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에게는 서로가 건너기 힘든 아득한 심연이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 ‘나’라는 일인칭 세계에서 ‘너’라는 타인에게로 시야를 넓혀온 작가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 이르러 ‘나’와 ‘너’, 그리고 ‘우리’ 그 전체를 조망한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원래 출판사 ‘자음과 모음’의 계간지에서 ‘희재’라는 이름의 소설로 연재되었다고 한다. 후에, ‘문학동네’에서 다시 출간이 되면서 소설의 제목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 되었다고 한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있는데, 1부에서는 해외 입양아 카밀라이자 한국 이름 ‘정희재’의 시선으로 서술이 되며 한국에서 친모 찾기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2부는 정희재의 친모 ‘정지은’의 시선으로 서술이 되는데 이미 죽은 지은이 영혼이 되어 자신을 찾는 희재를 따라다니며 사랑하는 딸에게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는 식의 서술이다. 마지막 3부는 전지적 작가 시점인데 1부에서 정희재를 찾아왔던 정지은의 과거 동창 미옥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와 지은의 죽음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 그리고 지은의 친부의 정체까지 모두 밝혀지는 부분이다.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카밀라 포트만은 미국으로 입양이 된 한국 해외 입양아이다.
「가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연 저편의 당신을 향해 말을 걸 때, 그때 내 소설이 시작되었다.」
책 말미 작가의 말이다. 부록처럼 따로 전하는 것도 아니건만 우리는 책에 쓰여 있지 않은 이야기를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내용이 사소한 짐작이든 대단한 통찰이든 행간을 읽는다는 말은 책에 쓰인 모든 문장의 합 이상을 읽어 낸다는 의미다. 책이 그렇다면 사람은? 우리는 다른 사람이 미처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까. 그렇게 개인적인 고통은 이해될 수 있을까. 작가 식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삶이 과연 나와 타인 사이에 놓인 심연을 건너갈 수 있을까. 이것이 소설가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서 떠오른 물음이며 나는 지금부터 그 물음에 대해 써 보려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심연이란 무엇일까.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오락프로그램 <안녕하세요>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인공인 카밀라는 어렸을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이입니다. 양어머니인 앤이 죽고 양아버지가 젊은 여자와 재혼을 하자 카밀라는 따로 나와서 살게 됩니다. 원래 살던 집에서 물건이 왔는데, 그 안에서 카밀라는 자신의 생모사진과 일기장을 발견합니다. 사진에선 생모가 어느 꽃나무 앞에서 아기인 자신을 안고 있었고, 남자친구인 유이치와 함께 한국 진남으로 생모를 찾으러 옵니다. 한국에 도착한 후, 신문에 광고를 낸 것을 보고 생모의 친구였던 김미옥이 찾아옵니다. 그녀를 통해 자신의 생모 이름이 정지은 이었다는 것, 사진 속의 나무는 동백나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카밀라는 동백꽃이라는 뜻). 교장 신혜숙은 카밀라에게 카밀라의 생부는 정희재의 친오빠라며, 그 이상의 사실을 알려주기를 피하고, 카밀라는 집요하게 조사합니다. 그러던 도중 생모가 썼던 글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은 정희재였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는 희재는 유이치의 프러포즈를 거절한 후, 지훈과 함께 진남에서 조사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정지은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