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로렌스의 마지막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인 『채털리 부인의 사랑』. 생명에 대한 옹호와 현대 사회에서 꺼져가는 생명력 부활의 희구를 담아내고 있다.... 전쟁 때 부상으로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된 남편을 가진 채털리 남작부인은 산지기 올리버 멜러즈와의 만남을 통해 참된 사랑에 눈을 뜨는데….
작가는...
1.들어가며
-‘성행위 과감히 묘사’한 성문학의 대표-
인간과 인간, 그 관계 속에서 충돌하는 감정적 발화 중 우리들이 가장 열광하고 아파하며,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단연 사랑이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삶에 있어 `사랑`이라는 것의 가치는 우리들에게 얼마만큼의 크기로 다가오는가.
세상에는 사랑을 향한 다양한 담론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정답이 아니며, 오답도 아니다. 때로는 눈물의 씨앗이고 때로는 얄미운 나비인 것이 사랑이다.
문학이란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만큼 적나라한 은유가 아닐 수 없다.
문학 작품 속에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등장한다. 순수, 열정, 낭만, 존재, 집착, 애증, 질투, 섹스, 섹슈얼리티, 그리고 에로스.
20세기 소설은 성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대전 뒤 서구 사회가 겪어야만 했던 전통적 도덕에 대한 반동이 자 인간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숨김없이 묘사하려는 합리적 이성의 표출이다. 금기처럼 여겨져 왔던 성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선 건 프로이트의 영향이다. 인간생활이 성에 상당히 지배받는 다는 프로이트학파의 연구결과에 힘입어 소설도 금단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성역에 대한 도전을 명분으로 추잡한 성행위 묘사로 일관하는 외설문학을 낳기도 했지만 인간세계의 주요한 일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현대 문학의 특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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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몸이 부딪히는 행위는 단순히 쾌락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연한 섹스 산업화의 시대에 `섹스의 신성성`을 도덕덕으로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섹스의 문제가 단순히`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화두로 던지고 싶다.
문학이란 결국,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져진 메시지이며 우리는 텍스트의 구조와 상징을 해석하며 우리네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것이다.
채털리부인은 섹스의 문제를 통해 자신의 정체감을 찾아간다. 결합에 관하여, 욕망에 관하여, 애정에 관하여 `섹스`라는 행위를 통해 알아가는 것이다. 외설 논란을 낳았던 <채털리부인의 사랑>에서의 `섹스`를 하나의 기표를 해석하는 것은 억측일까? 기표화된 몸의 행위를 통해 결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채털리부인`이 깨달아가는 `사랑을 통한 존재찾기`일 것이다.
6. 참고문헌
로렌스는 누구보다도 생명을 사랑한 생명주의자인 동시에 강한 자아 주의자였다고 한다. 실제로 로렌스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읽고는 다른 무엇보다도 기억 속에 계속해서 남아 맴도는 것은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것이었다. 그가 말년에 세간의 논란을 받으면서도 이 책을 출판한 것에는 그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이 책의 진정한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코니라는 한 여성의 변화를 통해 그는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소설 속 코니는 클리포드라는 사람의 부인이다. 클리포드는 전쟁 중 하반신 마비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탄광을 운영하는 유능한 경영인이며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코니는 그의 가장 가까운 부인이자 가장 먼 부인이기도 하다. 클리포드는 그녀를 속박하려고만 하지 진정으로 사랑해주지는 않은 듯 하다. 작가인 로렌스는 작품 속에서 그들이 ‘현대식 방법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라고 표현했다. 클리포드는 코니에게 채털리 부인이라는 하나의 껍데기를 제공했고, 코니는 연민이든 사랑이든 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으로 그들은 현대식 사랑을 하고 있다. 이들의 현대식 사랑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
이 소설의 주요 사건은 채털리 부인과 클리포드, 멜러스 이 세 인물들간의 삼각관계이다. 클리포드라는 인물은 영국의 귀족 집안이며, 어느 정도의 부와 지성을 갖추고 정신세계를 아주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정신적인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며 육체적인 행위는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그저 무의미한 행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하반신 마비의 장애자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그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서로간의 깊은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그 대화를 통하여 친밀해지고, 정이 쌓이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또한 클리포드가 사는 광산촌의 커다란 저택은 당시의 기계화된 물질문명을 의미한다. 반면, 멜러스는 아주 낮은 계급의 사람(산지기)이며, 군인 출신의 건강한 남자이다. 그리고, 그는 정신적 사랑과 더불어 육체적인 행위가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숲 속의 오두막집에 홀로 사는데, 그 오두막이라는 것은 자연과의 친화적인 관계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혀 상반되는 두 인물이다. 그러한 인물들 사이에서 채털리 부인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