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소비 사회의 인간들이 직면하고 있는 삶의 과제들 그리고 그러한 사회에서 인간 조건의 근본적 측면들ㅡ예컨대 선과 악 사이의 선택에 대한 책임, 자아 형성, 자기 주장과 자기 표현, 인정 욕구, 그밖에 공감·상호존중·인간 존엄성·관용의 필요성 등ㅡ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성찰한다....
책을 덮었을 때 생각나는 것은 피로 얼룩진 건물들, 사지가 찢긴 채 겨우 움직이는 오른손으로 권총자살을 시도하는 첸의 보습, 아내와 아들이 처참히 죽은 뒤 괴로움과 동시에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는 에멜리크, 감옥 안을 가득 채운 죽음과 두려움과 고독, 보일러실에서 산 채로 화형에 처해지는 카토프 등 어둡고 비극적인 것들이었다. 또한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특히 한 알 밖에 없는 청산가리를 동지들에게 나누어주고 정작 자신은 보일러실에서 화형당하는 것을 택한 카토프의 용기는 매우 인상 깊은 것이었다. 이들의 희생과 죽음이 숭고한 것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이 인간으로서 본질적으로 가지는 나약함과 두려움, 고독을 이겨내려고 하는 설정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신념을 위해 죽음을 불사르는 주인공들은 분명 위대했지만 ‘남다르게’ 용감한 기개와 열정을 가졌다는 부분에서는 비현실적인 느낌이 주기도 했고 어딘가 공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