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할 꽃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다. 그 어느 곳에도 마음을 심어본 적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리워할 꽃이 많은 사람은 부귀한 사람이다. 꽃송이마다 심어놓은 마음조각들이 주렁주렁 자라 열매를 맺고 또 씨를 뿌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어른들은 부귀해지려면 마음 같은 것을 논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어린 왕자의 ‘나’처럼 하루가 바쁘게 연장을 들고 나사를 조일 뿐이거나, 몰리에르의『수전노』의 등장인물 아르빠공 영감처럼 돈과 재화만을 탐할 뿐인 것이다.
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작금(昨今)의 현대 사회는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다 살 수 있는, 이른바 금전만능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일례로 지극히 개인적인 행사인 결혼식의 주례 선생님이나 결혼식 축하 하객조차도 돈을 지불하면 빈자리를 채울 수 있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심지어 요즘은 역할대행아르바이트라고 해서 건전하게 만나서 밥 먹고, 영화보고 그렇게 3〜4시간 데이트 상대역할을 해준 뒤 시간당 3〜5만원의 비용을 받는 아르바이트까지 있다고 하니 과연 돈만 지불한다면 어떤 것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자본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사회는 구성원 누구나 나이를 먹을수록 돈의 위력을 더 실감하게 만든다. 10대나 20대 때에는 뜨거운 열정과 패기, 강인한 의지,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으므로, 어떤 세상일을 하든지 못 이룰 것이 없을 줄 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부터 세상과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경제논리임을 폐부로 깨달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초등학교 학생들조차 학교친구를 사귈 때 그 친구가 임대아파트에 사는지 아니면 자가로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지부터, 상대 부모님의 직업이 무엇인지부터 따지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뉴스에 오를 지경이 아닌 일반상식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