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역사상 1450∼1750년 사이에 마녀술이라는 죄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재판을 받았다. 마녀 사냥의 대상은 대부분 여성이었고 재판을 받은 여성 가운데 절반은 화형으로 목숨을 잃었다. 마녀 사냥이란 “흔히 비밀 행동을 한다고 의심받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요즘 지하 운동이나 비밀 조직의 요원을 수색할 때 쓰는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마녀를 찾아냈다. 그 일은 대개 사법관이나 간혹 전문 마녀 사냥꾼이 수행했다. 그들은 대개 사람들의 고소나 고발 그리고 간혹 소문을 듣고 요주의 인물을 검거했다. 그리고 혐의자를 심문할 때 그들이 지닌 권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자백을 받아냈다. 대부분의 마녀 사냥은 피의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판결에 따라 혐의자를 처형하거나 추방하거나 구속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근대 초 유럽인들이 마녀술에 대한 정의는 두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악의적인 마술이 그 하나였다. 다른 요소는 기독교 신의 적이고 악의 화신이며 초자연적 힘을 가진 악마와 마녀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마녀는 악의적인 마술을 부리는 인간일 뿐 아니라, 악마에게 신종 선서를 하고 계약을 맺은 자였다. 따라서 마녀술은 곧 악마를 숭배하는 행위였다. 이로 인해 마녀 사냥의 대상들은 단순히 악의적인 마술을 행한 죄가 아니라 악마를 숭배한 죄로 재판을 받았다.
마녀는 법적으로 유죄일까? 마녀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마법을 부렸다는 증거로는 자백과 그들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웃의 증언밖에 없다. 그러나 자백은 고문으로 그리고 증언은 적대적인 사람이 했기 때문에, 이 두 종류의 증언은 의심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조서에는 저주, 주문, 형상 마술에 사용한 도구까지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마녀술로 고발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적에게 마술의 힘으로 피해를 주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마녀가 악마를 숭배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마녀 사냥’이라는 말은 일상화된 말로서 특정 사람이나 단체에게 부당하고 불합리하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 등을 비롯한 정보매체가 발달함에 따라, 누구나 쉽게 사실의 유무와 관계없이 대중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에 ‘마녀 사냥’이라는 용어는 일상 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보편화된 ‘마녀 사냥’이라는 단어는 중세 유럽에서 발생하였던 실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은 마녀 사냥이 일어났던 중세 유럽의 시대상과 역사적 배경, 마녀 사냥이 일어난 과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마녀 사냥이라는 용어를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일반인들도 실제 사건에 대한 역사적 실체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