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당신,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전작 《모든 요일의 기록》을 통해 카피라이터만의 시각을 담백하고 진실 된 문장으로 보여줬던 저자 김민철이 이번엔 『모든 요일의 여행』을 통해 ‘기록하는 여행자’가 되어 여행을 직조해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플랜 B로도 어찌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관광은 했지만, 진짜 여행은 하지 않았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낯선 도시를 걷고, 평소와는 다른 공기를 마시며, 잠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나 역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 『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내가 했던 수많은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었다는 것을.
언제부턴가 나는 여행을 ‘계획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항공권부터 숙소, 식사, 동선, 포토스팟까지 철저하게 검색하고 비교하며 일정을 짜곤 했다. 처음엔 그것마저 설레었지만, 막상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면 허무함이 밀려왔다. 사진은 잔뜩 남았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장면은 드물었다. 일정은 꽉 채웠지만, 진짜 ‘쉼’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이 책을 통해,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다.
[문제는 여행이 아니라, 나의 태도였다]
책 속 저자는 말한다. ‘여행은 삶의 구조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여행을 통해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정작 여행지에서도 또 다른 ‘과업’에 몰두하느라, 내 마음이 진정으로 쉬고 있는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낯선 공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보다는, ‘어디까지 가봤는지’, ‘얼마나 알찼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사진을 찍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된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기억’을 위한 사진이 아니라, ‘증거’를 위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곳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입증하려는 듯한 사진들. 풍경을 눈으로 느끼는 대신, 카메라 뷰파인더 너머로 감정을 압축하고 있었다.
코로나 펜데믹이 세계를 고통스럽게 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잠시 느슨해지는 듯 했지만 델타 돌연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돌연변이까지 일어나 안심하고 여행할 곳이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는 용감해 보이지만, 해외에서 수입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것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불필요하고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해야 하고, 방역당국이 외출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런 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입국을 차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해외여행을 다니지 못한지 벌써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근 2년을 허송세월해서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든 요일의 여행
낯선 곳에서 나를 바라볼 때 나의 모습이 더 잘 보인다. 익숙한 시간과 장소에서의 내가 아니라 전혀 다른 시공에 나를 놓고 낯설게 보는 것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유명한 관관명소를 다니며 눈을 호강시키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입을 즐겁게 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긴 하다. 그러나 여행의 본질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많이 보고 느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여행의 목적을 거창한 데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산다는 것이 거창한 일이 아니듯이, 점심 먹고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며 은은하게 다가오는 바람을 피부로 만끽하며 살았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훌륭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좋아하는, 내가 좋아하는, 남들과 상관없이 내가 사랑하는, 바로 그것을 위해 떠나는 것만으로도 크루즈 여행 못지않은 의미 있는 여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