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그림책으로 구성한 『안녕, 나의 별』. 파블로 네루다의 순수하고 맑은 언어와 조용하고 잔잔한 그림이 어우러져 독자의 감성을 깨운다. 아름다운 대상에 바치는 순수한 사랑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소년의 모습과 정제된 듯 곁에 머무는 주변 상황들이 긴 여운을...
‘나는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치 이런 상황이 아니었을까. 물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사실만 알고 어떤 보호 장비나 훈련도 없이 겨울 바닷가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 머리가 먼저 물에 닿고 이어서 차가운 물이 내 온몸을 감쌀 것이었다. 이 소식으로 인한 고통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했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더 이상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주저앉아 흐느껴 우는 일뿐이었다. 얼마 동안이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내 변함없는 친구, 내 지젤이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는데 그 옆에 있어주지 않은 사실이 화가 났다.’
"인간은 가질 수 없는 대상 앞에서 더 소유욕을 불태운다. 억지로 꺾고 잡아 감춰두려 든다. 그러나 소유와 동시에 그것은 본래의 의미를 잃는다. 나는 품속으로 날아든 탐스러운 별 하나를 꽉 움켜쥐려다 도리어 놓쳐버렸다.”
어둠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밤하늘을 향해 손을 내뻗으면 꼭 밤하늘을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소년은 간절한 마음으로 영롱한 별 하나를 떼어낸다. 훔친 별을 주머니에 넣어 집으로 가지고 온다. 그런데 천사들이 벌이라도 내리는 것일까. 별은 소년에게 얼음 조각처럼 차갑기만 하다. 소년은 겁이 나서 별을 침대 밑에 숨긴다. 그런데 별빛이 지붕을 뚫고 한없이 새어나간다. 깜빡깜빡 밤하늘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빛은 소년을 흔든다. 점점 계산도 할 수 없고 밥 먹는 것도 잊게 된다. 빛은 또,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사람들이 소년의 방 창가에 모여 수군거린다. 소년은 어쩔 수 없이 별을 놓아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