 운명과도 같았다고 생각한다. 고백하건대 평소에 책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닌 내가 이 책에 꽂힐 수 있었던 건 사실 단 하나의 이유였다.
‘얇다’
작은 눈으로도 큰 세상을 볼 수 있듯이 얇은 책으로도 유럽여행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운 책. 요즘 들어 여행이란 것이 환상을 사고파는 사치라고 느꼈던 터라 얇지 않았었다면 이내 덮고 말았으리라. 이것 역시 변천사가 있었으니 처음 여행의 정의를 내릴 때는 ‘귀찮은 것’이었다가, 몇 년이 지나니 ‘힐링(마음치유)’인 것이었다가, ‘환상으로부터의 사치’인 것으로 귀결되었으니 친구 따라간 콘서트장에서 가수를 보며 ‘얼마나 잘 부르는 지 보자’하는 심보로 페이지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