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에 불교경전을 읽고 보고서를 쓰는 것이 있었는데 막상 내가 알고 있는 경전을 생각해보니 법회 시작 전에 독송하는 반야심경 뿐이었다. 그렇다고 반야심경의 내용을 다 아는 것도 아니었다. 화엄경, 천수경, 금강경 등의 여러 경전들은 이름만 들어보았지 실제로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법회시간에 스님께 도움을 청하였다. 경전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는 과제가 있는데 무슨 경전을 읽고 쓰면 좋겠는지에 대해 추천을 부탁드렸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여자친구가 있는데 만약에 헤어지자고 한다면 깨끗이 보내줄 것이냐? 아니면 끝까지 매달릴 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씀하셨다. 아직 연애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참 난감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만약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한다면 이유야 어쨌건 나에 대한 애정이 더 이상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깨끗이 보내주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울며 매달리지 깨끗이 보내주는 것이 힘들다고 하시면서 초록색의 표지로 되어있는“Gateway to Son(Ch`an)”이라는 책을 건네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