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권력의 피폐한 모습을 풍자와 해학의 기법으로 표현한 윤흥길의 대표작 『완장』. 남도 방언을 빌은 작가의 걸죽한 입담과 해학이 돋보인다. 우리... 작품으로, 한국전쟁 이후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해학적 필치로 그려냈다. 작가는 한국인의 권력의식을 진단하는 도구로 '완장'을 차용했다.
줄거리
동네 유지인 최 사장은 이곡리의 널금 저수지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고, 그 관리를 동네 건달인 종술에게 맡긴다. 종술은 적은 급료에도 완장을 차게 해 준다는 말에 관리인을 맡는다. 종술은 완장의 힘에 도취되어 저수지를 오가는 사람들을 윽박지르고, 때로는 폭력을 쓰기도 한다. 급기야 자신을 고용한 사장 일행에게도 행패를 부린 종술은 결국 관리인 자리에서 해고된다. 해고된 뒤에도 아랑곳 않고 저수지 지키는 일을 하던 종술은 가뭄 해소책으로 저수지의 물을 빼려는 수리 조합 직원과 경찰과도 부딪치게 되고, 결국 자신을 좋아하던 술집 작부 부월의 충고를 들어, 완장을 저수지에 버리고 타지로 떠난다.
우리 속담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책임 있는 자리를 맡으면 그 만큼의 책임감을 갖게 되고 그 안에서 사람이 성장한다는 의미다. 즉, 그 자리에 부합되는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것 또한 어느 정도의 소양과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땅 투기에 성공해 기업가로 변신한 최사장은 저수지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고 그 관리를 동네 건달 종술에게 맡긴다. 적은 급료였지만 완장을 차게 해준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종술은 저수지의 관리인으로 취직한다. 노란 바탕에 파란 글씨가 새겨진 감시원 완장. 그 서푼어치의 권력을 찬 종술은 다시 완장의 색깔을 화려하게 바꾼 뒤, 마치 자신의 저수지인 냥 낚시질을 하는 도시의 남녀들에게 기합을 주기도 하고 고기를 잡던 초등학교 동창 부자를 폭행하기도 한다. 완장의 힘에 빠진 종술은 면소재지가 있는 읍내에 나갈 때도 완장을 두르고 활보한다.
'화무십일홍' 이란 말이 있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의미로 권력무상을 의미한다. 흔히 우리는 권력을 마음대로 전횡하는 권력자들을 볼 때 이런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권력을 좇는다. 권력욕에도 중독이 있어서 한 번 빠져들면 또 다시 권력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만큼 권력은 사람을 타락하게 만들 수 있는 무서운 존재이다. 역사상으로도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살아간 인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람은 진시황이다. 진시황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사람이다. 그 혼란스러운 시기를 평정했으니 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자기를 신이라고 생각할 만큼 위세는 대단했다. 자기가 신이라고 생각했으니 죽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도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우리가 지금 역사서 한편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으니 그 권력의 날카로움은 온데간데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